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뚜벅뚜벅 걸어서 갔다. 걸을수록 발이 빠지는 늪으로. 뒤축을 쌓아 올린 무덤이 어둠 안에서도 빛을 냈다. 폐허인줄도 모른 채.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은 코가 둥글고 목이 뚫려있고 가슴을 끈으로 단단히 조였다. 풀렸던 흔적이 없지만 날카로운 이빨에 뜯긴 자국이 선명한. 꿈을 지나쳐온 사람들은 얼굴이 없거나 발이 두 개가 아니었다. 거울이 깨진 방안으로 겨울이 들어와 몸을 녹이고 싶다고 했을 때. 조용한 눈사람은 여름에 만들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가까운 산에 소문보다 먼저 까만 눈이 날렸고 앞축에 가지런하게 넣어두었던 발가락이 발가락을 낳는 탄생의 저녁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