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e(3)

<엽편소설> Ditch 버리다

by 그림책미인 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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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나 윤이 오빠네 가족들 만났어."

갑작스러운 진의 말에 민은 눈이 커지고 심장이 빨리 뛰는 걸 감추느라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뭐? 너 윤 오빠랑 결혼하니?"

"야, 남자 친구 부모님 만나면 다 결혼하니? 너도 참 구식이다."

얄밉게 웃는 진의 표정에 민은 그저 알 수 없는 분노가 올라왔다.

"오빠 나이도 있고 하니, 그냥 부모님께 소개해 주고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고. 그냥 고민 없이 승낙했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고백한다는 진의 말은 고민이 아닌 자랑이었다. 숙에게는 차마 못하니 만만한 민에게 한 거였다.

"근데 오빠가 일 년 교환학생으로 일본 간다고 해. 과연 내가 오빠와 떨어져 있는 동안 괜찮을까? 너도 알다시피 오빠가 한 인물 하니, 일본 가서 여자 문제가 꼬이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잖아. 그렇다고 내가 일본으로 따라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진의 말에 민은 진이 정말 사랑이라는 것을 하는지 의심스러웠다.

그저 빛나는 보석을 다른 사람이 아닌 진이 차지하며 자랑스러워한다는 생각이 불쾌하게도 민에게는 남아있었다.

"오빠가 책임은 강하니 한눈팔지는 않을 거야. 솔직히 난 네가 걱정이야. 그동안 넌 신고 싶었던 하이힐도 신지 않았고, 장거리 연애지만 불평하지 않고 오빠 만났잖아. 일 년 정도는 자유 아닌 자유를 가졌는데, 한편으로는 해방된 기분 아니니?"

"민! 너한테는 정말 거짓을 숨길 수가 없네. 맞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어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내 사생활이 없어 나름 스트레스를 받았어."

"그렇군. 그래서 너 어떻게 할 거니?"

"모르겠어. 일본 가는 것은 확고된 것이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어. 그동안 내 자유를 만끽해 볼래. 이건 비밀이다.!"

민은 알고 싶지 않은 비밀 하나를 또다시 가슴에 담아 둬야 했다.

사실 숙 또한 민한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민은 한숨만 나오다 울음이 터졌다. 혼자 좋아하고 있는 윤에 대해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지만 민에게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고 진과 숙만 숨기고 싶은 속마음을 그저 담아두어야만 하는 자신의 신세에 화가 났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저 민은 울음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윤을 배웅하던 날, 진은 하이힐을 신고 나타났다.

진, 숙, 민은 우울한 표정으로 윤을 보냈지만 진이 하이힐은 그날따라 유독 반짝거렸다.


윤이 떠난 지 6개월이 흘러갔다.

그동안 숙은 소개팅한 남자 훈에 의지하며 더욱 친해졌다.

진은 얼굴 보기가 힘들었고 이상한 소문만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얼추 마음을 다스려가고 있던 민은 언젠가부터 같은 꿈을 반복적으로 꾸었다.

낯선 동네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곳, 그곳에서 뜬금없이 윤이 나타났다. 분명 일본에 있어야 할 윤이 민을 잡고 말했다.

"나 조금 후에 부산에 도착할 거야. 너 꼭 공항으로 나왔으면 해."

"오빠!"

있지도 않은 윤이 오빠를 부르며 눈을 떴다. 찜찜한 마음이 내내 민의 마음을 짓눌렀다.

사실, 민은 가끔 예지몽 아닌 예지몽을 꾼다. 그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뭔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윤이 오빠 생각을 많이 한 걸까? 근데, 이건 좀 이상해. 뭔가 일이 일어났어.'

몽환적인 꿈이었지만 불길한 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날이 밝아지면서 서둘러 학교로 가려고 할 때 발신제한 번호가 휴대폰으로 걸려왔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던 민은 찜찜한 마음에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민~ 윤이 오빠야. 너 지금 여기로 올 수 있어?"

