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희 Jun 16. 2024

세 쌍둥이 산모의 하지불안증후군

하지불안증후군이 맞았을까?



1. 세 쌍둥이 산모의 조리원 입실

조리원 입실 산모의 리스트를 살펴본다.

‘와~오늘 세 쌍둥이와 산모가 입실하네~.’

“오늘, 세 쌍둥이 산모님 입실하시네요~산모님 컨디션 특히 잘 살펴봐 주세요. 우선, 부종상태와 골반상태 정확히 봐주셔야 해요. 둔부 근육들이 불균형한 지 과도하게 긴장된 부분이 어디인지 차트에 체크해놓으셔야 해요. 그리고 산모님 걸음걸이 보면서 고관절 부분 힘들진 않으신지 체크해 주시고 무릎이나 발목도 잘 살펴봐보세요. 세 쌍둥이 엄마들은 수유하는 게 더욱 바빠서 자기 몸 볼 겨를이 더 없을 거예요. 테라피 스케줄도 상황 잘 보고 잡으시고요. 테라피 받을 때 최대한 주무실 수 있게 해 주세요”

아침 미팅시간에 세 쌍둥이 산모에 대한 주요 사항을 팀원들에게 알린다. 말이 세 쌍둥이지 한 명도 힘든데 세명의 아이를 품고 있었다면 그녀의 몸과 마음은 많이 지쳐 있을 것이다. 당연히 출산하고 조리원에 입실한 모든 산모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우리 테라피팀이 더더욱 신경 써야 할 산모이다. 

산모들을 테라피하는 바쁜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났다. 

그날도 아침 팀원들과의 미팅시간이었다. 미팅 시간에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수면이다. 

“산모님들 중 잠 못 주무시는 분들 계신가요?”

잠을 잘 자고, 못 자는 것은 그 산모의 현재 몸과 마음 상태를 알려주는 시그널이다. 

“세 쌍둥이 산모님이 잠을 못 주무세요.”

“입실 4일 차이고 테라피도 3회 받으셨는데 아직 잠을 못 주무세요? 이유는?”

“무척 밝고 긍정적이 시긴데 하지불안증후군이 본래 있으셔서 밤마다 잠을 못 주무신데요. 그래서 우리 밸런스 프로그램으로 받고 계신데도 못 주무셨어요.”

“그러면, 내가 관리 들어가 볼게요.”


2. 세 쌍둥이 산모와의 만남

드디어 세 쌍둥이 산모를 만났다. 

“산모님, 우리 세 쌍둥이 출산을 축하드려요~임신기간 동안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축하 감사합니다. 임신기간 동안 진짜 힘들었죠. 제 직업이 많이 서있는 일이다 보니 하지불안증후군이 생겼어요. 임신 전에도 다리가 너무 저릿하고 기분 나쁜 느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거든요. 다리를 하늘로 뻗고 흔드는 것을 얼마나 많이 하다가 잠드는 줄 몰라요. 임신했더니 더 심해지더라고요. 편히 잠에 빠져 자본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다리를 하늘로 뻗고 흔드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까지 하는 산모를 보니 우리 선생님말처럼 아주 긍정적인 거 같다. 잠을 못 주무시면 피곤해서 예민해질 수도 있는데, 굉장히 유쾌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원인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뇌의 도파민 시스템의 불균형이 관련되어 있다거나,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다거나, 스트레스증가, 철분결핍 등 다양하게 추측하고 있다. 정말 또 신기한 것은 오히려 다리를 쉴 때 더 심해지고 움직이며 괜찮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신이나 호르몬 변화도 하지불안 증후군을 일시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임신한 산모들에게서 하지불안 증후군을 많이 보게 된다. 이 증상으로 산모들은 또 잠을 이루기 힘들게 된다. 

“산모님, 다리를 제대로 풀어서 오늘 관리로 잠을 푹 주무시게 해드리려고 해요.”

“선생님, 저 다리관리는 포기했어요. 안 해본 방법이 없어요. 이제는 그냥 그려려니 해요. 선생님 괜히 힘 빼지 마세요.”

