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글빠글희재씨 Jun 03. 2021

뽀글빠글 희재씨의 반려살림살이

제로 웨이스트초보 길잡이

질리지 않는 주방 아이템 "스텐" 이야기

✔️냄비밥

나는, 신혼 때부터 고민이 바로 전기압력밥솥이었다. 남의 편이 자취 시절부터 쓰던 칙칙 요란한 소리를 내던 전기압력밥솥을 가지고 신혼살림을 시작했는데,, 밥을 해놓고 돌아서면 그 특유의 밥 냄새? 묶은 냄새라고 해야 하나? 고무패킹도 사서 바꿔보고, 코팅된 내솥도 사서 바꿔보고, 그래도 밥에서 나는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보온으로 돌려놓아 냄새가 나서 그런 것도 모르고,,, 

결국 1년도 안되어 전기압력밥솥을 바꿨다. 실버색의 유행하는 최고 템으로,, 생각보다 가격이 꾀나 해서 고민을 여러 번 하고 구매했다. 뭐 결과는 똑같은 밥에서 나는 냄새, 그러다가 남의 편님 회사에서 선물로 나왔다며,  '압력솥' 들고 들어왔다. 

 고압으로 칙칙칙 울리는 압력솥이 무서웠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잘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결론은 아니다.

아마, 나 자신의 살림 철학이 없을 시절,,, 

내 것을 찾지 못하고 이래저래 왔다 갔다 했던 시기였던 것이다. 맞다. 금방 중고시장에 내다 팔았다. 

작은 냄비를 좋아하는 나로서 압력솥은 너무 무겁고 복잡하고 거대했으며,,, 별로였다.

하나는 알게 되었다. 아 전기압력밥솥의 코팅 냄비 때문에 밥맛이 이랬던 거구나,,,, 코팅 냄비 때문이구나.. 그래서 나는 또 나에게 맞는 작고 아담한 '압력솥'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압력솥만 몇 개가 스쳐 지나갔는지 모른다. 

매우 무섭게 울려대던 4인용은 엄마 집으로 

일하면서 제일 오래 썼던 T회사의 압력솥 두 개는 당근밭으로 시집을 보냈고,

귀엽고 앙증맞았던 백화점에서 구입한 아이도 얼마 전 당근밭으로 갔네,,,,

내가 찾은 결론은 그냥 우리 집에 많은 내 스텐냄비에다가 그냥 '냄비밥'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성공했나?

아니다. 밥물이 온 인덕션을 다 뒤집고,, 밥알이 무슨 모래알처럼 씹힐 때도 있었고, 밥을 홀라당 다 태운적도 있었고, 솔직히 밥에 진심인 나는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의 냄비밥을 찾아 나섰다.

우리가 사람과의 인연을 쌓을 때도 잘 보이고 싶어서 이래 보고 저래보고 안 하던 짓도 해보고 맞춰가는데 왜 내가 하는 내 살림살이들과 연을 맞춰보지 않는 것인가? 싶어서 나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나만의 냄비밥의 레시피를 얻게 되었다.

남들이 말하면 '진 밥'을 좋아한다. 우리 집 식구들도 자연스럽게 진 밥에 익숙해져 있다. 밥알이 너무 딱딱하면 나는 화가 난다. 맞다. 나는 '밥에 진심인 사람이지.......

일단

쌀을 씻어서 불린다. 10분 정도 담가놓으면 금방 밥이 통통해진다. 

그런 다음에 물 1.5:물린 쌀 1 넣어서 하이라이트 8번 불에 올린다. (음식을 해보면 오래 끊여야 하는 건 하이라이트가 맛있다) 대신 금방 끊여내는 건 인덕션이 빠르다.

밥이 끊기 시작하면 3번 불에서 15~20분 내로 둔다. 쌀의 양에 따라 시간은 조절한다. 그럼 아주 촉촉한 냄비 밥이 완성된다.

냄비밥을 하고 나서, 나조차 너무나 신기해했다. 냄비밥의 성공을 좌우하는 건 아마도 물의 양과 쌀 양이다. 처음에는 쌀을 정말 넘칠 정도로 냄비에 가득 채워서 다 태운적이 있다. 

처음 시도할 때는 작은 냄비에 작은 양의 쌀로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압력솥이 아니라도 윤기 좔좔하는 밥을 먹을 수가 있다니,,,, 밥에서 냄새가 나지 않고 정말 한 그릇만 먹어도 배가 꽉 차는 밥이다.

