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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 Mar 09. 2024

현대성

에리히 프롬과 무라카미 하루키

에리히 프롬은 익히 알려져 왔듯이 , 사회와 자아의 관계를 사회심리학적으로 탐구한 심리학자이다. 그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현대성에 대한 고찰'이다. 그는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이 가질 수밖에 없는 명확한 한계를 지적한다. 자본주의적 시스템화된 사회에서 하나의 인간이 아닌 하나의 부품이 되어가는 현대인들의 삶의 공허함을 그는 꿰뚫어 본다.


그는 이미 거짓된 자아로 자신을 꾸며내는 현대인들의 sns 시대를 예견하고 있지 않았을까. 사회 속에서는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매력적인 자아상에 자신의 진짜 자아를 내려놓고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그러면서도 뒤에서 느껴지는 영혼의 공허를 그저 술과 피상적인 관계들이 주는 쾌락으로 채워가는 현대인의 고독을 그는 깊게 꿰뚫어 보고 걱정하고 고민하면서 많은 글을 써왔다. 자아를 잃어버린 채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신경증(우울증 또는 불안장애로 대표되는 )을 그는 정신의학적인 면이 아닌 ,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이 겪어가는 문화적 병리로 규정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항우울제가 아니라 인간적인 삶 - 자유롭게 살아가는 일. 사랑을  하면서 살아가는 일, 진정한 관계에서 유대감을 얻어가는 일이라고 외쳐왔다.  


나는 하루키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서 고심해 가면서 글을 써온 작가라고 느낀다. 한국에서는 <상실의 시대>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숲>. 하루키를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게 해 준 <1q84>와 <해변의 카프카> 그리고 <기사단장 죽이기>까지. 그의 책에는 현대성에 대한 고찰로 가득하다.


하루키의 작품 속 인물들은 에리히 프롬이 지적한 이 현대성에서 표류한다, <노르웨이의 숲>에는 대비적인 두 집단이 나온다. 현대사회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채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꾸려서 살아가는 나오코와 레이코. 비상한 머리로 주변 사람들을 마치 게임을 하듯 대하면서 사회 속에서 성공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나가사와 선배. 그 둘은 현대를 살아가는 양 극단의 인물들을 보여준다. 현대성에 아파오는 나오코와 같이 세심하고 민감하기에 오히려 인간적인 사람들. 현대성을 적절히 이용하는 소시오패스적인 면모를 보이는 나가사와. 그리고 그 둘의 집단을 경험하면서 방황하는 주인공인 와타나베. 그는 현대성과. 그 현대성으로 인해서 아파오고 망가져가는 사람들을 그려낸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비슷한 테마가 반복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초상화 화가가 되었지만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면서 공허감을  안고 표류하는 주인공과. 현대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성공에 대한 대가로 스스로가 철저하게 망가져 있음을 알기에. 주인공에게 자신만을 위한 초상화를 의뢰하는 멘시키처럼 말이다.


그 둘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우리를 고독하게 만드는 현대성과 싸워왔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렴풋이 그 공허를 알고 있다. 그러 두 작가의 글을 통해서 우리는 상실감을 채우고 위로받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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