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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Jan 13. 2024

디스턴싱 후기, 도토리님의 거리두기

디스턴싱 후기

본 매거진에서는 디스턴싱을 통해 생각과 거리를 두고 가치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세상에 편리함을 주는 개발자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초반 직장인 도토리입니다. 개발자로 근무 중입니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끼며, 이용자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고등학생 때 프로그래밍 과목을 처음 접한 뒤로 호기심이 생겼어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흥미가 있었거든요. 수행평가 과제로 밤새 웹페이지를 만들며 뿌듯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개발자가 되었답니다.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


생각을 끊임없이 곱씹는 습관

저에겐 과거에 있었던 안 좋은 일을 끊임없이 되새기는 습관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과 있었던 트러블이라던가, 무언가로 인해 기분이 나빴던 일들에 대해서요. 그 생각을 곱씹을 때마다 마치 그 경험을 다시 겪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데에도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생각을 되새기는 것에 마치 중독이 된 것처럼요.


결국 생각을 곱씹는 제 습관은 결국 주변 사람들과의 다툼으로까지 번지게 되었어요. 친구랑 놀고 집에 가기 위해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과거의 좋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생각을 곱씹을수록 과거에 느꼈던 분노와, 어찌할 수 없었던 좌절감에 휩싸여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친구가 옆에서 재촉하는 말을 했었고 친구에게 바로 예민하게 반응해 버리고 말았어요. 평상시 같았으면 무던하게 반응했을 텐데 말이죠.



잠과 술로 회피하던 지난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내가 문젠지, 그들이 문젠지, 아니면 이 상황이 문제인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회피하는 걸 택했어요. 차라리 부정적인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도록 잠들어 버리거나, 술을 마시는 식으로 회피했었습니다. 그것이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일시적인 도망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요.

일시적인 도망임을 알면서도 택한 회피


마음이 불안한 이유를 찾아

남자 친구와 수개월 넘게 다툰 문제가 있었어요. 다툼이 일어나면 남자 친구를 닦달했었지요. 마지못해 남자 친구가 사과하면 그제야 마음이 풀렸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같은 문제로 싸우기 일쑤였어요.


처음엔 저를 불안하게 만든 남자 친구를 원망했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니 남자 친구의 잘못은 크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때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왜 내 마음은 이토록 불안한 걸까?



내가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 같아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생각해 봤어요. 내가 걱정하는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어떨까? 정말 걱정한 것만큼 괴로울까? 하고요. 그런데 의외로 아니더라고요. 걱정이 더 이상 걱정이 아니게 되었을 때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남자 친구와 같은 문제로 다투는 일은 없어졌어요.


이 놀라운 경험을 나의 삶 전체에 적용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조금 찾아보니 인지치료라는 것이 이러한 관점으로 진행되는 심리치료 기법이더라고요. 그렇게 디스턴싱을 알게 되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줄어드는 불안 수치

디스턴싱에는 2주마다 불안, 우울 반응들이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측정하는 게 있는데요, 처음에는 불안 수치가 ‘위험’으로 나왔어요. 하지만 점점 수치가 줄어들어서 지금은 ‘가벼움’ 수준이에요! 볼 때마다 뿌듯해요.

디스턴싱과 함께한 그간의 측정 기록 (편집자 주: 도토리님은 디스턴싱이 정식 서비스가 아닌 스프레드시트로 운영되던 시절에 참여했다)


불안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

예전부터 회사에서 업무 실수를 했을 때 다른 팀원들이 나를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며 위축되고 불안해지곤 했었어요. 디스턴싱을 함께한 지금 전혀 불안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제 저는 이런 불안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예요.


이번 주에도 직장에서 실수한 적이 있었어요. 과거에 제가 항상 그래왔듯이 무의식적으로 위와 같은 생각을 곱씹으며 괴로워 할뻔했는데, 디스턴싱에서 배웠던 ‘탈융합’ 방법을 적용했더니 불안한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더라고요. 그래서 실수를 비교적 실수를 빠르게 수습할 수 있었고요. 프로그램에서 배운 것이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을 보니 기쁘고 뿌듯했어요.


