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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리 Mar 26. 2022

지금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

예전의 나에겐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해보기

인간은 정말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을 매번 깨닫는다

매일 밤 상상하며 간절히 바라 왔던 꿈같은 것을 손에 얻고 난 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처음의 감격스러움과 감사함은 잊은 채 익숙함에 속아 그 소중함을 망각하고 만다


그러다 문득 내가 지금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되돌아보게 될 때가 있다

몇 년 전의 내가 꿈꾸고 바라 왔던 일상이, 지금의 나에겐 당연하고 익숙한 매일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여러 가지 묘한 감정이 오간다, 뭐지? 내가 해낸 거구나, 기특하다 나 자신

가끔 이렇게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면서 주기적으로 내 자존감을 챙겨본다


2000년도 초에 이민생활을 했던 우리 가족은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며 웃곤 한다

우리 옛날엔 9.99불 티셔츠 밖에 못 사 입었는데, 지금은 900불짜리 외투도 사 입고, 우리 진짜 성공한 거 아니야? 우리 옛날에 호주에서 우리 가족 첫 차 기억나? 민트색 구형 미츠비시 매그나?

그때 처음에는 그 차에 대해 아무 생각 없다가, 조금 지나서는 다른 친구들 부모님이 타시는 신형 세단 보면서 우리 차가 조금은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었었지

그런데 또 지금 생각해보면 그 차, 클래식하고 너무 힙해, 멋졌던 것 같아, 그런 빛바랜 민트 색에 각진 디자인 요새는 없는 거잖아 그땐 이렇게는 생각 못 해본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네


약간의 알바 정도만 하면서 월에 몇 십만 원으로 놀고먹었던 시절의 나는, 제대로 된 직장인의 월급을 받아보고 싶었고 첫 월급이란 것을 받았을 때는 잠시 동안 뿌듯했다

하지만 여느 직장인이 다 그렇듯이, 모자라다,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차츰 월급에 대한 감흥이 줄었고, 몇 번의 이직을 통해 연봉과 월급의 앞자리가 바뀌었을 때는 짜릿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벌써 또 지금의 월급 액수에 익숙해지고, 씀씀이도 여기에 맞춰지면서, 이전에는 카페에 가서 음료를 고를 때 가격도 그 고민의 요소에 포함이 되었지만, 

지금은 원두의 바디감이 어떤지, 산미가 적은 지 등을 따지면서 흥미롭다 생각이 들면 7천 원이 넘어가는 비싼 커피일 지라도, 가격에 대한 생각 없이 흔쾌히 친구에게도 '내가 쏠게'라고 하는 (이전의 내가 보기엔) 멋진 내가 되었다


예전의 나에 비해, 지금의 나는 확실히, 더 풍족하게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어감에 따라 수입도 증가하게 된 것이고 나만의 가치관도 점점 그 윤곽을 갖춰가게 되면서 얻은 여유겠지만

지금보다 더 아는 것도 적었고, 돈도 없었고, 미성숙했고(물론 지금도..), 남의 시선도 많이 신경 썼던 예전의 나는 어느덧,

꼴에 어느 정도 안답시고, 오만함과 까탈스러움을 갖추게 되었고, 내 한 몸 건사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게 되면서 누구에게도 의지할 필요가 없게 되어 약간의 자만심, 또는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태도를 얻게 되었다

물론 남의 시선은 아직도 어느 정도 신경 쓰고 있지만, 이제는 웬만해서는 기가 죽지 않는 나름의 당당함, 혹은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생겨가고 있는 것 같다


더 올라갈 여지는 무한하기에, 더 위를 바라보면서 계속 더 높은 목표를 이루어가며 성장해갈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앞으로 나아가고,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로 가고 있을 미래의 내가 너무 기대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되, 현재에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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