“제가 우리 산모님 잠 편히 주무실 수 있게 도전해 볼게요!!!”


3. 세 쌍둥이 산모의 하지불안증후군 관리

테라피실로 산모가 들어섰다. 세 아기를 키워야 하는 산모에 대한 책임감에 내 어깨도 무거웠다. 

내가 직접 만든 밸런스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내가 네이밍 한 아트 밸런스 프로그램은 내가 테라피스트로 5년 동안 연구하여 개발한 나의 진심이 담긴 체형 교정 목적 프로그램이다. 솔직히 내가 세상에 제일 자랑하고 싶은 테크닉이다. 시작은 다리의 부종과 통증의 문제를 항상 호소하는 산모들을 편안하게 하고 잠을 잘 자게 하기 위해 만든 관리법이었다. 이 테크닉으로 몸의 전체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테라피스트들이나 나처럼 몸을 관리하는 직업군에서 많이 아는 방법으로 근막관리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하는 근막관리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근막관리와는 다른 면이 있다.

첫 번째 차이점은 나는 더 깊게 들어간다. 나는 한 지점을 그대로 멈추었을 때 손바닥으로 근육의 움직임을 느끼고 힘을 줄 때 압이 근육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스로 스며들기를 기다린다. 그러면, 근육의 딱딱함이 살짝 빠지며 손이 쓱 들어갔다가 뭔가 또 걸림돌 같은 막이 나타난다. 그때 나는 더 힘을 쓰지 않고 다시 그대로 기다린다. 잠시 후 근육이 다시 쓱 아래로 스스로 내려가는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하면 힘을 세게 쓰고 빠르게 관리하는 것보다 근육이 더욱 말랑말랑해진다. 문제가 심각한 부분의 근육이 스스로 풀어낼 때까지 나는 근육의 변화를 손바닥으로 느끼며 기다리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나는 신호만 주고 압이 스며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근육은 스스로 뭉친 지점을 풀어나가고 관리를 받는 사람은 잠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 일련의 과정이 몸속에서 공식처럼 진행된다. 

뼈와 뼈대 바로 옆의 근육을 제대로 분리시키려는 나의 정확한 목표가 있어서 이렇게까지 관리를 한다. 왠지 골격과 근육을 제대로 분리시켜 놓으면 각자 제 위치를 스스로 찾고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들이 알아서 편안하게 해결될 거 같다란 간단한 생각에서다. 내가 이렇게 근막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중하는 것은 나의 첫 번째 스승님이 나에게 제대로 된 근막관리를 가르쳐준 영향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 차이점은, 다른 사람들은 60분, 90분 관리 시간 동안 몸의 전체를 다 관리하는데 시간을 쏟지만, 나는 핵심 부분만 파고든다. 그 핵심부위는 둔부의 골격과 근육, 고관절부위이다. 11년 동안 임산부의 둔부를 매일 보고 손으로 느끼며 그 부분의 공식을 분석해 나갔다. 둔부피부색상, 근육의 질감, 골격의 모양새 등에 집중하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원인을 찾아갔다. 몸속의 근육과 골격의 생김새를 관리 내내 상상하며 내 손으로 변화를 느낀다. 해부학책에서 둔부사진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시간을 보낸 적도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엉덩이에 어떤 문제가 있다 한다면 의심되는 부분들을 빠르게 체크해 나가고 해결방법을 바로 답할 수 있다. 부분 부분마다의 문제에 따라 해결하기 위한 테크닉도 각기 다르게 만들어 놓았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의 기간을 가져왔는지도 예측이 되고, 몇 번의 관리로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지도 계산이 된다. 둔부의 상태를 먼저 보고 다리의 상태도 파악할 수 있다. 정말 다리의 단순 부종인지 둔부의 문제에서 파생된 다리의 불편함인지도 가름할 수 있다. 또 나의 능력으로 해결이 어려운 상태는 자신 있게 자신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마사지를 많이 받아본 고객일수록 이런 관리는 받아본 적이 없는데 너무 좋다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 이렇게 나는 이 관리에 미쳐있고 이 관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둔부와 다리의 편안함을 느껴봤으면 해서 모든 테라피스트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세 쌍둥이 산모도 영낙없이 이 테크닉의 매직이 먹혔다. 숙면에 든 듯 잠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럴 때면, ‘휴~’하며 큰 심호흡을 한다. 

