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아름다움
이 글은 주변에서 듣고 책으로만 배웠던 일본인들의 특성과,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함께했던 경험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타인에게 조금도 불편을 주려하지 않는다.
항상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고 행동한다.
공동체의 소속을 매우 중시한다.
집 밖에서의 예절을 철저히 지키려 한다.
일본인에 대한 나의 지식 전부다.
한 달 전, 일본인 가족이 이틀간 우리 집에서 홈스테이를 할 예정이라고 아내에게 들었다. 일본 가족은 엄마와 자녀들이 방학 때 한국에서 개최되는 영어캠프에 참여하기 위해서 한국에 온다. 영어 캠프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한국 관광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처음 홈스테이 말을 들었을 때, 조금의 걱정과 아주 조금의 기대가 있었다. 그 당시, 한 달이 넘게 시간이 남아 생각 없이 바쁜 일상을 지냈다.
7월이 되고 조금씩 홈스테이를 준비하고자 아내에게 세부 내용을 전해 들었는데, 비상이다. 엄마와 자녀 4명, 총 다섯 명의 가족이 온다는 것이다. 16살 아들, 14살 딸, 12살 아들, 5살 딸. 지그재그 성별에 유초중을 아우른다. 일본도 저출산이 사회문제라는 신문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이 가정은 정말 축복받은 가정인가 보다. 머릿속에 행복한 혼란이 찾아왔다. 어떤 컨셉으로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지 계산이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경험하고 싶은 것들은 만나서 물어보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손님 맞을 준비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우리 집은 세 가족이라 침구류가 매우 부족했다. 다섯 명이 추가되는 상황은 많은 침구류가 필요했다. 갑자기 부모님이 떠오른다. 언제나 장롱에는 이불과 베개가 가득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다. 부모님께 전화로 상황을 설명드리고 본가에 방문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 아버지 두 분만 사시는 곳에 침구류는 수십 명이 써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그것도 새것들로 가득했다. "어른들은 원래 그래"라고 하시는데, 어쨌든 감사하게 침구류를 차에 가득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은 가장 어려웠던 청소다. 거실에 패브릭 소파가 있는데, 가죽 재질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 얼룩이 생긴다. 소파 스팀청소기를 딱 필요한 기간만큼 인터넷을 통해 대여할 수 있었다. 청소기에 물과 전용 세제를 넣고 고온의 스팀을 쏘아주는 동시에 물기를 흡입하니 마음의 묵은 때까지 빠지는 느낌이다. 1년에 한 번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전체의 바닥 청소와 손님들이 사용하실 안방과 안방 화장실, 작은방은 정리 또 정리하며 머리카락 하나 없도록 청소했다. 사용하지 않을 짐들은 우리 가족이 사용할 서재방과 팬트리에 테트리스 고수처럼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아내는 일본인들이 냄새에 민감하다는 소리를 어디서 듣고는 디퓨져를 곳곳에 비치하고 꽃으로 집을 꾸민다. 청소는 일본가족이 도착한 토요일 저녁 직전까지 하고서야 마무리되었고, 2년 전 입주할 당시 집 컨디션의 80퍼센트 이상은 회복된 것 같았다. 손님들 가시고도 이렇게 살자고 아내와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먹을거리다. 식사는 주로 외부에서 하겠지만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이나 과일 등을 준비했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일본인들이 한국에 오면 사가는 간식들을 근처 마트에서 준비했고, 과일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양하게 사두었다. 주변에 일본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지인들이 있는데, 일본 사람들이 타인 집의 냉장고 문을 열고 자유롭게 먹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되도록 간식을 식탁에 놓고 포장을 뜯어놓으면 부담이 덜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세팅해 두었다.
추가하여 헤어질 때 줄 선물은 카카오프렌즈 문구류 세트, 한국 과자 세트, 김 세트를 준비했다. 너무 비싸거나 좋은 것들은 부담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모두 1만원대의 소소한 것들로 준비했고, 마음을 가득 담아 전할 예정이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 일본 가족들이 도착했다. 어린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첫 만남의 어색함은 금세 사라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인사와 가족 소개, 집 구조와 이용에 대한 설명을 했다. 기업을 홍보하는 것 같아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는데, '파파고'를 만든 네이버는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 이틀 동안 파파고가 큰 역할을 했다. 이곳은 다음에서 운영하는 브런치지만 네이버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엄마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 청소년 아이들의 수줍음, 초등생 아이의 호기심, 막내의 귀여움 등은 우리나라와 다를 것이 없었다. 우리 가족은 연신 집을 편하게 쓰시길 바라고 냉장고와 식탁 위의 음식물은 마음껏 드시라고 전했다.