프로그램에서 재차 강조하듯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없앨 수는 없어요. 하지만 생각이 떠올랐을 때 잘 대처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해내야 하는 부분이에요. 저는 이제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랐을 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게 변화한 것 같아요.

이젠 불안 상황에 대처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어요


사람은 변할 수 있다

디스턴싱을 진행하며 ‘사람은 잘 안 변해’의 가치관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과거에 실수했던 일이나 사람들과 다투었던 기억들이 떠오를 때, 부정적인 생각들에 갇혀서 결국 기분이 안 좋아지고 일상에도 영향을 미쳤었어요. 그때 당시에는 ‘나는 왜 자책할 일만 하는 걸까’ 하며 괴로워했었죠. 이 패턴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었어요.


하지만 디스턴싱을 진행하며 생각이 달라졌어요. 생각을 관찰하며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몸이 힘들면 주로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오른다'예요. 그래서 이제는 그런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자책하지 않고 그저 '오늘 컨디션이 별론가 보네' 하고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어요. 나쁜 패턴의 고리를 끊을 수 있게 된 거죠.

내 감정과 몸에 가장 먼저 귀 기울이기


스스로 찾아낸 답

코치 선생님은 항상 제 생각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 유도해 주셨어요. 답을 주시지 않고, 제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셨죠.


특히 항우울 활동을 완료할 수 있게 도와주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항우울 활동 계획표를 작성해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자꾸만 회피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저 스스로 왜 이런 감정을 느꼈는지 몰라서 코치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는데. 코치님이 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을 주셨어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생각해보니, 저는 계획을 완벽하게 지키지 못할까 봐 계획을 세우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이것을 코치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완벽하게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며 항우울 활동의 목표를 다시 상기시켜 주셨어요. 덕분에 마음이 편해져 항우울 활동을 용기 내어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행하다 보면 궁금한 점이나, 조언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상의 작은 습관으로

작은 루틴을 만들어서 꾸준히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활동들은 항우울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시작하게 된 것인데요. 몇 달 전에 진행했던 것인데, 그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렇게 아직도 이어지고 있네요.

프로그램에서 진행했던 항우울 활동


예를 들어서 아침에 토마토 주스로 하루를 시작한다던가, 샤워할 때 좋아하는 스크럽제로 마사지하는 등, 작지만 즐거운 활동들이요. 이런 활동들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채우며 작은 성취를 느끼고 있답니다.


최근에 한 작지만 즐거운 활동


내 에너지를 더 소중한 곳에

앞으로도 계속 고민과 불안함을 줄여서 부정적인 생각에 매몰되느라 소비했었던 에너지를 아끼고 싶어요! 아낀 에너지를 더 즐거운 활동에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최근에는 주변 사람들도 신기해할 정도로 체력이 생겨서 시간이 날 때마다 산책하고 있거든요. 이런 변화를 일상에서 많이 만들어내고 싶어요.


산책하다 발견한 일상의 소소한 기쁨


마음이 편해지는 신기한 경험

저처럼 고민이 많으신 분들은 한 번만 이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노트나 핸드폰에 적어보셔도 좋습니다. '지금 하는 고민이 실제로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정말로 내게 큰 영향을 미칠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객관적인 확률은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려보세요. 아마 그러면 이 걱정이 사실은 나에게 고통을 줄 만한 걱정이 아님을 깨닫게 되며 마음이 편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 작은 경험을 내 삶 전체에 적용해보고 싶으시다면 디스턴싱을 추천드립니다. 제가 그랬듯이 여러분도 이 소중한 경험을 누리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디스턴싱(Distancing) 팀을 이끌며 인지치료사와 함께 '거리두기'를 배우고 연습하는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울, 불안, 무기력, 번아웃 등의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아래에서 디스턴싱을 만나보세요.



출처: https://orwell.distancing.im/user-story/dot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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