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건립된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은 지상 3층 규모로 실제 돌고래의 모습을 가까이 살펴보면서 해양포유동물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곳이다. 장생포 노을길 해양공원 안에 있는 고래생태체험관의 거대한 수족관은 지상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져 있다. 돌고래 수족관을 주축으로, 다양한 바다 물고기 수족관, 생태 전시관, 과거 고래잡이 생활상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실물을 축소시킨 미니어처들로 전시되어 장생포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인간은 선사시대부터 고래를 사냥해 왔다. 우리나라는 1985년 11월 1일부터 연안에서의 포경 어업을 공식적으로 금지했고, 국제포경위원회(IWC)는 1986년 상업적 포경 어업의 금지를 공식적으로 결의했다. 이는 고래만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 20년간의 대규모 포경으로 인한 고래 개체 수 급감을 막기 위한, 인간의 생존을 위한 이기심의 산물이기도 했다. 고래는 지금도 인간이 무분별하게 버린 각종 해양 쓰레기 더미와 급격한 기후변화로 고통받고 있다.
장생포 고래생태 체험관에서 편하게 앉아 큰 돌고래의 유영을 바라보면서도 마음이 조금 짠했다.
이곳 대형 수족관에서 건강하게 보호받으며 생활하고 있다지만, '우리 친구'라는 이름으로 갇혀 지내는 모습이 애잔해 보였기 때문이다. 돌고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보면 볼수록 선한 눈과 미소 짓는 듯한 커다란 입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큰' 우리의 선한 친구'임이 분명해 보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QRV-K5y2QVw
대형 수족관에는 네 마리의 돌고래가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울산시 주민증까지 발급받은 시민이다. 폰으로 찍은 주민증과 유영하는 고래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그 이름을 맞혀보고 싶었지만, 잘생긴 고래 네 마리가 어찌나 똑같아 보이던지 그냥, 가족이니 닮았거니 하고 포기했다. 돌고래 수명은 종에 따라 다르며, 야생에서는 대체로 30~50년으로 알려져 있다.
https://www.youtube.com/shorts/e4wacFN7zCI
고래는 우리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존재이지만, 왠지 친구같이 다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론 위대하고 거룩한 상상의 동물로 느껴지기도 한다. 선사시대 울산 반구천 암각화, 하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Moby Dick ·1851),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노키오’(1940)부터, 송창식의 노래 '고래사냥'(1975), 최인호의 장편소설 '고래사냥'(2018년)을 비롯 최근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이’(2022)까지, 우리에게 고래는 문화의 아이콘이자 수많은 상징적 우상으로 늘 함께 살아왔다.
7천 년 전 세계 최초 고래사냥 장면이 담긴 '울산 반구천 암각화'의 고래는 5천만 년 전, 네발로 육지에서 살았던 '파키케투스'는 생존을 위해 바다로 돌아갔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생명체는 바다에서 육지로 삶의 터를 바꾸었는데, 고래는 그 반대였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 파키케투스(Pakicetus): 신생대 에오세 초기(약 4,900만 년 전)에 살았던 포유류이며, 현재 알려진 한으로 최고의 원시적 고래류이다. 화석은 파키스탄 북부 및 인도 서부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속명의 뜻은 화석이 발견된 파키스탄(Pakistan) 파키스탄)"과, 그리스어로 '고래'를 의미하는 'cetus'가 합쳐진 '파키스탄의 고래'를 의미한다. 파키케투스는 늑대와 비슷한 포유동물이었으며, 몸길이는 약 1 ~ 2 미터 (3.3 ~ 6.6 ft)였다. 고래의 조상이지만, 현생 고래류와는 매우 다르게 생겼으며, 몸의 형태도 해양 생물보다는 육지에 사는 발굽이 있는 포유류와 더 유사했다. - 자료 출처: 위키백과
고래 가족이 살고 있는 대형 수족관은 1층에서 3층까지 이어지므로 체험관 동선도 1층에서 3층으로 이동한다. 우리는 3층 옥상 전망대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2층 전시실은 마지막에 들렸다.
고래생태관은 고래를 만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단연 돌고래가 주인공이지만, 1층엔 수족관 별로 다양한 어종도 전시하고 있다.
어류 수족관에서는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다양한 열대어들과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어종들이 살고 있다. 각 수조마다 어떤 종류의 물고기들인지 상세한 설명과 사진이 곁들여져 있어 나 같은 문외한이 관람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어종을 만나다 보면, '신기한 예쁜 물고기 구경'을 하려던 단순했던 생각이 좀 복잡하게 바뀌고 있었다. 모든 생물들이 살고 있는 서식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극심한 기후변화와 해양환경오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바다에서 살고 있는 여러 생물종도 우리와 이 파란 별 지구에서 함께 공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고래 생태 3층 수족관
3층 수족관 물이 1층보다 맑아 보인다. 수심이 깊기 때문인 것 같다.
수심이 1층에서 3층까지다 보니, 돌고래 가족이 모두 1층으로 내려가면, 그동안 3층에선 돌고래를 볼 수가 없다. 대부분 함께 이동하고, 같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 사이가 참 좋아 보인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3층 수족관에서 찍은 돌고래 가족의 모습
이날(10월 24, 금)은 아침부터 날씨가 잔뜩 찌푸려 있더니, 간간이 빗방울도 흩날렸고, 바람도 강하게 불었다. 힘차게 유영하는 고래를 네 마리씩이나 이틀째 만나 흥미롭던 기분을 시샘하듯, 날씨는 점점 더 심술쟁이가 되어갔다. 드센 바닷바람에 휘청일 때마다, 업 되었던 기분이 슬며시 가라앉곤 했다.
2층에서는 1950년대~1970년대 장생포 마을을 디오라마로 만날 수 있으며, 15분짜리 4D영상도 시청할 수 있다. (4D영상은 별도 티켓 구매) 어린이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실감 영상으로 진동, 물, 바람 등의 영상 속 효과들을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옛 장생포 마을 디오라마
고래생태 설명회는 평일 오전 11시, 오후 1시 30분, 4시 30분 세 차례 진행되며, 주말에는 두 차례 진행된다. 설명회는 돌고래쇼가 아닌, 돌고래 생활에 대한 해설과 안내라고 한다. 먹이를 먹는 돌고래 모습도 볼 수 있어 어린이들에 인기가 있다.
특히, 돌고래 가족이 해설사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정겨운 모습에서는, 돌고래의 손 터치와 높이뛰기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전날도 오후 늦게 입장했고, 다음 날에도 오전 10시경에 입장했다. 설명회는 자연스레 패스했지만, 돌고래와 손 터치(물론 수족관 벽을 사이에 두고)를 해 보았으니, 이로도 행복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는 가족들은 설명회 시간을 맞춰 가는 것이 좋아 보인다.
이제, 고래 생태체험관 뒤쪽에 있는 '울산함'으로 향한다.
지금은 폐선이 되어 장생포 고래문화 특구, 울산항 한쪽에 정박된 채 관광객들을 맞고 있으나, 대한민국 최초의 호위함으로 그 웅장한 규모가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