관리가 끝나고 잠이 덜 깬 눈으로 일어나 어리둥절 표정으로 말한다.

“선생님, 저 언제부터 잔 거예요? 완전 꿀잠요.”

“좀 편해지셨어요? 밤에 가셔서 따뜻한 물 한잔 드시고 좀 쉬세요.


4. 숙면을 취했다는 하지불안증후군 산모

다음 날, 산모의 상태가 궁금해 오늘 관리도 내가 들어가기로 했다. 

“산모님, 어떠셨어요? 컨디션은 좀 괜찮으세요?”

“선생님, 정말 신기하게 저 완전 잘 잤어요. 저 다리관리 포기 안 할래요! 어제 해주셨던 거 그거 또 해주세요!”

“정말 다행이에요. 오늘 또 우리 달려볼까요?!” 

세 쌍둥이를 임신하고 척추와 골반, 다리는 얼마나 눌리고 힘들었을까?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는 관리를 할 수 있어서 진짜 다행이다. 

여섯 번째 관리 날였다.

“선생님, 저 어제도 진짜 잘 잤어요. 완전대박!”

“다른 불편한 점은 없으세요? 이 정도로는 아직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오늘도 열심히 해볼게요.”

산모의 둔부를 잘게 나누어 관리하기 시작하였다. 골반골격, 꼬리뼈부근, 고관절, 근육의 결을 하나하나 느끼며 문제를 파악해 나가는데 집중했다. 정말 오래 서있는 직업을 가지셨던 것이 원인이었는지 근육의 질감이 너무 질겼다. 어떤 근육은 근육이 아니라 아예 뼈처럼 굳어버린 것들도 느껴졌다. 스톤의 열기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근육들을 녹이기 위하여 스톤을 움직이지 않고 둔부에 오랜 시간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그 방법이 통하면 근육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주 긍정적인 신호이다. 

“산모님, 오늘은 둔부의 문제에 집중했어요. 내일은 다리 측면을 집중관리 해야 할거 같아요. 상태 잘 살펴봐 주세요.” 

일곱 번째 관리날이었다. 

“선생님 어제 본래 바로 누워 자는 걸 너무 힘들어했는데 하늘 보고 바르게 누웠는데 허리가 안 아픈 거예요. 어제도 당연히 잘 잤고요. 수유한다고 목을 하도 숙였더니 목은 좀 아파요.”

“둔부가 제대로 풀리면 허리통증이 진짜 많이 좋아져요. 허리통증이 이신 분들 중에 실제 허리문제보다는 둔부에 문제가 있으신 분들이 많아요. 목은 관리 제일 마지막에 해결해 보고 오늘의 숙제 다리 측면을 집중해 볼게요.”

“네~저는 지금부터 잠들겠습니다. ㅎㅎ”

관리는 시작되었고 나는 다리의 측면의 근육을 세세히 느끼며 상태를 파악해 나갔다. 역시나 양다리의 모든 측면의 근육은 과도한 긴장감으로 금속과 같이 변해있었다. 고관절에 문제가 다리까지 영향을 준 것이 맞았다. 다리의 골격과 근육을 서로 분리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촘촘히 관리했다. 근육이 스르륵 녹아 분리된다는 느낌이 뭔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손을 떼지 않고 기다렸다. 초집중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여덟 번째 관리날이다. 

“산모님, 어서 오세요. 우리 세 쌍둥이들은 잘 있고요. 산모님 컨디션은 어떠실까요?”

“아기들이야 물론 잘 있죠~그것보다 선생님, 저 걷는 느낌이 달라졌어요. 그전에는 어그적거리는 느낌 뭔가 다리가 무거워 끄는 느낌이었는데, 팔자로 걷기도 했지만요. 근데 오늘 제 다리가 무지 씩씩하게 걷는 느낌이에요. 무릎이랑 발목도 편안하고요.”

