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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bi미경 Feb 27. 2024

작가가 되는 길은 멀고 높고 험하다

그래도 기어올라야지


출판사 대표님과의 미팅이 있었다. 이번달 투고했던 출판사 중에 한 곳으로 작은 규모의 신생출판사였다. 투고함으로 온 내 기획서와 원고를 읽게 되었고 대표님의 흥미를 끌었다고 하셨다. 당장 무슨 계약을 하거나 추진해 보겠다는 만남이 아닌 원고를 읽고 났더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고 하셨다. 무슨 목적을 가지고 나간 만남이 아니라 긴장이 덜해 큰 부담 없이 만날 수 있었다. 여러 사업과 강연, 출판업을 하시는 분이라 나와는 다른 시선에서 작가나 글을 대하시는 모습이 색달랐다. 책을 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 쉽기도 하지만 너무 어렵기도 한 요즘 출판업에 대해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었고 다른 여러 정보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투고를 하고 출판사들의 반응을 보면서 책을 내는 의미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보고 있다. 책을 내는데 의의를 둔다면 어떤 식으로든 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 후 결과에 따른 만족감이 나 스스로가 인정할 만큼 좋을지 의문이 생긴다. 글을 단순히 쓰는 즐거움만으로 쓸 때보다 요즘엔 글이 만들어내는 무게감을 느끼게 되면서 거르고 생각하고 한번 더 고민하면서 글을 쓰게 된다. 글이란 놈은 가벼우면 칼이 될 수 있어 위험하고, 무거우면 아무도 읽지 않아 초라하다.  

   

예전 즐거움만으로 글을 쓸 때 아는 동생이 내게 충고 아닌 충고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언니 글은 칼 같아. 베일 것 같아.”

그땐 이 말을 듣고 화만 났다. 왜 칼 같다고 하는지. 유쾌하고 솔직하기만 한데 뭐가 칼 같다는 건지. 그 후로도 글을 쓰면서 가끔 저 말이 기억날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때 내가 쓰던 글은 칼이 맞았다. 남에게 직접 하지 못하는 말을 글로 썼고 그 글은 말과 다르게 기록으로 남아 상대방을 두고두고 괴롭혔을 것이다. 입으로 내뱉지 못하는 말은 글로도 남기면 안 되는 것인데 그땐 말대신 글로 사람을 겨냥했다. 쏟아내듯 쓴 글들로 내 기분은 풀렸을지 모르지만 그 부정적인 글들은 다른 사람들까지 부정적인 기운으로 물들게 해 버렸다. 난 단순히 즐거움만으로 글을 쓴 게 아니라 ‘나만의’ 즐거움을 위해서 글을 썼었다. 나만을 위해 글을 쓰게 되면 그것은 일기지 글이라고 할 수 없다.     


투고를 위해 글을 쓰고 준비하면서 많이 성장했다. 내 글의 장단점을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감정을 절제할 줄 알게 되었으며 타인의 글에서의 장단점도 구분할 수 있는 눈이 조금은 생겼다. 막상 투고를 하며 출판사와 메일을 주고받고 관련된 사람들과 미팅을 가져보니 내 글은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 딱 그 중간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로 가기 위해선 무언가 산 하나를 뛰어넘어야 할 것 같은데 그 산과의 거리가 얼만큼인지 높이는 얼마나 높은지 아직 가늠이 되지 않는 기분이다. 답답함과 막연함이 요즘 나를 많이 흔들고 있다. 그래선가. 술이 더 늘고 있다. 술은 원래 달고 살았지만 요즘엔 사연 있는 여자처럼 우수에 가득 차 술병을 마주하고 있다. 주종도 날이 추워 맥주에서 화이트와인으로 바뀌면서 달달하니 맛이 좋아 하루에 일병씩 들이키고 있다. 입만 고급스러워져선 술값도 많이 들고 있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남편의 동공이 더 흔들린다. 저놈은 와이프의 고민을 걱정해야지 술값을 걱정하고 있다니. 현실의 세계는 어디서나 냉혹하다.     


문득 맥주에서 와인으로 아무렇지 않게 그 선을 넘었듯이 내 글의 수준도 언제 어느 순간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선 날이 오지 않을까라며 혼자 긍정적인 생각을 해본다. 어제 마신 술의 취기가 남아 있어선가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가만히 앉아서 자동으로 뭔가가 변하길 바라는 건 자다가 하늘에서 떡이 떨어지길 바라는 심정일테고 자다가 먹는 떡은 100% 체할 것이다. 고민하고 고뇌하되 위트 있게 살자. 그리고 매일 솔직하게 글을 남겨보자. 그러다 보면 프로라는 세상이 보이는 산 중간에 어느 날 갑자기 올라가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저 산이 아니란 말씀은 아니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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