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샌님 Jun 18. 2023

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사람이 짱많아따

매년 국제도서전은 북튜버 라방이나 브이로그로만 봤었는데 이번엔 내 발로 다녀왔다.

일단 거주지를 옮기면서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져서 움직일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고, 친구가 같이 가자는 내 제안을 수락했다는 게 또 다른 이유이다.


번잡스럽고 복잡한 곳이 싫어서 서울에 마지막으로 갔던 때가 3년 전인가. 사람 부대끼는 지하철이 싫어서 택시만 타고 최소한의 거리만 돌아다니는 미친 짓을 했더랬다.


아무튼 북토 크나 사인을 받을 생각 같은 것도 없고, 가볍게 책들 사이를 어슬렁거리고 싶었기 때문에 도서전 예매를 했다. 친구가 기차예매와 길 찾기를 담당해 줬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어느 부스를 더 둘러볼지를 확인했다. 그러다 하루전날 친구가 기차하나를 잘못 예매했다고 급하게 전화가 왔었는데 일하는 중이라 받지 못했고, 전날 기차는 입석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예매를 해줬다. 그런 해프닝 외엔 금요일 5시 퇴근까지 한 완벽한 스케줄이었다.



6시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최대한 간편한 옷과 전날 준비해 둔 백팩을 챙겨 나왔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몇 분 도 연착되는 바람에 더 기다리다가 기차를 탔다. 내가 먼저 타고 가는 중 친구가 탔기 때문에 혼자 있으려니 꽤 힘들어서 이렇게 서서 도착하면 체력이 바닥을 찍는 거 아닌가 막연히 걱정이 되었다.


잠시 후 정차한 역에서 친구가 탔고, 힘들면 자신의 좌석에서 번갈아 쉬자고 했지만 서서 얘기하다 보니 금방 도착이었다. 내려서 아기 오리 마냥 친구를 졸졸 따라서 지하철 환승을 하고, 걸어서 코엑스 도착.


인터넷 예매권을 표로 바꾼 뒤 밥부터 먹을 생각이었는데 세상에. 줄이 너무 길었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배고플 친구를 위해(나 혼자였다면 끼니 좀 대충 챙겨도 되지만) 밥부터 먹으러 내려갔다. 다행히 가게는 오픈했지만 점심 먹기엔 한참 이른 시간이라 식당가는 한적했고 재료준비 때문에 한정된 메뉴만 선택할 수 있어서 주문한 치즈돈가스는 진짜 맛있었다.


밥을 먹고 바로 올라갈 생각이었지만 지나다 들린 옷가게를 보고 구경도 들어갔다가, 옷도 입어보고 쇼핑하느라 시간이 좀 흘렀고, 여유를 부리며 올라갔더니 다행히 줄이 많이 줄어있었다. 서있으면 거의 바로 입장하는 정도로.


놀이공원 입장 팔찌처럼 팔목에 티켓을 붙이고 들어간 도서전 내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슬램덩크 팬들도 많이 와서 인지, 부스 배치도의 문제 때문에 슬램덩크-민음사(눈물을 마시는 새) 이렇게 나란히 있는 이 구간은 수시로 정체되었고, 사람을 뚫고 지나가는 것에 적응이 되었을 무렵엔 너무 걸어서 다리가 아팠다.


처음 부스로는 <입다>에 다녀왔다. 친구가 이곳 굿즈를 좋아해서 처음 함께 가는 도서전에 첫 부스가 친숙한 곳이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서 데려갔다. 처음엔 그 <입다> 인 줄 모르고 시큰둥하더니 잉크와 편지지, 필사노트를 보고는 아는 곳이라며 신기해했다.


이후엔 처음이라 멋모르고 사람들 인파에 쓸려 다니며 친구와 같이 다니다가 "저기 볼래?"하고 들어가서 각자의 책만 보다 보니 다시 전화해서 만나서 이동하는 게 번거로워서 따로 다니다가 누구든 다 보고 전화하면 만나기로 했다. 그러고 잠시 쉬다가 다시 한번 더 둘러보자고.


우선 큐알로 찍은 부스배치도를 보고 다니는 건 사람에 치여서 부스를 못 찾을뿐더러 방향치인 나에게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차라리 격자 훑기로 모든 부스를 골고루 보면서 체크해 둔 부스구경과 책을 구매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처음엔 크게 한 바퀴 돈 뒤 안쪽 부스는 격자로 돌기 시작했다.


다만 문제점이 있었다. 방향치인 나에게는 부스를 들어갔다 나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가던 루트인지 아는 게 더 어려웠다는 것이다. 같은 자리를 빙빙 돌기도 했지만 사람이 진짜 바글거린 출판사 부스도 전부 챙겨서 구경했다. 책을 구경하다 보면 저자이거나 직원분들이 바로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여주셨지만 조용히 보고 싶기도 해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주시는 동안 그 뒤로 숨어서 구경했다.


