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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다 이야기 Feb 13. 2024

억울함

신정도 구정도 다 지나고 이제 본격적인 갑진년의 시작이다.

촉촉한 흙을 뚫고 힘차게 올라오는 새싹처럼 활기찬 에너지를 받고 뻗어가야 하는데 의욕도 없고 컨디션도 별로다. 어젯 밤 평소처럼 자리에 누운 것 같은데 아침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지 못했다. 

늦잠으로 온 몸이 퉁퉁 붓고 쑤신다.  

부정적 감정 에너지체는 마치 독소처럼 온 몸에 퍼진 느낌이다. 


구정일인 갑진년 병인월 갑진일부터 남편과 냉전중이다. 

투닥거리면 그 자리에서 풀던가 그날 바로 해소하는 편인데 이렇게 며칠이 지속된 것은 처음이다.

나는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대화 중 목소리가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런 감정이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남편은 화내지 마라, 소리 지르지 마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화가 난다. 

한 두번도 아니고 한 두달도 아니고 일 이년도 아니고 몇 년 째, 우리의 대화에서 반복되고 있는 부분이다. 

나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는데 왜 화가 났다고, 소리를 지른다고 받아들이고 그렇게 말하지 말라는 건지, 

나는 억울하다. 


각자의 언어로 시작하여 영어라는 공동의 종착지로 오면서 의도가 오로지 전해지지 않는 건지 다소 하고 싶은 말보다 직설적인 느낌의 문장을 자주 말하는 것도 거슬린다.

내가 봤을 때 그렇게 심한 경우가 아닌데도 남편이 You are terrible, You are rude 라고 말할 때면 기분이 더러워진다.  내가 가지고 있는 terrible, rude라는 의미의 정도가 나쁨을 넘어 혐오스러움의 느낌도 같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화 언어가 한국어도 스페인어도 아닌 영어라는 점은 마음에 든다.


아무튼 남편과의 대화에서 자꾸만 오해를 받고 억울한 감정이 드는데 너무 화가 나서 대화하고 싶지가 않아졌다. 내면의 모습을 비춰 보여주는 고만운 상대임을 알면서도 그 상대가 마치 '가해자'인듯 '탓'하는 것도 방어기제 중 하나라는 것도 안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아직, 내려놓고 싶지 않다.  이 마음 역시 인정해 본다. 

그래, 그럴 수 있지. 

.

억울하다. 억울하다.  

내 안에 억눌러온 억울함이 올라와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이 억울함을 당분간 느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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