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디깅: 일본 가방브랜드
Yosida & Co Porter
오랫동안 꾸준히 메고 있는 가방 브랜드가 있다. 3년 전 아내가 생일에 선물해 준 가방이다. 로고는 다이아 몬드 모양에 영문으로 porter라고 쓰여있다.
사실 선물 받기 전 이 브랜드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의 첫 반응은 아내가 바라는 반응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살짝 시큰둥한 표정으로 쇼핑백에서 가방을 꺼내었다. 가방은 선명한 주황색의 더스트백에 신비롭게 쌓여 있었다.
더스트백에서 가방을 꺼낸 뒤 이리저리 가방을 메보며 거울에 있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오 느낌 좋은데?’ 유광 광택의 검정 크로스백은 그날따라 내 몸과 일치되어 한 몸처럼 보였다. 이후 포터는 나의 데일리 가방이 되었다. 간편하게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멋 내고 싶을 때 셔츠를 입어도 어떤 룩에나 모두 잘 어울렸다.
포터를 메고 약속에 나갈 때, 일터에 있을 때 가방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이도 많았다. ‘가방 잘 어울린다.’ ‘좋은 가방 메고 다니네?’ 유행을 따르지 않아서 돋보이지 않으나 자연스럽게 스타일에 녹아드는 이 가방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나의 정체성과 부합했고, 고맙게도 사람들은 이것에 공감해 주었다.
포터가 나에게 애정하는 브랜드로 남게 된 이유는 뭘까?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을 파보고 싶어 이 글을 적게 되었다. 포터는 어떻게 성실하게 사람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 왔는지 함께 살펴보자.
포터의 기원
1935년 요시다 기치조가 포터의 모회사인 Yosida & Co 도쿄에 설립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용품을 생산하다 전후엔 민수용 가방을 제작했다.
회사 설립 후 초기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으로 타브랜드 제품 생산에 집중했다. 그러다 1962년 고급 가방을 만든다는 욕망으로 자체 브랜드인 포터를 론칭한다.
포터 영단어는 호텔이나 역에서 고객의 가방을 들어주는 짐꾼을 의미한다. 포터가 고객의 짐을 소중히 다루듯 ’ 가방을 만드는 장인으로서 사용자에 대한 세심함 배려‘를 담겠다는 철학이 브랜드명에 담겨 있다.
장인이 만드는 가방
포터는 소재선정부터 가방 제작 및 수선까지 제품을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장인정신을 추구한다.
소재 연구 전담팀이 있어, 신소재를 독자 개발하고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가방의 성격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한다. 방수성/발수성 그리고 색감까지 평가하여 우수한 소재가 하나의 제품으로 탄생한다.
나일론 트윌: 3층 레이어로 구성된 소재로 겉감은 매끈하고 광택이 난다. 중간 레이어는 폴리에스테르 솜으로 구성되어 있어 충돌 시 내용물을 보호한다. 안감은 오렌지 나일론으로 미국 공군 항공 점퍼의 내피인 오렌지색에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강렬하고 스타일리시한 이 색은 포터 가방을 상징하는 하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장인이라는 정신에 맞게 제품 제작은 대규모 공정을 통해 진행되지 않는다. 장인 네트워크나 소규모 공장을 통해 섬세한 제작을 하고 있다. 특히 제품 별로 특화된 장인팀을 구성하고 있어 능숙한 숙련도로 최상급 품질을 유지한다. 장인의 손을 거친 제품은 요시다 본사에서 검수를 진행하며, 바느질 폭, 봉제 강도 등 엄격한 사양을 준수해야 한다.
포터는 고객과의 관계를 가방을 파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포터를 선택한 고객과의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노력을 취한다. 심지어 1983년의 모델도 수선할 수 있도록 부품의 재고를 관리하고 있으며, 수선을 의뢰한 가방은 장인에게 보내져 고쳐진 뒤 고객의 손으로 돌아온다. 고객은 시간이 지나 해져 가는 가방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쓰면서 나만의 가방으로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가지며 브랜드와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 간다.
브랜드 총평
포터는 아시아 프리미어 가방 브랜드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시간의 흐름 속에 잊히고 사라지지 않았던 이유는 장인정신이라는 브랜드 철학이 계승되어 왔기 때문이다.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에서 장인 정신이라는 한 가치를 바라보고 있다. 포터는 대량생산 판매를 지양하고, 제품에 대한 품질을 높인다. 오프라인 판매가 주가 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희소성도 있다.
유행하는 흔한 가방과 모양새는 닮지 않더라도, 포터 브랜드의 정신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이 가방을 선택한다. 장인의 손에 탄생한 특별한 가방에 아끼는 소지품을 보관하고, 또 가방 자체로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한다.
지하철에서 포터 가방을 멘 사람을 발견하면 괜스레 드는 반가움이 있다. 이 사람 뭘 좀 보는 안목이 있네?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자부심을 갖게 하는 브랜드이기에 포터는 특별함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