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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님 Mar 16. 2024

어찌저찌 1년이 지났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지 하는 놈이 들어왔다. 내가 용케 그만두지 않았군

그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쓸 일이 없었다기 보단 덜 고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글로 풀어서 해소하지 않을 정도의 견딜만한 자잘하고 드문 굴욕감과 약간의 평화로움, 익숙함, 무난한 일상이 흘러갔단 뜻이다.

그냥 그런 무난한 상태로 대전에서의 1년이 흘렀다.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월세집을 연장하고, 짐이 좀 많이 는 것 같다. 코너헹거가 2개 생겨서 겉옷과 잠옷을 작은 옷장에서 분리했다. 잔고장을 내던 예쁜 쓰레기 에어프라이어는 고치기를 포기한 후 아직 버리지 못한 채 덩그러니 놓여있다. 

짐이 늘면서 청소한 티가 덜 나기 시작했다. 물건 줄이기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오래 품고 있던 키보드 하나를 당근으로 내놨다)


그리고 직장에서의 관계가 편해진 만큼 내 입은 경솔해졌다(고 느낀다). 스몰토크도 좋지만 집에 오면 영양가 없는 말을 너무 주고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서로 모를 때야 주고받을 말도 없지만 1년을 동고동락하고 나니 정보값이 늘어 피곤해졌다. 


처음에 다소 힘들게 시작했던 사수와의 관계는 정말 좋은 팀이었다며 다신 이렇게 편하게 1년을 보낼 수 없을 거라는 아쉬움을 남기고 좋게 끝맺음이 되었다. 손 발이 맞기 시작하면서 정말 좋은 팀이었는데 벌써 그립다.


약간의 인사이동이 있고, 나는 폭탄을 떠안았다. 작년 애매한 시기에 들어온 그는 아직도 적응을 못하고 있다. 작년에 어쩔 수 없이 그를 떠안았던 동료는 팀이 바뀌어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나는 불행해졌지만 그때 그 동료는 정말 불쌍했다.


경력은 쥐뿔도 없는 주제에 자기보다 어린 사수와 기싸움을 하던 그는 새 팀을 꾸리는 나에게 일주일 만에 "몇 살이냐"를 시전하고 지시대로 진행하지 않아 일을 번복하게 했으며, 그 일을 수습한 건 나임에도 야근을 하게 되자 "우리 팀은 퇴근해도 될 것 같은데."라는 망언을 했다. 


어쩔 수 없이 중간경력의 내가 떠맡을 수밖에 없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너무 절망스러워서 한숨이 나온다. 덕분에 아주 약간의 호의 섞인 업무분장과 새 업무를 떠안지 않고 하던 걸 해도 되긴 하지만 '그'라는 존재가 너무 크다. 


일단 숨 쉴 때마다 남 탓이 시작된다. 2주 차까진 조심하는 듯하더니 이젠 대놓고 한숨도 쉬고 남 탓도 한다. 기가 막혀 죽겠다. 더 큰 문제는 변명을 하는 건 좋은데 스스로에게도 변명을 한다는 것이다.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 하면 일단 논점에 맞지 않는 변명을 시작한다. 다시 하기만 하면 되는데 주절주절 말이 많아서 지금은 목소리도 듣기가 버겁다. 팀장님이 불러다 얘기도 해봤는데 도저히 말이 통하질 않았다고...


더 큰 문제는 일단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혼잣말로도 변명을 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1시에 메일을 보내야 했다면 뭐 안 보낸다고 죽는 정도의 일을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스스로에게 "아~1시에 알람 맞춰놨는데 40분에 울렸네."라고 중얼거리는 식이다.(말이 되는 소릴 좀 해라) 

남들 같으면 "아이고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네." 할 것을 말도 안 되는 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집도 더럽게 세다. 그래서 일단 주절대기 시작하면 알겠고 네 맘대로 해라. 하게 된다. 나중에 일 두 번 하던지 이 미친새끼야~


그리고 이 새끼가 은근슬쩍 일을 떠맡긴다. 더 기가 막혀 죽겠다. 

복사를 하고 있으면 뒤에 와서 기다리며 선다. 그러다가 나한테 건네면서 "아 대리님 잠시만"이러고 나한테 맡긴 다음에 튄다. 

? 하고 있으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나는 기가 막히지만 일단 참고 그 인쇄물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둔 다음 내 자료를 챙겨서 자리로 온다. 그럼 한참 있다가 와서 하는 소리가 "제건요?"이러고 있다. 그래서 "아까 둔 자리에 있어요." 하면 부장님께 가서 "그 자료는 복사 안 하셨다네요~"하고 말하는 식이다. 

그럼 부장님은 입모양으로 샘님씨 탓을 하는데? 이러는 모양새가 일과이다.


워낙 상식 밖의 인간이라 일일이 뭐라 할 수 없어서 정말 더 이상한 행동 외에는 입을 대지 않고 있는데 (저것보다 더 이상한 행동이 많다는 게 문제) 조만간 폭발할 것 같다. 

세상엔 저런 이상한 놈도 존재한다. 많이.


들어보니 그전에 억지로 어쩔 수 없이 떠맡았던 그보다 어린 사수에게는 별 걸 다 떠넘겼더라. 나는 하나도 해주지 않으니 골이난 모양인데 사소한 걸 해주지 않았을 뿐이지 지금 지가 싸지른 커다란 똥을 몇 개나 치웠는지 모르겠다. 미친놈.


그리고 안 씻어서 미치겠다. 처음엔 그놈이 범인인 줄 모르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역정을 냈더랬다. 그랬더니 눈치를 보는 것 같긴 하다. 냄새가 조금 줄어들었다. 


또 주제도 모르고 "키 큰 여자는 남자 만나기 힘들다"라는 개소릴 하는 바람에 나한테 말로 후드려 맞았다. 나보다 어린데 어쩜 저렇게 우리 아버지 세대도 안 할 소릴 자꾸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주제에 자꾸 평가하고 점수 매기려고 한다. 간식을 나눠주면 "제점수는 10점 중에 9점입니다."이 지랄을 시전 해서 모든 이의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그의 뒤로 막내가 한 명 들어오고 나선 지랄병이 더 심해졌다. 

누가 지 사적인 의견 따위 궁금하다고 했던가! 


역시 이상한 놈은 한 가지만 하지 않는다. 세상은 한 가지만 이상하다고 해서 이상한 새끼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약간의 반면교사를 삼으며 크게 화나하며 살고 있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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