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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해호 Harry May 19. 2023

고양이는 사냥이 필요해

    언제부턴가 베리가 말이 길어졌다.  "냐아아아아아아-" 목청 좋게 운다. 시간은 새벽 4시, 정말 깨기 싫은 시간대다.  울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베란다 쪽에서 쿵. 방 문 앞에서 쿵. 몸을 부딪쳐가며 불만을 표시한다. 일어나 베리를 말리려는 아내에게 말한다.


"참기 힘들고 안쓰러워도 꾹 참고 반응하면 안 돼. 습관 되면 새벽마다 일어나 놀아줘야 된다.."


잠시 노력하지만 완전히 잠이 달아나버린 아내는 일어나서 낚싯대를 흔다. 리가 새벽부터 이러는 데에는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 낮 시간대 집을 비우고 놀아주지 못하니 적막한 집에서 잠만 자고, 돌아와서도 몇 시간 왔다 갔다 하다 잠들어버리니 새벽에야 분통이 터지는 것이다.


    고양이의 사냥놀이도 강아지 산책 시키기 만큼이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결코 덜하지 않다. 주로 낚싯대에 조그마한 벌레 모형 같은 걸 달아 움직여 주는 걸 좋아한다. 막 흔들면 안 되고 영혼을 담아 벌레의 움직임을 묘사해 주어야만 엉덩이를 씰룩씰룩 대다가 튀어온다. 일단 한 번 불이 붙으면 죽어라고 쫓아오는데 이때 또 불규칙한 속도와 방향 전환으로 실과 같은 상황을 경험시켜 준다. 캣폴과 책상 등 수직 공간까지 활용해 요리해 주면 신나 자지러지는 거다. 


    '고양이 새벽에 우는 이유', '새벽마다 고양이가 우다다해요ㅜ' 키워드로 검색량이 많은 걸로 보아 우리 아이들만 특이하게 하는 행동은 아닌가 보다. 집집마다 고양이들이 새벽에 깨우는 모습을 상상하면 웃기기도 하. 고양이가 새벽에 울고 우다다하고 자기들끼리 투닥거린다면 해결책은 딴 게 아니다. 사냥 놀이를 해줘야 한다. 리노이 주립대의 야생동물 연구소에서  47마리의 양이에게 장치를 달아 조사한 결과, 집고양이의 평균 행동반경은 약 6,000평(축구장 3개), 길고양이는 그의 10배인 약 6만 평(축구장 30개)이며 어떤 수컷 길고양이는 약 165만 평(축구장 826개) 정도였다고 한다. 이 정도로 넓은 영역을 자신의 구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집에서 답답하진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이 연구 결과를 보니 걱정이 좀 더 커진다. 산책을 시킬 수 없다. 보통 고양이는 스트레스를 받고, 또 어떤 조사에서 산책을 하는 고양이가 아주 높은 확률로 실종된단다. 하네스, 목줄을 사용해도 마찬가지니 방심은 금물이다. 그러니 사냥 놀이를 하자. 강아지 산책 시키듯 고양이들도 해소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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