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생후 3개월 정도부터 유치가 빠지고 6개월 안에 영구치로 바뀐다고 한다. 베리를 처음 데려왔을 때가 태어난 지 4개월 정도 되었을 때니까 딱 겹치는 시기이다. 이때부터 이 닦기 연습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일찍 습관이 형성되는 게 좋기 때문에 이갈이 시기부터는 이 닦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나는 특히 이 닦기에 집착적인 면이 있다. 고양이 말고 스스로에게도 그렇다. 어린 시절 충치가 가끔 있어서 치료를 할 때면 너무 무섭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치과에서 나오며 다시는 이가 썩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그 뒤로 정말 충치는 없었다. 또 입냄새가 날까 봐 그러기도 하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입냄새가 나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고양이들의 양치에도 열을 올린다. 베리가 애기 때부터 어떻게 습관을 들였는지 보자면, 처음엔 칫솔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래와 같은 순서로 점차 습관을 들였다.
1. 이를 2초 정도 만지는 놀이를 한다 생각하고 성공하면 간식을 준다.
2. 손을 깨끗이 씻고 손가락에 치약을 묻혀서 이를 살살 문질러준다.
3. 점차 칫솔을 사용한다.
추가적으로 내가 했던 것들.
- 양치 시간을 불규칙하게 한다.
고양이는 하루에 1번으로 족하다는 생각에 저녁이나 자기 전에만 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시간대와 분위기를 느끼고 고양이가 도망가거나 실랑이하다 보면 더 스트레스받는다. 저녁시간이 아닌 낮 시간대에도 갑작스레 닦아준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칫솔질을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이건 사실 작고 개인적인 의견이다. 도움이 될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 아이가 좋아하는 치약을 찾아본다.
처음에 썼던 요거트맛 치약보다 더 기호에 맞는 치약이 있을까 찾아보니 치킨맛 치약이 있어 교체했더니
베리는 확실히 좋아한다.
베리의 양치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베리는 이를 잘 닦는다. 처음에 안아서 데려올 때는 도망을 가긴 하지만 칫솔을 꺼내면 순순히 치아를 내주고 잡지 않아도 도망도 가지 않는다. '앙냥냥냥' 거리면서 칫솔을 씹는다. 너무 쉬워서 한 손으로 닦을 때도 있다. 문제는 아서다. 아서는 길냥이 출신으로 조기 교육이 되지 않아 칫솔질을 정말 싫어한다. 위의 놀이 훈련부터 몇 달을 시도해 봤지만 실패했고 계속 츄르 훈련만 하다가는 이가 다 썩을 것이라고 판단해 그냥 살살 잡고 양치질을 한다. 폭 안고 두 팔을 안전하게 잡는다. 칫솔을 들이대면 고개를 휙 휙 칫솔 반대 방향으로 돌려 피한다. 그래도 요즘엔 아서도 많이 나아져서 살며시 손을 놔도 가만히 누워 있는다. 베리처럼 '앙냥냥' 씹기도 하는데, 한 아이에게서만 볼 수 있던 행동이 다른 아이에게서도 보일 때의 느낌이 좀 신기하고 감동적이다. 자기들끼리도 배우는 것 같아서.
베리를 데려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주말, 집에서 아내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자기야! 베리 이빨이 빠져버렸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내가 소리쳤다. 어디에 부딪치기라도 한 건가. 공들여 관리해 온 베리의 이빨이 갑자기 왜 빠진단 말인가. 부잡스러운 베리가 뛰어다니다 벽이나 모서리 같은 곳에 부딪친 게 틀림없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확인해 보니, 유치였다. 웃기게도 양치 조기교육은 생각했으나 유치가 나고 빠진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제야 어릴 적 아버지가 실로 묶어서 뽑아주시던 유치의 존재가 떠올랐다. "어, 저기 새 지나간다! (툭)" 뽑힌 이는 까치였는지 까마귀였는지가 물어가 새 이를 갖다 준다 하여 하늘 높이 던졌던 것 같다. 느닷없이 뽑히기도 했고 시간도 오래 지나 우리도 유치가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래서 아내는 베리의 이가 무슨 사고에 의해 빠진 걸로 착각하고 그렇게 울먹였던 것이다. 아무튼 다행이었다. 까치가(혹은 까마귀가) 곧 새 이를 가져다줄 테니 말이다. 나중에 알았는데, 고양이는 보통 빠진 유치를 스스로 삼켜버려서 보기가 힘들단다. 운 좋게 발견하면 보물처럼 간직하곤 한다. 하찮을 정도로 작지만 거대하게 귀여운 베리의 유치는 까치에게 던져주진 않았는데 사실 어디 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분명 보관은 했는데. 유치란 이렇게 경황없이 나고 뽑히고 잊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