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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다다 Nov 22. 2021

주변 방랑

강릉살이 2_양양, 속초, 동해, 삼척, 평창 기웃기웃

강릉은 갈 데 많은 동네입니다. 강릉 바닷가를 따라 여행하기만 해도 충분히 좋지만, 뭔가 부족하다 싶을 때는 산이 있습니다. 정동진 인근의 괘방산은 뻥 뚫린 동해바다 전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며 대관령, 선자령, 안반데기, 오대산, 소금강 등 산 풍경 또한 탁월한 곳입니다. 봄이면 분홍분홍한 산벚나무가 핀 광경을 보다 여름이 될수록 초록을 입고 뚱뚱해지던 산이 가을이면 단풍을 입고 겨울로 향해 헐벗어 가다 하얗게 눈이 쌓일 때까지 사계절 내내 산 풍경만 봐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은 곳입니다. 



그러나 강릉은 강릉을 넘어서 다른 동네 볼거리도 가득합니다. 강릉 위로는 양양, 속초, 고성이 있고 아래로는 동해, 삼척, 울진이 이어집니다. 옆으로는 평창, 원주로 뻗어 있지요. 좀 날이 좋고 누군가 출장을 가거나 할 때 따라가 이런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7번 국도 여행이 로망이던 시절이 있었지요. 바다를 따라 가는 국도, 7번 국도를 타고 종종 양양에 갑니다. 강릉 북쪽에 사는지라 양양은 꽤 가까운 편인데, 양양은 강릉과는 어딘가 분위기가 다릅니다. 서퍼들의 도시다운 분위기, 좀 더 젊고 힙한 동네랄까요. 하조대의 서퍼비치가 아니라도, 인구항이나 죽도해변, 동산항 쪽을 가도 분위기가 어딘가 강릉과는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강릉이 전통 관광지라면 양양은 좀 더 젊은 층들을 겨냥한 곳들이 많다고 할까요. 실제로 해변 근처에 피자집이나 햄버거집, 펍이 많아 종종 놀러가서는 '역시 다른 동네 걷는 건 재밌네'하곤 합니다. 서핑 하는 사람들도 보고, 약간 딴 세상 같기도 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요. 그런가 하면 요트 마리나가 있는 수산항도 재미있는 곳입니다. 다양한 요트가 정박해있고, 수상레저체험도 가능한 곳이지요.  



비교적 한적한 양양 동호해변 역시 드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동해안자전거길을 따라 가다 풍경에 반해서 그네를 타고 놀았었는데요. 7번 국도보다 안쪽에 있는 선사유적로를 따라 가다 보면 동호해변에 닿게 됩니다.  



실제로 양양을 가장 많이 보고 느꼈던 건, 자전거를 타고 갔을 때입니다. 강릉에서 출발해 양양 낙산사까지 40km 정도의 거리였는데, 천천히 라이딩해 아침에 출발해 저녁에 도착했었습니다. 그때 자전거를 타며 그동안 차 타고 다니며 보던 것보다 훨씬 멋진 양양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복분리해수욕장의 파란책방이며 죽도해변의 파타고니아 매장 등 차 타고 다닐 때는 접근할 수 없거나 그냥 지나치던 많은 곳들을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가며 멈춰서서 들를 수 있다는 면에서, 동해안자전거길 중 양양 코스는 추천할만한 곳입니다. 심각하게 업힐을 해야 하는 구간도 많지 않으며 쭉 뻗은 해안선을 따라 자전거 타는 낭만을 만끽하고 싶다면 선수처럼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충분히 천천히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양양 남대천을 건너면 낙산사가 나옵니다. 설악산과 동해바다라는 한국 최고관광지가 있는 곳답게 예전에는 관광지로 부흥을 누렸으나 최근 트렌드에는 맞지 않아 약간 쇠락한 기운 같은 게  낙산해변에 있습니다. 그 쇠락해가는 관광지의 대표 시설이라 할 만한 오래된 놀이공원이 있고, 주말이면 운행하기도 하는 어린이 바이킹 등이 옛적의 영광 같은 것을 엿보게 해줍니다. 말들이 끄는 마차도 볼 수 있지요.  

낙산해변송림야영장 근처의 잔디밭도 소풍 가기 좋은 곳입니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소나무숲이 어우러져 있는데다 멀리 수평선이 보여, 와 여기는 천국인가 싶기도 한 곳입니다. 그냥 하루종일 돗자리 깔고 누워서 멍 때려도 될 것 같은 곳이요. 


