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쇼핑몰에서 그림을 하나 샀다. 물론 프린트본이다. 플라스틱 수지 프레임 캔버스로 표구된 것이다.(사진 1) 언젠가는 진짜 작품을 사서 걸어보자 하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럴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
그동안 산 프린트본 중에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니콜라 드 스탈(Nicolas de Staël; 1914-1955)의 <Fiesole>이다.(사진 2) 한동안 연구실에 걸어두고 잘 지냈다. 저 흰색과 푸른색을 보면 왠지 모르게 좋았다.(좋았다는 말은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는 뜻이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 구득한 그림(40×60cm)은 누구 작품인지 모른다. 설명도 없다. 굳이 알고 싶지 않다. 그런데 보는 순간 곧장 내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좀 더 밝았으면 좋았겠다 생각하기도 했지만, 어두워서 더 낫다고도 느꼈다. 침대 머리맡 건너 벽에 걸어두었으니,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불러일으켜 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