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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agio Jan 14. 2022

제13장[좌절, 그리고 도전(1)]

 첫 회사 퇴사 후, 호기롭게 공부했던 노무사 시험이 좋지않은 결과를 가져옴에 따라 나는  불합격이라는 늪에 빠져서 서서히 잠식되고 있었다.


꿈을 좇은 댓가는 너무나도 가혹하였다. 부모님의 계속되는 잔소리를 얻었고, 나의 자존감까지 내어주었다. 


'이 문제를 이런 방향으로 풀었으면 합격했을텐데.', '시험 첫째날에 컨디션만 좋았어도 결과가 좋았을텐데.' 등  몇주동안 의미없는 시험복기를 하면서 지냈다. 나는 그렇게 몇주동안 노무사 2차시험을 응시했던 그날에 갇혀서 살았던 것이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이 나를 위해 많은 조언들을 해주었다. 그러나, 그들이 해주는 조언들은 실패의 늪에 빠진 나를 구원해줄 동앗줄이 되지 못하였다. 나를 구원해준 건 아이러니 하게도 '시간'이었다.


나를 '시험 날'이라는 감옥에 갇혀가둔 것도 '시간'이라는 놈이었는데, 나를 그 감옥에서 꺼내준 놈도 '시간'이라는 놈이었던 것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1달 쯤 방황을 하고나니 서서히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한 마음이 나를 지배하였다. 다시 시험공부를 하여야 할지, 아니면 취업준비를 하여야 할지에 대한 선택을 다시 해야했다. 


그러나, 시험공부를 하려면 자금이 충분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충분한 자금이 없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시험공부는 완전히 접고 회사에 입사하여 열심히 다니시기를 원하셨다. 


거기에다가, '다음시험을 재응시 한다고 했을 때 불합격을 하게 된다면, 나이도 다소많은 내가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졌고, 결국 나는 취업준비를 다시하기로 결심하였다.


취업준비를 결심한 후, 우선 채용사이트에 들어가서 기업들이 올린 채용공고를 계속보기 시작했다. 


어차피 인사장이(HR담당자)로 살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니, Job Position을 설정하는 걳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지원하려는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첫 회사보다는 연봉도 더 높고, 조직문화도 괜찮은 곳으로 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나는 기업평판 사이트 등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었고, 자체적으로 좋은회사인지를 가릴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었다. 


넘쳐나는 채용공고에 허덕이던 그때, 낯익은 회사의 이름을 발견하였다.


「OO병원 채용공고(HR담당자 모집)


 OO병원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병원 중 하나였는데, 종교단체가 설립하였으며 역사가 오래된 병원이었다.


'그래. 아무래도 인지도가 높은 곳이라면, 조직문화가 이상하거나 그러지는 않을거야. 그리고, 연봉도 중소기업 보다는 많이 주겠지?'


라는 막연한 희망은 지원여부에 대한 고민을 줄여주는데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하게 되었고, 나는 자기소개서 양식을 다운받은 후 제출기한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한번 공고를 확인하였다.


그런데..


'입사지원서를 방문하여 제출하라고?!'


최첨단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에 입사지원서를 이메일이 아니라, 직접 방문하여 제출하라니.. 내 눈을 의심하였다. 


그러나, 지원하지 않기에는 지금 내 코가 석자였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쓰고자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 다행히도 예전에 이전 회사에서 채용담당이었고, 자기소개서를 검토해봤었던 이력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자기소개서가 합격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①두괄식 위주 작성, ②미사여구 및 구어체 지양, ③질문문항에 대해 입사 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등을 고려하여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였다.


자기소개서 작성완료 후에는 기타 제출서류들을 다 갖춘 뒤 마지막 필살기를 쓰기위해서 교보문고로 향했다.


교보문고에 들어가서 심플한 형태의 PP홀더와 반듯한 서류봉투를 구매하였다. 그리고, 자기소개서와 기타 제출서류들을 PP홀더에 넣은 후, 머스크향 향수를 살짝 뿌려서 서류봉투에 동봉하였다.


옷은 세미정장으로 단정하게 입고갔었고, OO병원 입구에서 심호흡을 크게 3번 하였다.


그리고, 인사총무팀으로 향했다. 


노크 후에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십니까? 입사지원 서류를 제출하러 왔는데 어느 분께 드리면 될까요?"


라고 자연스레 인사 겸 질문을 하였다.


직원들이 일을하고 있었고, 그 중 잘생긴 남자선생님 한 분이 일어서서


"이 쪽으로 오세요."


라고 하였다.


서류를 건네고, 가려고 하는데...


몇가지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 '지원동기', '관련경력이 있는지 여부', '거주지가 어딘지' 등에 대해 질의를 하였다.


그 순간, 이건 사전면접이고 지금 현재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들어보고, 1차적으로 실무에서 지원자들을 필터링 하는 절차라고 생각하였다.


나는 최대한 HRM을 수행해보았던 경험 및 관련공부를 했었다는 부분을 어필하였고, 거주지 또한 OO병원에서 멀지않은 거리에 있음을 어필하였다.


그리고, 1주일 쯤 지난 후..


 OO병원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귀하는 HR담당자 서류전형에 합격하셨으며, 면접일자를 아래와 같이 알려드리오니 00월 00일 00시에, OO병원 인사총무팀으로 방문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문자를 보는순간, '드디어 백수탈출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면접까지 1주일 남짓의 시간밖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면접을 준비에 박차를 가하여야 했다.


그리고, 면접 날이 다가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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