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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카기 Jul 11. 2024

날 버렸어도 나를 기억해 줘요

동물자유연대에서 발표한 <유기 유실 동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에 135,800마리로 가장 많이 유기된 이후로 유기 동물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아주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22년에는 113,400마리가 유기되어 구조되었다. 덜 버렸으니 덜 구조되었다는 합리적인 추측이 가능하다. 개와 고양이 모두 구조되는 수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고양이에 대해서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부분이 있다. 유기된 전체 수와 관계없이 구조된 고양이의 절반 이상은 보호소에서 죽는다는 점이다.


22년도 구조된 고양이 31,525마리 중에서 16,690마리가 보호소에서 죽었다. 52.9%. 구조된 고양이 절반 이상이 보호소에서 죽었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의 생태 특성상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죽은 고양이를 자연사라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고양이가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야 죽음에 이를 수 있는지를 상상해 본다면 고통사 혹은 폐사라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고양이를 버리는 것은 고양이를 죽이는 일이다. 구조되지 않고 길에 남게 된다면 천천히 고통을 느끼면서 죽어가는 것이고, 구조되어 보호소로 간다면 순식간에 목숨을 끊어질 만큼 극악의 고통을 느끼며 죽이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간 고양이 비율은 1.3%. 고작 398마리 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고양이를 버리고 싶으면 직접 죽였으면 좋겠다. 그것이 더 고양이를 위한 방법이다. 고통 없이. 그리고 혹시 실수로 고양이를 잃어버린 분들은 최선을 다해서 포기하지 않고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끝까지 집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눈이 아주 이뻤던 흰둥이를 찾는 전단지는 없었다. 세 달 정도 아파트에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밥을 먹으면서 지낸 흰둥이는 검둥이가 되어갔다.


그러다 결국 아파트 301동에 살고 계신 아저씨가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흰둥이를 버린 놈들에게 쌍욕을 퍼붓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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