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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님 May 21. 2023

벌써 익숙해진 동네

이 동네 주민이 되었다.

이 동네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야 물론 이곳에 온 지도 어느덧 3달이 다되어버렸으니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익숙하게 길을 찾는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진다.


심적으로 여기는 아직 낯선 타지. 그러나 집-직장-집-직장을 반복하다 보면 그 주변의 반경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리고 만다. 


전 직장의 아침 출근길은 매우 조용하고 한적하며 바다내음이 나던 곳이었다. 집을 나서 익숙한 골목을 걸어 나와 한적한 계단을 오르면 탁 트인 곳에 있던 직장이었는데 지금은 큰 도로와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고 시끄러운 차들이 다니는 길을 지나야 한다. 


어떤 날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다가도 어느 날은 너무나 낯설어지면서 현실과의 괴리감이 든다. 내 현실감각과 적응력은 속도가 다른 모양이다. 


지금의 집은 바로 앞이 도로이지만 마음에 드는 빵집이 있고, 카페가 아주 많으며, 큰길 안쪽이라 아주 조용한 동네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전처럼 바로 앞에 바다산책로가 없고, 도서관이 멀며 차가 아주 많다는 것. 햇살 좋은 날에 한적한 도서관 뒤편의 벤치에 전세 낸 것처럼 누워있을 수 없다는 것. 

좋은 점은 사는 건물이 관리가 잘되어있고 식당도 카페도 빵집도 많고 한 시간에 천원인 스터디카페가 있다는 것이다. 


행복의 역치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닌 나는 적당히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 바꾼 방구조도 썩 만족스럽고 시끄러운 이웃도 없으며 가끔 가족들이 보고 싶긴 하지만 보러 가는 절차가 피곤하므로 혼자 있는 시간도 좋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서 독서실을 다녀와서 점식을 때우고 세탁기를 돌리고 설거지와 청소를 하고 드라마를 보다가 햇살 잘 드는 방에서 낮잠을 자고 저녁메뉴를 고민하고.

더군다나 요즘 같은 때의 밤공기는 정말 좋다. 낮에는 지구온난화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걱정하다가도 창문을 활짝 열고 선선한 밤공기를 쐬며 책을 읽고 있으면 이게 행복이지 싶어 진다. 


이번달은 지출이 좀 많았지 월급 받고 공과금 처리하고 아껴야겠다 정도의 고민을 하고, 출근을 하고 틈틈이 짬날 때 일을 몽땅해두고 정시퇴근하는 쾌감을 맛보며 여유시간에 10분 20분이라도 문제를 풀고 그나마 공부했다는 만족감을 가지고 씻고 잠드는 평화로운 한 주였다.


오늘이 지나면 또 남다른 현실감과 적응력을 갖춘 내게 익숙하면서 낯선 한 주가 시작되겠지. 무사히 약간 지루하고 잠깐씩 행복을 느끼며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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