낙산사를 지나면 곧 속초가 나옵니다. 실제로 속초는 현재 강릉에 온 지 1년이 넘어가지만 2번밖에 가보지는 않았습니다. 꽤 많은 서울사람들이 여행을 온다는데, 속초 호텔 라운지에서 바라본 청초호 주변의 무수한 아파트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거의 서울과도 비슷한 느낌으로 청초호를 둘러싸고 고층아파트가 무수히 솟아 있어, 아 이게 바로 속초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속설의 현장이구나 싶었습니다.  



강릉 아래쪽으로는 동해와 삼척이 있습니다. 동해하면 논골담길이지 싶은 것은 아직 관광객 마인드인지도 모르겠으나, 동해하면 '봄날은 간다'의 무대였던 그 아파트 인근 논골담길을 종종 가곤 합니다. 주문진 등대마을보다 좀 더 규모가 있는, 묵호항이 내려다보이는 논골담길은 벽화마을로 지금은 관광객들이 많습니다만, 예전에는 판잣집이 늘어선 곳으로 질퍽한 흙길 때문에 논골마을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묵호등대를 둘러보고 논골담길에 앉아서 동해바다란 정말 장엄하구나 하면서 앉아있다 오곤 합니다. 하루 정도 천천히 걸으면 좋겠다 싶은데 아직 그 로망을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곧 그런 날도 오겠지요. 



며칠 전에는 동해 무릉계곡을 다녀왔습니다. 배틀바위까지 올라 마천루를 지나 내려오는 코스였는데 오랜만에 등산을 하다보니 다음날 다리는 아팠지만  이미 잎을 다 떨군 윗쪽과 아직 단풍이 생생한 폭포 근처 아래쪽, 발 아래 가득한 낙엽들까지 모두 다 좋았습니다. 



삼척은 동해보다 아래쪽에 위치하지만, 동해삼척이라 부를 정도로 가깝다고 하는데, 강릉에 살다 보면 그래도 꽤 거리가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작년에 SUP를 배울 기회가 있어 삼척에 가곤 했는데요. 그때는 덕산항 인근에서 SUP를 배우느라 실제로 삼척이 어떤 곳인지는 잘 알 수 없었습니다. SUP를 배우면 녹초가 되어서, 그냥 운전해서 강릉으로 돌아왔을 뿐이니까요. 



그러다 우연히 이웃에 사는 친구가 삼척에 출장이 있다 해 삼척 도계를 함께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지도에서 삼척을 보면 바다와 산을 모두 감싸안은 도시입니다. SUP를 배우러 갔을 때는 강릉보다 조금  더 한산한 동네인가 생각했다면, 도계에서 또 다른 삼척을 만났습니다.  



도계는 한때 한국석탄산업의 중심지였으나 지금은 탄광마을 까막동네를 부러 찾지 않는다면 석탄공사 관련 현수막으로 그 자취를 짐작할 수 있는 곳입니다. 마침 도계를 찾은 날은 도계 5일장이 열리는 4일, 9일 중 하루라 5일장도 둘러보고 까막동네를 찾아가 벽화도 보고 왔습니다. 산골짜기를 넘어가다보면 오십천을 따라 마을이 조성되어 있고 오래된 집들과 더불어 2, 3층 상가들이 늘어서 있어 3, 40년 전 조성된 읍내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도계 까막동네를 다녀오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떠올랐는데 애니메이션 속 소피가 살던 마을과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까막동네 벽화가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를 변형한 스토리를 품고 있는 데다 한때 번영하였으나 기울어지기 시작한 어떤 분위기가 마을에서 풍겨서인 듯도 합니다. 실제 도계는 유리산업을 석탄산업 대신 성장시키기 위해 '도계 유리마을'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도계 시장에서도 유리공방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강릉 서쪽으로 자리한 평창은 동계올림픽 때 방문해본 적 있는데요. 친구가 알펜시아리조트에 일이 있다 해 잠시 다시 방문해보니 미리 가을이 온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미리 겨울이 와있겠지요. 겨울이 아닌 철에는 루지, 리프트 등 지불을 매개로 가능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겨울에는 스키장으로도 유명한 곳이지요. 산책로 등도 나있어 언젠가 적극적으로 평창을 방문해보리 마음 먹었습니다. 



강릉은 자연을 좋아한다면 마음이 부자일 수 있는 곳입니다. 정선, 평창 봉평, 인제 원대리, 곰배령, 해파랑길 등을 차분히 가봐야지 언젠가는 하며 많은 계획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계획만으로 배가 부르지 말고 하나씩 실천해야지, 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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