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북이 Aug 14. 2024

05. 딸아이는 예뻐야 한다는 망상

외모보다는 개성

‘홀리는 누구를 닮았으면 해?’ 어느 평범한 저녁 가지런하게 놓인 반찬과 밥을 먹으며, 아내와 함께 태어날 딸의 외모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 아내를 닮았으면 하는 부분: 얼굴형태(둥근형), 눈(큰 눈), 입, 면역력, 밝고 투명한 피부 
- 나를 닮았으면 하는 부분: 코(오뚝 선 콧날), 머리숱


그리 진지하지 않고 가볍게 오고 간 대화였다. 우리 둘은 아이의 외형적 모습이 대체적으로 아내를 닮았으면 좋겠다는 데 동의했다. 우리를 닮은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며, 아이의 외관을 상상 속에서 마음대로 그려 보았다. 아빠를 판박이처럼 닮은 연예인 딸들의 모습이 순간 떠올랐지만, 화들짝 놀라서 그 생각을 지웠다.


그날 이후, 심각하게 아이폰 메모장에 글을 써 가며 아이의 외모에 대해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보았다. 왜 나는 홀리가 예뻤으면 하지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여자는 예뻐야 한다’는 남성 중심의 사회적 발언이 통용된다.


아마도 이 말은 예쁘다고 평가받는 여성은 타인에게 이끌림을 주어, 사회 활동이나 결혼 등의 제도 등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여자는 예뻐야 한다’는 말의 기원을 스스로 깨닫게 되니, 딸의 아버지로서 이 말이 무의식 중에 나에게 들어와 체화되는 것을 조금 더 경계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딸이 살아갈 사회는 외모와 성별에 있어서 차등되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대신, 딸이 외모 대신 후천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개성으로 사회에 몫을 다하는 구성원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나는 ‘남자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야 하고, 여성은 예뻐야 한다’가 인간 각자가 가진 고유한 개성을 없애고, 사람을 획일화시키는 틀에 갇힌 사고라고 생각한다. 앤디 워홀 그림에서 격자무늬로 수없이 반복되는 공산품처럼 사람을 똑같이 찍어내는 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생각에 동조하여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생각의 범위에 비껴가 있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더욱 고립될 수 있을 것이다. 획일화는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에, 다수가 소수를 배척하고 혐오하는 사회가 계속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 현재 존재하는 극심화 된 양극화 갈등처럼..


나는 홀리가 사회가 정한 미적 기준(외모)을 충족시키기보다, 자신이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자기 주도적인 미적 기준(개성)을 개발하고 확장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홀리가 가질 매력적인 개성이 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발휘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창조적 사회를 만든다. 사람들의 개성을 지켜내고, 다양한 개성이 화합되게 하며, 평범함이 볼 수 없는 시각을 만들어 낸다.


홀리가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고유한 개인으로 이 사회에서 인정받게 되기를 꿈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