3일간의 영어 캠프를 마치고 돌아와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에 조촐하게 환영파티를 했다. 편히 쉴 수 있도록 남자인 나와 아들은 아파트 단지 내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여 나갔고, 아내가 서재에 있으면서 도움이 필요하면 도울 수 있도록 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내가 일부러 일찍 서재에 들어가 문을 닫으니 가족들이 조금은 자유롭게 거실을 오가며 간식도 먹고, 새벽까지 편히 시간을 보내다가 잠들었다고 한다. 남편과 아들이 나가길 잘했다.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했던 나를 오랜만에 칭찬한다.
다음날이 주일이라 우리 가족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 하고 싶은 것을 물어보니 코엑스몰에 가고 싶다고 했다. 내 머리는 빠르게 코엑스의 현 상황을 예상한다. 주말, 더운 날씨에 실내 선호로 인한 붐빔, 강남의 교통 상황, 주차 대란. 조금 상황을 설명하자 엄마는 본인들은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아차 싶었다. 조금이라도 가이드하는 사람에게 어려움을 준다면 절대 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깜빡했다. 일본에서부터 여러 경로로 검색하고 오셨을 텐데 순간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잘 설득하여 코엑스몰에 함께 가서 별마당 도서관을 구경하고, 올리브영과 카카오프렌즈샵(라인샵에 가지 않았어요)에서 쇼핑을 즐겁게 마치고 돌아왔다.
제대로 된 식사 대접은 일요일 저녁 한번뿐인데, 지인들에게 물어 닭갈비, 닭 한마리, 삼겹살, 돼지갈비 등을 추천받았다. 지인 중에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일본에서 졸업한 청년이 있는데, 아이들이 있다면 무조건 돼지갈비로 해야 한다고 했다. 돼지갈비의 양념 맛을 일본인들이 안 좋아할 수 없다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밥 두 그릇씩과 냉면까지 주문하여 돼지갈비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막내 꼬마는 식사 시간이 길어서 지루했는지 식당 앞의 넓은 광장에서 타는 RC카를 타고 싶다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다. 식사 시간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긴 일본인들이라 먼저 식사를 마친 나와 아들이 막내와 놀아주겠다고 말씀드리며 편히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했다. 공주 드레스를 입고 해맑게 웃으며 노는 모습, 젤리를 먹으며 작은 입으로 "오이시, 오이시"말하는 모습, 작은 선물을 줄 때마다 "아리가또"라고 말하는 모습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다. '심쿵'이라는 단어의 뜻을 그때 제대로 알았다.
일본 가족들은 이틀간 더 한국에 머물며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관광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식사 후에 집으로 돌아와 의류 세탁을 도와주고 후식을 먹으며 마지막 날을 아쉬워했다. 일본 가족들은 우리 가족을 위해 여러 선물을 준비해 왔다며 전해주었다. 거주하는 지역의 특산품부터 일본의 대표 제품들을 아주 많이 챙겨 왔다. 우리도 준비한 선물을 드리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헤어지기 전, 엄마가 먼저 메신저의 친구를 맺어도 되는지 물어보셔서 아내와 라인 친구가 되었다.(의도치 않게 또 네이버) 우리 가족은 이메일이라도 알려드려야 하는지 생각만 했고, 혹시 무례가 될 것 같아서 그냥 있었는데 먼저 말씀해 주셔서 참 감사했다.
2박 3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니 후련함은 없고 아쉬움만 많이 남는다.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나라에 관계없이 참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많은 자녀가 있는 가족이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름다운 모습들을 더 많이 보았다. 북적이는 집, 쉼 없이 서로에게 향하는 시선들, 끊어지지 않는 대화. 모든 것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어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그중에서 가족은 삶의 모든 방향에서 힘을 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구성원이 많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걱정하고 양보해야 하는 순간들도 많겠지만 얻게 되는 행복이 수백 배 많으리.
낯선 손님들을 맞으면서 짧지만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고, 가족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다. 특히 막내 공주님의 귀여운 모습들이 지금도 계속 생각난다. 회복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꼭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Good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