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For My Girl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구하는회계사 Apr 09. 2023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한국어

우리 딸들은 한국말을 잘 못한다. 셋 다 어느정도 알아듣기는 하지만 한국말로 말은 거의 안하고 둘째와 셋째는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것 같다. 처음부터 집에서 한국말로 말하도록 시켰더라면 한국말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는 2개국어 아이들이 되었을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아이들을 bilingual로 만들어주는 것에 실패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다. 영어와 한국어를 둘다 잘 할수 있다면 유익한 점이 많은 건 당연하다. 언제 갈지는 모르지만 한국에 가게 되면 불편하지 않게 활동을 할수 있을 것이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한국에서 방문하거나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된 사람들과도 대화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해서 생각이 없어서 이렇게 되도록 내버려 둔것이 아니다. 오히려 생각을 안 했더라면 다른 한국 이민가정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한국말을 잘 하는 방향으로 이끌었을 것이고 "집에서는 한국말만" 방침을 지켰을 것이다. 나의 생각은 좀 달랐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만이 아니다. 언어의 폭이 생각의 폭을 limit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살면서 관찰한 것중 하나가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 한국어를 둘다 배우면서 자란 아이들과 영어만 하고 자란 미국인들의 영어는 어딘가 모르게 레벨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거기엔 영어를 못하는 부모님들 밑에서 컸다는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고, 그 부분에선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 두마리 토끼를 잡느라 정신없어하는 것 보다 차라리 영어 하나를 미국사람처럼 할수 있도록 내버려두고 싶었다. 


어쩌면 내 삶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우리 아이들에게는 전해 주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살아온 삶에서의 bilingual 의 개념과 Korean-American 으로 자란 아이들의 bilingual의 개념은 완전히 틀리지만, 난 어느쪽 하나도 native 처럼 구사할 수 없다는 것이 handicap 으로 작용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책을 쓰고 싶지만, 언어가 발목을 붙잡는다. YouTube 에서 이런저런 비디오를 찍어 올리고 싶지만, 언어가 서툴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학교를 다니면서 영어로 배우고 영어로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한국사람으로 태어났으니까 한국말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커서 본인들이 필요를 느끼면,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그때 배워도 될거라는 생각을 한다. 


Parenting 의 대부분이 그렇듯, 나의 이런 생각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수는 없다. 나중에 가서도 모를 확률이 크다. 하지만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intention 을 가지고 결정하며 나아가는 것이라면 그냥 생각없이 나아가는 것보다 나쁠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