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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post Nov 20. 2024

콰이첸과 냄태이룡

소희와 법현의 나들이 길, 지하철 4호선 여행길

이수역 근처에 있는 병원에 진료 가는 날은 소희와의 여행 날이다. 안산 중앙역에서 4호선 전철을 탔는데, 출근 시간이 지났는 데도 사람으로 빼곡히 차있다. 그래도 우린 출근하는 길이 아니니 만큼,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길에 오른다. 소희가 자리하나를 차지해 앉았는데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 한 분의 휴대폰이 꽤나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숏트를 움직이는 손가락이 꽤나 예민하고 민첩하다. 빨간색 패딩을 입고 입술도 빨갛게 칠하신 MZ할머니다. 그런데 소리가 문제다. 보통의 엠지들은 머리에 끼우는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 할머니에게는 헤드폰도 이어폰도 없다. 소리가 휴대폰 밖으로 흘러나와 빽빽한 전철 안을 비집고 다닌다. 앞에 서있던 젊은 여성이 참다못해 할머니의 다리를 톡톡 치며 경고의 신호를 보내지만, 전혀 무신경

이다. 앗! 이분은,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MZ 아닌 나 홀로 정신으로 무장된 고집 센 노인네였다.


열차는 계속 제갈길을 가고 있다. 차내 방송이 나온다. 다음 역은 과천 과천역입니다... 디스 스테이션이즈 콰이첸 콰이첸... 다음 역은 남태령... 디스 스테이션이즈 냄태이룡 냄태이룡...

이 무슨 일인가. 콰이첸에 냄태이룡이라니...


영어 방송 안내이니 <원어민만 쓰면 된다>라는 발상의 착오이고, 안일한 생각이다. 여기는 한국이고, 당연히 역명은 한국식 발음으로 해야 한다. 디스 스테이션 이즈 과천! 남태령! 이어야 한다. 원어민 발음으로 역명을 듣고 있는 외국인이 우리에게 이렇게 길을 물을 것이다. "웨얼 이즈 콰이첸 스테이션, 냄태이룡 스테이션?" 우리가 우리 역명을 알아듣지를 못할 것이다.


안일한 생각이 우리의 삶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냥 <외국인이면 되겠지>가 아닌 <어떻게 알려야 하나를 생각> 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는 우리 대한한국의 땅임을 알아야 한다.


글로벌 언어인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만

우리를 우리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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