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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Jun 24. 2024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글쓰기의 고통과 기쁨을 고백한 헤밍웨이 - 헤밍웨이 지음 

출처: 네이버 이미지

어니스트 헤밍웨이라고 불렀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한 개 이상 말할 수 있다.

<<노인고 바다>>, <<무기여 잘 있어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등 어떤 내용을 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여하튼 유명한 작가임은 부인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독자들에게 인정을 받고 지금도 읽히고 있는 헤밍웨이 작품들. 여기 헤밍웨이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모아 놓은 책이 나왔다. 글쓰기에 대한 요령이 가득 담겨 있고 작가로서 그의 목표와 원칙들 그리고 구체적인 조언들이 가득하다. 과연 헤밍웨이는 글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쓰라고 했을까?


나의 삶은 글쓰기가 되고, 나의 글은 영혼이 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출처: 알라딘 서점 -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쓰고 래리 W. 필리습가 엮었으며 박정례가 옮긴,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은 2024년 3월에 출간된 교양 인문학으로 글쓰기 책이다. 이 책에서는 크게 글쓰기의 발견과 작가의 발견으로 파트로 나눠 독자에게 헤밍웨이 생각을 들려준다. Part 1 글쓰기의 발견에서는 글쓰기란 무엇인지,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 무엇에 관해 쓸 것이며 등장인물, 생갹해야 할 것들, 제목, 다른 작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Part 2 작가의 발견에서는 작가의 자질, 작가들에게 주는 충고, 작업 습관에 대해, 음란성, 정치, 작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몇 달 전에 읽었던 조지 오웰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던 책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존의 글쓰기 책들은 두괄식 형태로 논리 정연하게 글을 썼다면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은 인터뷰형식으로 헤밍웨이가 생각하는 바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어, 이게 뭐지? 뭐라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글쓰기에 대한 책을 한 권이라도 읽었던 독자라면 '어, 글쓰기에 대한 책이 이렇게 편안하게 읽을 수 있기도 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글을 잘 쓴다고 세계적으로 평가된 작가가 생각하는 글쓰기 지침서 책이라 호기심에서라도 손이 가는 책임은 틀림없다. 


헤밍웨이가 생각하는 글쓰기란 무엇인가?

"글을 끝내기 전에 온 세상을, 아니 제가 보았던 만큼은 그려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얇게 펼쳐 내기보다는 늘 압축하고 요약해 내려고 합니다."

첫 문장을 읽은 후 머리가 복잡했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서 생각해 보면 헤밍웨이가 말하는 글쓰기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헤밍웨이는 소설가다. 소설을 쓸 때 내가 보았던 만큼 그려낸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소설을 쓰게 되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 1인칭 시점이다. 왜냐하면 실감 나게 글을 쓸 수 있으며 그것이 마치 사실처럼 다가오기 때문에 독자는 그 일이 실제로 작가에게 일어났던 일이라 생각한다. 소설이 어떤 현실도 능가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독자 경험의 일부가 되고, 그 기억의 일부가 되는 점이다. 자신의 경험과 기억으로 삶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즉 좋은 글은 실제보다 더 진실하다는 점을 언급한다. 그래서 상징적 표현을 쓰지 말라고 한다. 있는 그대로 진실되게 내가 보았던 만큼을 쓰라고 한다.

글을 쓰는 것은 사실 매우 간단합니다.
타자기 앞에 앉아서 피를 흘리기 시작하면 됩니다.


헤밍웨이는 글을 쓰는 데 있어 진실되게 사실대로 쓰되, 과장되지 말아야 하기에 피를 흘린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왜? 그만큼 글쓰기는 쉽지 않다는 말한다. 창작은 참 근사한 일이지만,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은 꾸며낼 수 없다고 말한다. 


헤밍웨이가 말하는 작가의 자질은 무엇일까?

그는 먼저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많이 필요하다고. 그다음에는 훈련이며 무엇보다 살아남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을 짓누르는 모든 것들을 극복하며 작가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살아남아 자신의 글을 끝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재능이 없으면 작가가 될 수 없을까? 아니다. 재능이 우선이고 많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재능은 없지만 글쓰기 좋다면 훈련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헤밍웨이가 가장 어렵다고 지적한 부분처럼 살아남아 자신의 글을 끝내는 것이야말로 작가의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작가가 쉽게 된다. 부정할 수 없다. 너도 나도 작가라는 호칭이 난무하지만 과연 그 포화상태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자는 얼마나 될까? 아마 자신 있게 "저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번아웃 상태가 오면서 잠시 쉬는 사람도 있고 하나 정도 썼으니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계속 쓰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헤밍웨이는 글쓰기를 과업으로 삼고 꾸준하게 쓰는 것이 무엇보다 고통스럽고 어렵기 때문에 살아남는 부분이 가장 어렵다고 하지 않았을까.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한 편의 글이라도 쓴 작가라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진다.


헤밍웨이는 작업 습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글이 형편없고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일 때도 그냥 계속해서 써 나가야 하네. 소설을 다루는 방법은 오로지 한 가지뿐일세. 빌어먹을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거지."

그렇다. 글을 처음으로 쓰는 자체가 힘들지만 뭔가가 떠오른다면 글 완성도를 생각하지 말고 무작정 쓰라고 한다. 이 부분은 이미 대부분 글쓰기 책에서 언급하는 부분이다. 글 쓰는 작가라면 적어도 내가 작가라고 생각한다면 이 핑계 저 핑계 대지 말고 무작정 써라는 거다. 그리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필요하다.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에서는 글을 이렇게 저렇게 쓰라고 구구절절 지침서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점이 바로 이 책의 강점이다. 논리 정연하게 쓰이지 않아도 인정받은 소설가 선배가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글쓰기 지혜를 이야기한다. 옆에서 들여주듯이 글쓰기란 무엇인지 작가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써야 하며 어떤 방법으로 써야 하는지를 담백하게 말한다. 이론서 같은 글쓰기가 힘들다면 인생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헤밍웨이 글쓰기가 도움 될 것이다. 헤밍웨이 말처럼 글쓰기는 고통과 기쁨을 주는 삶임을 부정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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