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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Nov 12. 2024

주관적 경험으로서 트라우마

성장기 트라우마

성장기 트라우마, 주관적 경험에 귀기울어야

어린 시절의 경험들이 성격, 가치관, 대인관계를 맺는 기술 등 인생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정신건강 분야에서도 역시 성장기 트라우마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성장기 트라우마는 직접적으로 PTSD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 외에도 불면, 불안, 감정 조절의 어려움 등 다양한 정신적인 어려움과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이 트라우마라는 것이 이미 지난 일이라 왜곡될 때가 많다. 누군가는 때론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기도 하고, 때론 그런 일이 있었어도 당사자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관련한 연구가 있다. 세계적인 정신건강 저널인 JAMA Psychiatry에 게재된 ‘아동학대의 객관적 및 주관적 경험이 성인기 정서 장애에 미치는 영향(Associations Between Objective and Subjective Experiences of Childhood Maltreatment and the Course of Emotional Disorders in Adulthood)’이라는 연구다. 해당 연구는 아동학대를 객관적 경험과 주관적 경험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아동학대: 객관적 경험 vs. 주관적 경험

연구는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1986년에 신체 폭력, 성폭력, 또는 방임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참가자와 아동학대의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대조군을 모집했고, 이들의 어린 시절부터 40대까지 꾸준히 추적해서 정신건강 상태를 조사했다. 1,196명의 전체 참가자 중 676명에서 아동학대의 객관적 경험이 확인되었는데, 이때 객관적 경험이란 아동학대를 입증하는 법원 기록, 공식 문서 등이 확보된 경우를 뜻한다. 반면 전체 참가자 중 520명이 주관적 경험을 보고 했는데, 이때 주관적 경험이란 참가자가 29세가 되었을 때 자기보고를 통해 학대를 경험했다고 보고한 경우를 뜻한다.


아동학대 피해 경험이 있으면 우울, 불안에 쉽게 노출된다

연구진은 참가자가 40대에 이르렀을 때 우울증 및 불안 장애의 유뮤를 파악했다. 그 결과, 아동학대의 객관적 및 주관적 경험을 보고한 그룹이 성인기에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우울 및 불안 증상을 호소할 위험성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주관적 경험은 보고했으나 법원 기록 등의 객관적 자료가 부재한 그룹에서도 우울증 및 불안 장애의 위험이 대조군보다 높았다. 반면 객관적 학대 기록만 있는 사람은 성적 학대를 제외하고는 우울∙불안과의 강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기보다 주관적 경험에 귀 기울이자

이러한 결과는 무엇을 의미할까? 연구진은 아동학대의 주관적인 기억과 인식이 문서화된 기록의 여부보다 성인기 정서 장애의 더욱 강력한 예측 인자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아동학대의 기록이 있든 없든 주관적으로 이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우울, 불안에 노출되기 더욱 쉬워진다는 뜻이다.


본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아동학대의 흉터는 성장기에 국한되지 않고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남아 정신건강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트라우마가 두드러지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증상에 대한 문진을 넘어 심리치료를 통해 이를 충분히 다룰 필요가 있다. 물론 사건의 객관적 사실뿐만 아니라 주관적 경험에 집중해서 말이다.


참고 문헌

Danese A, Widom CS. Associations Between Objective and Subjective Experiences of Childhood Maltreatment and the Course of Emotional Disorders in Adulthood [published correction appears in JAMA Psychiatry. 2024 Mar 1;81(3):320. doi: 10.1001/jamapsychiatry.2023.5288]. JAMA Psychiatry. 2023;80(10):1009-1016. doi:10.1001/jamapsychiatry.2023.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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