“아주 좋아요.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는 느낌을 표현하신 거세요. 여태 문제해결에 집중했으니 오늘은 전체적으로 한번 몸을 제대로 이완시키는 프로그램을 해볼게요.”

하체의 문제로 잠을 잘 못 잔다는 니즈가 너무 확실해서 문제해결을 위한 집중관리를 지금껏 했지만 퇴실 후 집에서 육아하며 시림증이 혹시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냉기냉습배출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선생님 오늘은 너무 개운해요. 제 몸이 새로 태어난 듯 가벼워요.”

“산모님, 내일은 주말이에요. 오늘 관리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 샤워를 일요일 오후쯤에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네~알겠습니다. 무조건 지켜야지요!.”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홉 번째 관리날이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주말 잘 지내셨어요?”

산모의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는지 나의 안부까지 묻는다. 

이번에는 아트밸런스 관리에 다시 집중하였다. 내일이 마지막 관리이고 그다음 날이 산모의 퇴실날이다. 퇴실 날짜가 다가올수록 나의 마음은 급해진다. 뭔가 더 많이 해결한 후 조리원에서 퇴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날짜가 너무 짧게 느껴진다. 

“선생님, 주말에 엄청 잘 잤더니 오늘은 잠이 안 와요. 정신이 말똥말똥해요.” 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는 본래 간호사예요. 결혼하면서 그만두었고 이제 세 쌍둥이 아이들 때문에 진짜 육아에만 전념해야겠죠? 진짜 이 다리 때문에 매일 밤 잠을 자기 힘들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진짜 잘 자고 이렇게 풀려서 감사해요. 뭘 해도 해결이 안돼서 포기했었는데…”

“산모님, 지금은 편해도 이 상태를 유지해 주시려면 스트레칭 꼭 매일매일 해주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3분, 점심에 3분, 밤에 자기 전에 3분! 육아 정신없으시겠지만 “내 몸이 건강해야 육아도 더 잘할 수 있다” 인지하시며 꼭 챙겨주세요. 그리고 최대한 양반 다리 하지 말아 주세요. 아이들 육아로 바닥생활을 많이 하게 되니깐 양반다리 하는 거 어쩔 수 없는데 그 외에 식탁에 앉을 때나, 소파에 앉으실 때는 정자세를 꼭 해주세요. 고관절 안 좋으신 분들께는 아빠다리가 치명적이에요. 고관절이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는 부위인데 양반다리를 하면 잘 틀어지고 긴장감이 생기고 그래서 다리의 근육들도 긴장감이 풀리지 않아 점점 더 짱짱해지세요. 그리고 소파에서 수유를 할 때는 등에 쿠션을 꼭 대고 등을 지지하는 데 사용해 주세요.”

이제 한 번밖에 관리가 남아있지 않다 보니 나의 잔소리가 길어진다. 그래도 꼭 인지하고 퇴실하실 수 있게 자세하게 설명을 한다. 


마지막 관리의 날이다.

“산모님 오늘은 여덟 번째 관리처럼 전체적으로 냉기냉습 배출 프로그램을 진행할게요. 온몸 구석구석 빠짐없이 관리해 볼게요.”

관리가 끝나고 좋지 않은 생활습관으로 또 불편해질까 봐 어제 설명했던 셀프팁을 다시 설명하기 시작한다. 

“선생님, 저 잘 관리하겠습니다.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요. 진짜 감사합니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나는 산모와 인사를 나누었다. 아쉬운 마음도 너무 컸다. 하지불안증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지만, 관리를 하면서 나는 하지불안증이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이 더 들었다. 왜냐면 근육들이 이완되고 아트 밸런스 관리를 하면 할수록 좋아지는 상태를 보았기 때문이다. 정말 하지불안증이였다멷 호전되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이 산모를 지금껏 관리했던 많은 사람들이 내가 관리하는 깊이까지 들어가지 않아서 이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한 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 이후에도 다리의 순환문제로 잠을 자지 못하는 많은 산모들을 만났다. 지금도 매일 만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조건 아트 밸런스를 공식처럼 진행한다.



  





작가의 이전글 이제는 라이프테라피스트로 성장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