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마다 책을 읽는 목적과 책을 통해 배우는 것, 읽는 책의 종류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책과 친하지 않았던 나는 20대 후반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독서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해마다 50권 정도의 책을 읽고 읽는 지금은 독서가 일상에서 적지 않는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스페인으로 이민오고 나서는 전자책을 주로 이용한다.
전자도서관이 있어 참 다행이다.
독서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한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편이었는데 요즘엔 세 네권의 책을 번갈아가면서 읽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진도가 잘 나가는 책도 있고 몇 주째 손도 대지 않는 책도 생긴다.
자기계발서를 한참 읽을 때도 있었고, 독서 모임을 하면서 문학을 접하기도 했지만 주로 코칭, 심리, 마음챙김 등 일과 관련된 책을 가장 많이 보는 것 같다.
관심사가 생겼을 때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책인데 관련 책들을 여러권 읽고 나면 전문가 못지 않게 많은 지식이 쌓이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전문 학위, 석사, 박사 타이틀을 가지지 않아도 전문 프로 코치로, 마음 챙김 상담사, 명리 상담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에는 책의 덕을 참 많이 봤다고 생각한다.
독서하는데 있어서 경계하는 부분 중 하나는 다양한 부류의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는 것.
자기계발서, 소설, 클래식, 에세이, 영성 도서, 학습서 등 모든 책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는데 사실 내 입맛에 잘 맞는 책에 치우쳐 주구장창 읽으려고 한다.
심리, 감정관련 책을 읽으며 열심히 공부하다가 멋진 소설을 읽고 나면 글을 통해 느낀 감정의 잔상이 오랫동안 남으면서.. 심리책 몇 권을 읽은것 같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에세이를 읽을 때면 "내가 이 시간에 내 일에 도움이 되는 책 한권이라도 더 읽고 배워야 하는거 아니야...?"라는 생각과 함께 시간을 제대로 쓰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죄책감이 올라올 때도 있다.
그런데 기발한 글 스타일과 흥미로운 내용이 들어있는 에세이를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빠져 들면서 기분전환이 된다.
예전에 아는 코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책을 읽는 것은 맛집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소문난 맛집에 갔는데 예상만큼 맛있는 한 끼를 먹을 때도 있고 생각보다 맛이 없을 때도 있다고,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이는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올 때도 있다고. 맛이 있든 없든 만족스러웠던 그렇지 않았든 한 끼를 먹었고 또 시간이 지나면 다음 식사를 할 거라고.
독서는 참 재미있다.
편하고, 쉽고, 핸드폰을 만지거나 딱히 할 것도 없는데 소셜 미디어에 접속해 스크롤을 내리는 활동보다 유익하고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에는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잘 보면, 스페인어 학원에서 내준 밀린 과제가 하기 싫을 때 어렵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생각하기 싫을 때, 해야 할 업무가 쌓여있지만 귀찮을 때, 책을 펼쳐드는 경우가 참 많다. 아주 많다.
뭔가 창의적인 결과를 내야 할 때, 생각하는것이 귀찮고 잘 되지 않을까봐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이 올라올 때 '독서 활동'으로 숨어버리는 나 자신을 종종 발견한다.
왜?
Input은 쉽고 Output은 어려우니까.
Input은 확인할 수 없고 Output은 결과물로 확인이 가능하니까.
아무튼, 내가 가진 책의 의미는
배움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존재.
모르는 세계에 대한 간접 경험을 시켜주는 존재.
내면에 잠들어 있는 인간의 본성, 마음, 감정을 꺼내주는 존재.
일하기 싫을 때 이용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하게 해주는 존재.
책은 여러모로 도움이 참 많이 되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