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해 Mar 25. 2022

무민마마 이야기

나만의 정원을 가꾸는 무민마마들



무민마마는 가족들이 허세에 잠시 빠져있는 동안에도 자신이 화려함이라는 가치와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배에서 가족들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자신만의 정원을 만든다. 무민마마는 자신과 가족을 가난하다며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정원을 무료로 열어주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의 방식을 전파했다. 그렇게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고야 마는 트롤이 무민마마이다.










무민과 처음 만난 건 초등학생 때이다. 우연히 무민 그림을 보게 되었는데, 껴안았을 때 그의 통통한 입이 내 어깨에 걸쳐지는 포근한 느낌이 좋을 거 같았다. 실제로 안아보진 않았지만 그림으로 본 무민의 외형은 그랬다. 이런 이유로 무민에 빠졌다.


온갖 무민 굿즈를 모으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니 엄마도 좋아하게 되어 콜라보 상품(롯데리아 무민 탑 쌓기나 던킨도너츠 무민 쿠션 등)을 사 오시곤 했다. 우리는 무민 이모티콘으로 대화했다. 가장 난도가 높았던 건 GS25 무민이었다. 몇 번을 사도 원하는 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불굴의 의지로 얻어내셨다. 나는 어느샌가 직장인이 되어 무민의 고향인 난탈리 무민랜드에 갈 수 있는 돈과 시간을 얻게 되었다. 2018년부터 무민마마로 최애 캐릭터가 바뀐 나는, 무민마마를 만나기 위해 혼자 난탈리로 떠났다.


무민랜드에 도착하자마자 무민의 집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무민마마가 정성 들여 가꾼 그녀의 가장 소중한 정원이었다. 천천히 무민마마의 집을 둘러보던 중, 잠시 후 무민마마와 무민파파가 등장한다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쿵쾅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계단을 뛰어내려가 무민가족의 집 앞마당에서 무민마마를 기다렸다.



갑자기 무민의 집 대문 사이로 빼꼼히 레드 스트라이프 앞치마가 나타났다. 쿵쿵쿵. 심장이 요동쳤다. '역시 저기서 등장하는 건가!' 무민마마는 주로 부엌에서 머문다. 무민마마는 무민파파의 뒤를 따라 조심히, 그렇지만 위엄 있는 발걸음으로 앞마당에 나왔다. 엄청난 존재감이었다.


무민마마의 실물을 맞닥뜨린 나는 가만히 서있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그 트롤이 내 눈앞에 있다니. 무민마마의 눈동자는 역시나 그윽한 초록색이었다. 요정 같았다. 고요하고 영롱했다. 무민마마와 무민마마의 집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오기 전엔 안겨도 보고 사진도 찍어보자 결심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고만 있었다.


무민마마는 무민랜드에 놀러 온 핀란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순서대로 안아주었다. 그 다정한 포옹에 아이들은 정말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보는 부모님들도 행복해 보였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서 괜히 눈물이 찔끔 났다.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정해진 시간이 끝나니 무민마마는 떠나고 갑자기 비가 내렸다. 툭툭툭.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무민가족의 선착장에 들어갔다. 비는 갑자기 우박으로 변했다. 톡톡톡. 한층 발랄해진 우박 소리에 마음이 진정되었다. 따뜻한 격려 같기도 했다. 무민마마는 먼저 하늘에 가신 우리 엄마랑 무척이나 닮았다. 나도 그들처럼 강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들처럼 나만의 정원을 만들어 소중한 사람들과 즐겁게 사는 게 나의 꿈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