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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세상 Jun 18. 2024

혼잣말

엄마 고맙습니다

날마다 조금씩 부지런히 소풍을 준비하는 엄마는 낯빛이 하얗습니다.

4시 30분이 되면 병원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옵니다.      


초등학교 때 무용반에서 색동한복을 입고 꼭두각시를 출 때 엄마는 너무 이쁘다 하셨습니다.

엄마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나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낀다고 하셨던 엄마는 무용반은 물론, 합창반에도, 미술반에도, 과학반에도, 고전읽기반에도, 육상반에도 밀어 넣으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엄마 덕분에 참 많은 경험을 했네요. 극성스러운 엄마는 대회를 나갈 때마다 따라다니시며 흐뭇함을 즐기겼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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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못했지만 허들은 잘했기에 결국 허들 선수로 대회도 나갔었고, 고전읽기반에서 그 두꺼운 책을 의무적으로 읽어대는 바람에 초등학교 때 어지간한 동화책들은 거의 접한 기억이 있습니다.     


엄마는 눈이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미동도 없지만, 음악에 맞춰 오랜만에 꼭두각시를 추어 봅니다. 손을 흔들면 흐릿하게 뭔가 보이는지 움직이는 손을 따라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다 큰 어른이 춤을 추니 간병인이 놀랐다는 듯 쳐다보며 웃고 있어 오래도록 하지는 못했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란 자리가 그냥 얻어지는 자리가 아님을 알아갑니다. 우리 딸들은 결혼을 해도 친정에서 가져갈 음식이 없네요. 엄마는 결혼한 내게 주말이면 오라 했고 음식이며 여러 가지를 바리바리 싸주셨는데, 우리 아이들은 훗날 친정에 와도 줄 게 없네요. 그러고 보니 나는 아이들에게 A급 엄마는 아닌가 봅니다. 엄마가 내게 준 사랑에 비하면 나는 그 절반도 아이들에게 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말이에요.     

 


엄마 고맙습니다.

이렇게 건강하고 바르게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넘치는 사랑으로 따뜻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의 의지가 되고 힘이 되고 중심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작은 일에 성내지 않고 잔잔한 눈빛으로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차분한 성정과 따뜻한 마음과 배려 가득한 이타심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엄마라고 부를 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나의 엄마로 와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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