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새벽에 도착한 뉴욕 공항에 예약한 택시가 안보인다

헤일리에게 연락을 받고 여행을 출발하기 전까지 딱 한달 정도의 시간이 있었기에 우리 부부는 첫째가 어린이집에 등원하면 각자 노트북과 핸드폰을 들고 정신없이 여행 계획을 짜고, 차량과 국내선 비행기를 예매하고, 필요한 용품들을 구매하고, 짐을 쌌다. 둘 다 이렇게 먼 나라로의 여행은 신혼여행을 제외하고는 처음이었고, 어린 아기 둘과 엄마를 모시고 갈 생각을 하니 출발 일정이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부담과 걱정이 가득해졌다


'오빠, 우리 이거 진짜 할 수 있을까?'


여행 하루 전. 사실 조금 두려웠다.

유모차와 카시트를 포함한 엄청난 짐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의 입국심사, 새벽 공항 도착 후 숙소까지의 이동, 처음 이용하는 익스체인지 숙소, 14시간 반의 비행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창하지 않은 우리의 영어실력까지. 막상 내일 여행을 떠나자니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 나와 남편의 영어실력은 비슷하지만 내가 아주 조금 더 잘한다는 이유로 큰 문제가 생기면 내가 나서서 움직여야할텐데 동남아 여행이나 몇 번 가본 나로써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너무나 무섭게 느껴졌다.


여행 당일이 되었다.

첫째는 평소와 같이 어린이집에 등원을 하고, 우리는 부지런히 집을 청소했다. 우리가 떠나있는 동안 우리 집에는 헤일리네 가족들이 와있을 예정이었고, 우리가 서부 여행을 가있는 동안에는 이탈리에서 마르첼로 가족들이 우리집을 사용하기로 되어있었다. 남편은 노션으로 우리집 사용 설명서를 만들었고, 조미료마다 영어로 라벨링을 해두었고, 미국에 가져갈 짐을 제외하고는 우리집을 깔끔하게 청소해놓았다.


첫째가 하원 후 집에 온 시간에 맞춰서 우리는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밤 9시 비행기를 타고 14시간 30분 비행 후 뉴욕 공항에 도착했다. 다행히 뉴욕까지 가는 비행기의 좌석이 많이 남아있어서 일명 눕코노미가 가능했고, 가족 모두 생각보다 편안하게 비행을 마쳤다.



문제는 입국 심사였다. 유모차 도어투도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입국심사대에 조금 늦게 도착했고, 심사 줄이 너무 길어서 첫째와 둘째 모두 울음을 터트렸다. 장시간 비행에 피곤했던 탓인지 사탕, 젤리, 주스 등으로도 울음이 달래지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아이패드를 바닥에 떨어트리면서 첫째가 좋아하는 영상을 가득 담아놓은 sd카드가 부러졌다.

KakaoTalk_Photo_2025-07-25-15-01-35.jpeg 이상한 엄마, 아빠를 만나서 하원 후에 갑자기 미국에 가게 된 예쁜 우리 첫째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사람들보기 민망에서 얼굴이 붉어지고, 짧은 줄을 두고도 긴줄에 배정해준 뉴욕 공항 직원에게 서운함을 느낄 무렵, 성인 3명이 아기 2명의 울음에 절절매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내가 그렇게 걱정하던 입국심사가 2분만에 끝났다. 혹시나 세컨더리 룸에 불려가지는 않을까 관련 서류도 50장이나 뽑아왔는데 아이들 덕분이라고 해야하른지 직원은 남편에게 "미국에서 언제 떠나니?"라는 질문만 던지고 우리를 통과 시켜주었다. (긴장한 남편은 저 질문을 "미국에 언제 도착했니?"라고 잘못 이해해서 "today"라고 외쳤다...)


정신없이 심사장을 빠져나와서 수화물을 다 찾고 우리는 예약해둔 한인택시를 타러 입국장으로 나갔다. 보통 여행에 대한 예약은 남편에 비해 여행 경험이 조금 더 많은 내가 담당하지만, 이번에는 남편의 참여도를 높여주기 위해 남편에게 부탁했다. 남편은 분명 택시 기사님께서 "000가족"이라고 써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말했지만 택시 기사 아저씨가 보이지 않았다. 기사님이 왜 안계시냐고 대뜸 물어보면 싸움이 날만한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에 입국장 한쪽 구석에서 엄마와 아기들과 남편을 기다리고 있던 그 때. 남편이 말했다.


"하... 이거 큰일났네..."

"왜그래..? 무슨 일이야?"

"아니 보니까... 내가 시차 계산을 잘못해서 택시가 오늘이 아니라 내일 오는걸로 되어있어"


새벽 2시 한적한 뉴욕 JFK 공항. 4개의 대형 캐리어, 유모차, 카시트, 우는 아기 2명, 매우 피곤한 성인 3명

숙소까지 1시간 20분을 더 가야하고 예약한 택시는 없고 인원이 많아서 일반 택시나 우버는 못타는 상황.


"Oh my God"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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