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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세상 Jun 24. 2024

난 정말 몰랐었네

비로소 엄마를 알아가다

비로소 엄마의 몸을 구석구석 알아가는 중입니다.


엄만 키가 작습니다.

예전엔 나보다 훨씬 컸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한껏 쪼그라져 작은 노인이 되었습니다

얼굴도 작습니다.

산소호흡기가 너무 커서 잘 안 걸리고 자꾸 산소가 턱 밑으로 샙니다.      

손톱은 어찌나 예쁜지요.

발도 세상 예쁩니다.

지금은 퉁퉁 부어 있지만 얄상하고 뽀얀 게 아주 예쁩니다.

피부는 또 얼마나 희다고요.

엄마를 닮아 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나는 한편 걱정입니다.

너무 흰 피부 탓에 햇볕에 약해 점이 많이 생기거든요.

또 엄마를 보니 피부가 너무 얇아 조그만 접촉에도  피부가 잘 짓무르고

터지기까지 하니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두상은 얼마나 예쁜지 스포츠머리를 해놨지만 기막히게 잘 어울립니다.

군대를 갔더라면 남자 꽤나 울렸겠어요.      

병원 입원할 때 머리를 밀었는데, 지금은 그 머리가 많이 자라 어설픈 커트가 되어 버렸네요.


그래도 엄마에게 제일 예쁜 곳은 눈입니다.

지금은 쳐지고 작아졌지만, 엄마에게 제일 예쁜 곳은 사실 눈이었습니다.

쌍꺼풀이 진 커다란 눈을 보고 있자면 세상 근심도 사라졌었지요. 자식들에겐

그 예쁜 눈을 하나도 안 줘서 늘 원망의 대상이었지만요.


엄마의  다리를 마사지하며 발톱을 자르다 발뒤꿈치를 보았습니다.

엄마의 발, 계란 같습니다.

지난 고생의 흔적을 팔십 평생 디디고 살아온 엄마의 발이 비로소 아기발처럼

각질 없이 뒤꿈치가 보드랍습니다.

열여덟에 시집와서 평생을 농사지으며 사신 엄마의 발뒤꿈치는 굳은살이 손바닥 두께만큼 앉아 있었습니다. 뒤꿈치가 나오는 샌들은 신어보지도 못하고 사신 엄마의 발은 엄마 생의 역사였습니다.     

이제 비로소 자신 있게 샌들을 신을 수 있겠는데, 엄마는 누워만 계시는군요.

    

엄마가 즐겨 부르던 노래는 고인이 된 최병걸의 '난 정말 몰랐었네'입니다.

엄마의 귀에 음악을 틀어줍니다.  귀가 움직이네요.


~~~ 발길을 돌리려고 바람 부는 대로 걸어도

돌아서질 않는 것은 미련인가 아쉬움인가


가슴에 이 가슴에 심어준 그 사람이

이다지도 깊은 줄은 난 정말 몰랐었네


아아 진정 난 몰랐었네


가슴에 이 가슴에 심어준 그 사람이

이다지도 깊은 줄은 난 정말 몰랐었네


아아 진정 난 몰랐었네

진정 난 몰랐었네


진정 난 몰랐었네  ~~~




나야말로 엄마를 이제야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일상이던 때는 엄마를 난 정말 몰랐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라도 알아가니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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