뭔가 쫓기는 듯한 윤이 오빠 목소리가 수화기를 토해 전해졌다. 윤이 오빠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던 민은 반가움과 불안함이 함께 몰려와 뒤숭숭했다. 한국에 왔냐라는 물음대신 어디냐고 물어보며 머리와 달리 몸은 이미 윤 오빠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놀랬지? 급해서 긴 얘기는 못하겠다. 너 혹시 진한테 연락이 계속 오니?"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진의 안부를 묻다니! 다급해진 윤은 민의 안색을 살피며 뭔가라도 말해주길 바라는 표정이었다.

"며칠째 진하고 연락이 안 돼. 이상한 소리도 들려오고 집안일 겸사해서 오늘 부산으로 입국했어. 이틀 후에 다시 일본으로 가야 해."

민은 윤에게 해 줄 없어 고개를 떨군 챈 윤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실은 진과 연락 안 된 지 며칠 되었어, 오빠. 무슨 일은 없을 거야."

민은 윤이 걱정되어 슬쩍 얼굴을 살폈다. 초췌해진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도대체 진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윤은 진을 만나지 못한 채 일본으로 다시 돌아갔다.

민은 윤에게 꿈에 오빠가 보였다거나 진에 들려오는 소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직 나타나지 않는 진에게 들여오는 소식은 마치 아침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였다.

윤보다 훨씬 키가 크고 젊은 남자와 다니는 것을 봤다는 소문에, 윤 오빠를 찼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며칠이 지나고 윤은 모습을 드러냈다. 걱정과는 달리 함박웃음을 지으며 하이힐에 더 높아진 음성으로 나를 불렀다. "민! 민! 여기 여기!" 격하게 손 흔드는 진의 모습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야, 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윤이 오빠가 왔 간 건 알아?"

민의 말이 끝나자마자 진은 민의 귀에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나, 윤 오빠랑 헤어졌어." 그게 처음이자 끝으로 하는 말이었고 더 이상 윤오빠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민은 그저 궁금할 뿐이다. 축구선수와 사귄다는 진의 소문이 진짜인지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던 윤 오빠와 이렇게 헤어진 게 그저 믿기지 않았다.


며칠 뒤 윤은 완전 귀국을 했고 진은 비행기 승무원으로 취직하며 더 이상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민은 그렇게 둘이 헤어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더 이상 묻지도 못했고 묻고 싶지도 않았다.

이젠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흔한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처럼 남남처럼 각자 살아갔다.

민은 졸업대신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고 일 년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진, 숙과 윤은 졸업 후 각자 자리에서 취업을 했고 숙의 결혼 소식이 들려왔다.

한번 윤이 민에게 밤늦게 전화하며 자기 있는 곳으로 올 수 있냐고 했지만 민은 또다시 복잡한 관계에 빠지기 싫어 거절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윤의 결혼 소식이 들려왔다.

민은 결혼식에 갈까 말까 망설였다. 과연 윤을 차지한 최후의 승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같은 과 여학생이라는 말도 있었고 윤을 오로지 짝사랑하던 진과 같은 과 아이와 결혼했다는 소리 등 여전히 소문 한가운데 주인공은 윤이었다. 민은 가고 싶었지만 아직 취직하지 못한 자신을 동기들한테 보여주기 싫어 가지 않았다. 윤 옆자리를 차지한 그녀가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진의 소식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윤도, 축구 선수도 아닌 돈 많은 사업가와 결혼하였다는 소식과 아이는 없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금 진은 행복할까?


진과 숙은 남들과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런 그녀들을 부러워 한 민은 그녀들과 어울리며 대리만족했다. 반짝거리는 보석을 진과 숙은 갖고 싶었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했다. 승리는 진이었고 누구도 갖기 못한 액세서리를 달고 자랑하기에 바빴다. 싸움에 진 숙은 미련이 남은 채로 다른 이에게 위안을 받았고 실컷 액세서리 달며 멋을 부리던 진은 새로운 보석이 보이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버렸다.

그리고 각자 다른 보석을 차지하며 그들의 사랑은 막을 내렸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위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청춘을 보낸 걸까.

한편 그들 곁에서 맴돌던 민은 사람 관계에 질려버려 결혼도 취직도 하지 않고, 해외로 떠돌아다닌다는 소문만 무성하게 들려온다.


그리고 진은 이혼했다는 소식이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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