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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MRH Dec 21. 2022

종교에 관하여

신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이 보는 종교란 참으로 기이한 것이 아닐 수가 없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신'을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믿으며 보이지 않는 신을 위해 건축물을 짓고 예술품을 만들고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을 수 있는지. 그게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랄 노자다. 


  도서관의 도서 분류에서 200번대는 종교이고 외딴 시골마을에도 교회와 절은 꼭 있다. 어렸을 때 먹을 걸 준다는 말에 교회에 가본 경험이 다들 있었던 걸 보면 종교는 참으로 우리 가까이에도 있어왔다. 생각해보면 교회나 절, 성당, 여타 종교 집단이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는 집단의 이득을 꾀하지 않는 비영리단체다. 그런데도 우린 기꺼이 그들을 위해 돈과 시간, 노동을 쓰고 오랜 시간 사회의 필수적인 존재로 인식해 왔다. 대체 그놈의 신이 뭐길래.


  신을 믿는 사람들은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 한다. 그러나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든 것이다. 신의 실재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생각되는 신은 인간이 만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종교는 다신교에서 유일신교로 변화해 간다. 우리가 흔히 역사 시간에 배우는 고대 4대 문명에서 종교는 전부 다신교다.  현재 유일신교의 양대산맥인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근원이라 생각되는 '야훼'의 존재는 한참 뒤에야 나온다. 신은 하나라는 믿음이 만물에 신이 있다는 믿음 보다 더 후대의 것임을 보여준다. 인간의 믿음에 양식 변화가 일어난 것은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는 증거인 셈이다. 

  신을 믿는 사람들이 반발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건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신이 존재하냐 아니냐가 아니다. '종교'라는 제도에 관한 이야기다. 이건 인간이 만든 것이 분명하다. 인문학에서 종교는 빼놓을 수 없다. 종교만큼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종교는 인간의 믿음을 기반으로 만든 제도다. 교리, 규율, 하물며 신의 모습까지 체계화되어서 만들어진다. 물론 시대와 국가마다 그 양상이 달라지긴 하지만 중심이 되는 교리나 신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어째서 믿음은 제도화된 것일까.


  '제도화' 되었다는 것은 그것이 시행착오를 겪고 과도기를 넘어 하나의 틀로 고착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딘가에 기록으로 남겨놓았을 수도 있고 구전으로 내려오는 관습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다. 현재엔 사라지고 기록도 없지만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어쨌건 종교는 믿음을 바탕으로 제도화된 것이다. 종교를 비롯한 어떤 것이든 제도로 굳어지면 일종의 질서가 성립되고 옳고 그름이 확실하게 정해진다. 하나의 기준을 세워두고 그 기준에서 어긋나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심지어 증거로 들이 밀 기록도 있다. 모두가 하나의 기준을 따른다면 그 구성원들끼리의 유대감은 더욱 공고해진다. 동시에 기준에서 벗어난 자들을 쉽게 배척할 수 있다. 그렇게 파벌이 형성되고 당연히 갈등이 발생한다. 사실 인류는 대부분의 것에서 제도화를 이루어왔다. 단지 종교는 개인의 마음이라는 얄팍한 것에 바탕을 두고 있을 뿐이다. 인간의 마음만큼 약한 것도 없다. 종교는 그들의 바탕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 오랜 시간 사회의 최상층으로 군림해 왔다.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정치를 이용하기도 하면서 아주 오랜 시간 서서히 인간의 삶에 가장 크게 자리했다. 하물며 고대 그리스로 회귀하자며 인본주의를 외쳤던 르네상스 시기에도 종교화는 계속적으로 그려졌으며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교 없인 살 수 없었다. 


  종교란 볼 것, 즐길 것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그 시대에 하나의 즐길거리였다. 어쩌면 인간은 안정과 평안을 욕망하면서 동시에 놀고 싶어 하고 고통을 잊고 싶어 하기 때문에 신의 존재라는 거대한 상상을 했을지도 모른다. 전쟁이나 환란 시기에 유독 종교와 종말론이 성행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노동운동이 전개되며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한 세상에 살게 되었다. 과학과 기술이 인류 최대의 가치로 자리매김하며 사람들은 이전보다 종교를 덜 찾게 되었다. 종교보다 더 재밌는 즐길거리들이 등장했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이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대의 종교인 과학의 미친듯한 발전도 한몫했다. 냉전시기가 종료되며 더 이상 인류엔 대전(大戰)이 없을 것 같았고 이전만큼 사람들은 종교에 삶을 의탁하지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현시대에 종교가 존재하는 건, 얄팍한 인간의 믿음을 굳건히 제도화시킨 것이 남아 있는 건 인간이 불완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인간이든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완벽한 존재에게 의탁하는 상상을 한다. 과학과 기술도 완벽하지 않다는 포스트모더니즘 시기를 거치면서 더더욱 인간은 종교를 완전히 저버릴 수 없게 되었다. 


  종교가 인류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도 사실이고 우리가 영원히 그것을 놓을 수 없을 것도 같다. 그러나 종교 역시도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결코 완벽할 수 없다. 신은 완벽하다 생각할지 몰라도 종교는 완벽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린 늘 경계해야 한다. 우리를 보호할 것이라 여겼던 종교가 우리를 해한 역사는 굳이 하나씩 세보지 않아도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린 우리의 약한 마음을 굳건히 잡아 놓기 위해 믿음을 제도화시켰지만 그것 역시도 인간의 약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제든지 와해될 수 있으며 언제든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수 있다. 하지만 그래야 인류 아니겠나... 원래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고 신경질적이며 이기적이다. 그래서 인간이 참 재밌는 동물이고 그들이 남겨 놓은 것을 후대가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참 밉다가도 사랑스러운 동물이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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