한 바퀴 돌고 절제해서 책을 3권 정도 거머쥐고 정신을 차리니 2시간이 흘러있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쉬고 있던 참인지 바로 받았고, 어디서 만날까 하는 중 슬램덩크 뒤쪽에 포토존 줄이 길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슬램덩크와 민음사 뒤쪽 사이로 오라고 했다. 친구는 그쪽에 사람 많지 않냐며 전시 쪽에서 만날래?라고 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그렇긴 한데 많이 힘들지 않으면 잠깐 와봐."라고 말했다. 친구는 내가 말한 대로 오자마자 혀를 차며 어쩐지 안 움직이려고 하더라~했고, 같이 사진을 찍어줬다.


지나는 길에 북파우치가 있어서 같이 와준 친구에게 하나 선물하고, 나도 하나 구매했다. 나가는 길 쪽으로 그나마 한산한 전시 쪽을 둘러보고 나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온 곳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를 들어갔다. 사람이 꽤 많았지만 다행히 타이밍을 이번에도 잘 맞춘 건지 몇 자리 남아있었고, 커피를 주문하고 앉았다.


커피를 마시며 서로 산 물건을 구경하고, 부스에서 가져온 팸플릿을 바꿔 읽으며 무엇을 했는지 공유했다. 친구는 <안전가옥> 부스를 궁금해했고, 쉬고 올라가서 보기로 했다. 나도 카페인 충전을 하고, 휴대폰도 충전을 시켜놨는데, 어떤 학생들 무리 4명이 2자리밖에 없는 테이블을 보며 입구에서 고민하는 게 보였다. 다행히 우리 쪽 테이블과 의자가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불러서 붙여드릴게요 하고 옮겨 드렸고 같은 도서전팔찌를 찬 학생분들도 쉴 수 있었다.


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다시 출발. 이번엔 마지막으로 한 바퀴 돌고 정말 나와서 다른 걸 할 예정이었다. 우선 <안전가옥>으로 가서 내가 들은 책을 설명해 주고 사람들이 이거 많이 관심가지더라~ 이거 신간이라더라~하고 알려준 책 중에 냉면이란 책으로 골라서 구매줄로 갔다. 구매줄도 엄청 길어서 눈물이...


아무튼 친구가 줄을 서있는 동안 나도 살 책이 생각났고 은행나무 출판사 부스를 다녀오겠다고 하고 책을 구매한 뒤 다시 만났다. 그동안 중점을 두지 않은 출판사 부스위주로 구경을 하다가 친구가 책을 한 권 더 샀다. 그리고 가볍게 돌다가 친구가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해서 기후위기 쪽으로 가서 비건재료 대체육을 구경했다. 줄이 엄청 긴 부스에서 시식을 해보고 싶다고 하길래 친구는 천천히 구경하도록 하고, 나는 아름다운 책 전시 쪽에 앉아서 쉬기로 했다.


이십 분 후 만나서 나왔을 땐 3시가 넘어어 있었고, 옷 구경을 조금 더 한 뒤 성수동에서 커피와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다시 친구 뒤를 졸졸졸 쫓아 지하철을 탔고, 둘 다 꽤 지친 상태였다.


성수동은 덥고, 사람이 많고, 자리가 없었다. 겨우  난 자리는 계단식 좌석 이었고 그나마 시원하니까 잠시 쉬기로 했다. 수다 떨고 커피 마시고, 당충전도 하고, 잠시 각자 산 책도 읽었을 무렵 5시 50분이었다. 카페를 나와서 저녁을 먹고 서울역으로 가기로 했고, 지나다 본 덮밥집을 가기로 했다. 웨이팅이 조금 있었지만 줄이 길지 않아 금방 먹고 나올 수 있었다. 오늘 먹은 식사는 다 만족스러웠다.


그리곤 서울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가며 기차를 30분 당겨서 다시 예매해고, 가는 길에 양산이 있길래 엄마가 양산 바꿀 때가 생각나서 가벼운 양산을 하나 샀다. 가는 길엔 나란히 앉아서 얘기 좀 하다가 친구는 자고 나는 책을 좀 봤다. 친구는 앞서 내리고 나는 조금 더간 뒤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왔을쯤 10시에 가까운 9시였다.


바로 씻고 정리는 미뤄두고 침대에 누웠는데 잘 섭취하지 않던 카페인을 2잔이나 마시고 콜라도 마셔서 그런지 바로 잠이오진 않았다. 막 엄청 피곤하고 그런 것도 아니어서 뒹굴거리며 사진정리를 하고 1시쯤 잠이 들었고 오늘은 7시에 일어났다.


물을 한잔 마시고 빈둥대다가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기록하는 것 만으로 벌써 한 시간이 흘렀다.

이번 주말도 참 재밌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 주말엔 숨만 쉬어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