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룸펜 Dec 22. 2023

물금 보내는 남자

스토리 크리에이터 선정



  물 같은 금요일을 보낸 지 오래되었어요. 


  저에게 금요일은 글을 쓰는 날이었던 것 같아요. (결혼 활동에 미쳐 있던 때는 제외하고요… 하하하)

  언젠가 글쓰기를 업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서, 브런치에 2년 반 동안 글을 썼어요. 몇 가지 주제를 시도해 봤었는데요. 그런데 이 카테고리로는 (저는) 안 되는 것 같네요. 게다가 먹고사는 글쓰기의 측면에서 본다면, 저로서는 이 주제로 ‘브런치 대스타’라도 되지 않는 이상은 확장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거든요.


  게다가 요즘은 남자들이 결혼에 관심을 잃어버려서, 제 입장에 공감하는 남자도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웃음)

  정말로 그래요. 저의 구독자라든지, 브런치북 읽은 사람 통계를 보면 대부분이 여성이에요. 게다가 저란 놈은 일반적인 남자의 성격에서도 꽤 동떨어진 인간이거든요. (홍대병이 아니라…) 그래서 보편적인 남성성을 호소하기도,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브런치에서 떠나겠다는 내용을 지난 금요일에 써두고 발행을 미루고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심사받는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 해서 진작에 포기하고 있었어요) 엊그제 수상자 발표가 있었죠. 저에게도 이메일이 한 통 왔어요. 스토리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어요. 공모전 출품작의 심사 때문에 미뤄둔 신규 크리에이터 지정을, 일시에 처리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아무튼 저도 드디어 칭호를 얻게 되었네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배지가 필명 옆에 달렸어요.


  그러나 솔직히 별로 기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고민을 시작했죠.

  ‘소모될 뿐인 나는, 계속 이런 글들을 써야 하나?’

  혼돈이 깊어지는 이틀을 보냈어요. 사실 저에게는 다른 계획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하필이면 지금이라니! 브런치팀으로부터 절묘하게 ‘밀당’을 당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지금의 이 글에는, 이별의 말과 지속의 말이 혼재되어 있어요. 그만두겠다는 원래의 내용에 약간의 희망을 담아 수정을 더한 것이기 때문이죠. 아마도 저는 ‘밀당’에 넘어가 버린 게 아닐까요? (웃음)


  지금껏 브런치북을 6개쯤 만들었는데요. 몇 개를 제외하고는 비공개로 돌렸어요. 특히 저의 눈물겨운 결혼 활동 이야기를 담은 <혼활을 달리는 남자/결혼 운수 없는 날> 시리즈는 저의 과거가 날것으로 많이 담겨 있어서 말이죠. 공개해 두는 것에 부담이 늘 있었거든요. 브런치 대스타가 되지 못 했는데, 느껴볼 왕관의 무게 따위도 없는데, 이 부담감은 저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압도적인 부끄러움이거든요. (웃음)


  지난 2년 반은 진심으로 노력했던 시간이었어요. 브런치 공모전을 위해서 휴가를 전부 쓰기도 했거든요. 미련 남지 않을 만큼 노력했어요. 아쉽게도 이룬 것은 없지만, 덕분에 글쓰기 실력이 조금은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원래 계획하던 새로운 여정이 뭐냐면요.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들어서 (브런치 또는 다른 플랫폼에서) 다른 카테고리의 글을 시작하려고 했어요. 실용적인 소재를 골랐거든요. 이번에는 처음부터 비즈니스로의 확장이 가능한 종류의 글쓰기를 하려고요. 저의 소중한 구독자분들과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이곳에서 다른 주제로 계속해서 쓰고 싶은 생각도 물론 있었죠. (계속해서 고민한 부분인데요)


  그런데, 글쎄요, 뭐랄까요. 결혼 못 해서 ‘징-징 거리는 글을 한참 써오다가’, 갑자기 주제의 대전환을 해서 무언가를 가르치고자 하는 글을 쓰며 ‘엣-헴 거리게 된다면’ 좀처럼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저는 제법 자기 객관화가 되는 사람이니까요. (수많은 선개팅과 이별 경험들 덕분일 듯, 하하하)


  “결못남 세계관을 잃으면 안 된다”라며 제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고 말이죠.

  그러니 가끔은 이 결못남 페르소나로 접속해서 (이어지는 세계관의) 글을 남기도록 할게요.


  아니, 아니, 무려 ‘스토리 크리에이터’가 되었으니 가끔보다는 더 써야겠죠?


작가의 이전글 결못남 일기(05) - 동메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