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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구하는회계사 Apr 21. 2022

10년

길지만 짧게 느껴진다는 것이 무섭다

나는 인생을 100년으로 계산해서 생각한다. 요즘 평균 수명 통계에다가 내 건강에 대한 자신감 보너스를 더한 숫자이다. 100년으로 보면 10년이 열 번이다. 첫 20년을 "인생 준비 기간"으로 간주한다고 하면 열 번은 여덟 번이 된다. 또 마지막 10년은 많은 활동을 하거나 큰 영향력을 끼치기보단 지난 인생 돌아보며 아름다운 끝을 준비하며 자식들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시간으로 계획하고 싶어서 그것도 제외한다면 일곱 번이 된다. 그리고 난 그 일곱 중에 둘은 벌써 지났다. 내가 그렇게 즐기는 농구를 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10년 정도 남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타고 다니는 차가 12년 되었고, 그전에 타던 차는 11년 정도를 탔다. 앞으로 차 한 대를 10년씩 탄다 치고 내가 이제 평생 탈 차가 다섯 대 뿐이라고 생각하면 더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셋 낳고 키우다 보니까 10년이 훅 갔다.  결혼하기 전 교회에서 대학부, 청년부 활동을 활발하게 했는데 그때는 매주 수많은 친구/지인들을 만났었고, 결혼 후론 그렇게 규칙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오랜만에 친구 혹은 형/누나/동생들을 만나면 진짜 말 그대로 10년 만에 보는 사람들이 꽤 있다.


다시 말하자면, 10년은 짧고 인생도 짧다 뭐 이런 얘기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10년은 엄청 긴 시간이다. 그 누구도 친구랑 헤어질 때 "10년 뒤쯤에 꼭 보자"하고 헤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드문드문 만나는 사이여도 10년 동안 못 볼 거란 상상은 안 하는데 돌아보면 10년이 지나가버린 것이다.  "우리 언제 마지막 봤었지? 어... 10년이 넘었네?" 이 말을 꽤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현재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분야 하나를 생각해보자. 나한테는 "세계사"가 될 수도 있고, "이탈리아어"같은 전혀 기초지식도 없는 언어 같은 것일 수 있다. 하루에 20분씩 세계사에 관한 책을 읽는다면... 하루에 20분씩 이탈리아어를 공부한다면... 10년 후에는 웬만한 일반인 사이에선 세계사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에 가서 살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만큼 이탈리아어를 구사할 수도 있다.


내가 지금 40이 넘은 이 나이에도 계속 배울 것을 찾고, 연습하는 게 그래서이다. 글 쓰는 것도 그렇다. 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난 영어로도, 한글로도 책을 쓸 수 없는 레벨이다. "중학교 때 이민 왔으니까 어쩔 수 없는 운명이야. 할 수 없지 뭐."라고 포기하는 게 하나의 옵션이고, "영어든 한글이든 지금부터 계속 쓰는 훈련을 하면 10년 후면 잘 쓸 수밖에 없어."라고 기대하는 게 또 다른 옵션이다. 내가 돈을 주고 농구 슈팅 코치한테 배우는 걸 보고 친구들이 "NBA 갈 거야?"라고 놀리며 이 나이에 뭔가를 개발하려는 게 우스워 보일 수 있지만, 아직 10년 더 농구할 수 있다면 1-2년 더 실력 향상에 에너지를 쏟고, 그 후 8-9년 더 잘하면서 즐기는 게 난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또래들보다 15년 정도는 늦게 지금의 커리어를 시작했다는 게 항상 내 머리 한 구석에 남아있어서 이런 생각을 더 하게 되는 건 아닌가 싶다. 나는 아직도 이 분야의 신입생이지만, 나와 같이 대학시절을 보냈던 친구들 동생들 대부분 지금은 어느 한 분야에 벌써 전문가가 되어있는 걸 보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 진로도 못 잡고 걱정하던 사람들도 10년 만에 만나면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분야에서 벌써 높은 포지션에 자리 잡고 있다. "어? 너 옛날에 이런 쪽으로 아무것도 몰랐었잖아? 아 맞다.... 벌써 10년이 넘게 지났지..."


나이가 많다고 지금 뭔가를 새로 시작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 아니면 대학을 다니다가 중단해서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 졸업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다가도 "너무 늦었지"하며 다시 생각을 접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냥 지금 하라고. 10 후의 당신이 지금  선택을  당신을 자랑스럽게 여길 거라고.


사진 설명: 아마도 18년 전이 아닐까 싶다. 이때부터 베이스를 꾸준히 쳤다면 지금 얼마나 잘 치는 베이시스트가 되어있을까? 아쉽게 저 때 이후로 큰 발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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