남의 편님과 금 따님은 밖에서 밥을 먹고 오면 금방 배가 꺼져서 집에 와서 다시 밥을 찾곤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른들은 바깥 음식이 영양이 없어서 그런다고 하는데.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윤기 좔좔한 나의 냄비밥은 언제 보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냄비밥의 가장 장점은 여름이 오면 시작된다.

그것은 재료에 따라 밥이 달라지는 것이다. 

여름을 알리는 완두콩 남해에서 어머님이 잔뜩 보내주신다. 어릴 때는 이게 그렇게 맛이 없는데.. 이맘때가 되면 하얀 쌀밥 위에 올라간 완두콩밥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우리 집 금 따님과 남의 편님은 먹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면 그만인 것을..... 

완두콩밥의 시작으로 우리 집밥은 매번 다른 재료로 다른 밥이 완성된다.

시장에 가니 완두콩 한주먹이 5000원 정말 비싸다. 이걸 나는 양껏 넣어서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냉동실에 보관해놓으면 내가 먹고 싶을 때마다 꺼내서 먹을 수 있다.

(다음 냉동실 정리 편에서 설명할 예정)

내가 냄비밥을 대접할 때마다 많이 받는 질문이 '귀찮지 않냐?'라는 질문이다. 

다들 저녁 하기 위해 전기압력솥에 할 때도 쌀을 씻어야 하는 것이고 취사 버튼을 눌려야 하는 것이다. 단지 나는 불 조절만 중간에 하는 것 밖에 없는데 귀찮지 않다. 

밥에 진심인 우리 집은 거의 매일매일 먹으면 매일 저녁에 새로운 따끈한 밥을 해서 올리면 남의 편님이나 다 좋아한다.

여름에 자주 우리 집으로 오게 되는 아이가 바로 '가지'이다. 가지나물 한두 번 밥상 위에 올리고 나면 우리 식구는 시들해진다. 사실 나도 여름 내내 가지나물을 먹으면서 자라와서 그런지 가지나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지가 집으로 배달이 되면, 동네 이웃하고 다 갈라 먹고 한 개 정도만 두었는데... 

나도 살림을 하다 보니, 재료를 보면 어찌 써 볼까? 하고 고민이 되는 것 같다. 

그게 바로 "가지 밥"이다.

금 따님이 안 먹을까 봐 얇게 썰었는데,,, 양념장 만들어서 가지 밥과 함께 쓱쓱 비벼 먹으니 다른 반찬이 필요가 없다. 이게 냄비밥의 매력이 아닐까?

어떤 재료로 어떻게 해도 밥이 되어 나오고 반찬 걱정이 없으니,,,, 

여름이 와서 더위에 싸울 생각 하면 머리가 아프지만, 먹거리가 풍요로워 지는 것도 사실이다. 

가지 밥 올여름에도 자주 해먹을 생각으로 설렌다.

맞다. 우리 집에는 옥수수 귀신이 두 분 사신다. 

어릴 적 그 더운 여름방학 시원한 거 먹고 싶은데, 엄마는 항상 그 뜨거운 옥수수를 쪄서 가지고 나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옥수수 먹던 기억,,, 소화가 안되는데 자꾸 먹으라고 했던 어린 시절,, 난 옥수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 너무 많이 먹어서 질렸다고 표현한다.

남해를 떠나 울산에서 신혼시절을 보낼 때 사람들이 시장에서 옥수수를 사다 먹는 게 이해가 안 되었다. '아니 옥수수를 사 먹어???' 근데, 그런 사람이 바로 우리 집에 있다니 바로 남의 편님과 금 따님, 아주 옥수수 귀신이다. 옥수수만 보면 사달라고 졸라대는 이 아이,,,, 아~~~ 뭘까? 왜 나를 닮지 않았지?

덕분에 남해에서 여름마다 옥수수는 끊이지 않고 자주 택배가 온다. 

옥수수를 삶아놓으면 또 금방 쉬기도 하고,,, 남기도하고, 그래서 알을 까서,,, 밥 위에 올려서 같이 밥을 했다. 결과물은 성공적이다. 

옥수수를 싫어하는 나도, 별미로 좋아하게 되었다. 이건 좀 맛있네......

그래, 이래서 나는 냄비밥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웃 언니가 아는 사람이 '단호박' 농사를 지어서 단호박이 왔다며 건네주었다. 쪄먹기도 하고 샐러드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그래도 단호박이 몇 개 남아서 깨끗이 씻어서 쌀이랑 같이 밥을 했다.

'단호박 밭' 이 되었다. 달달한 단호박도 잘 먹게 되고, 밥맛도 맛있고,,, 또 나만의 '밥 레시피'가 완성이 되었다. 너무 맛있어서 몇 번을 해 먹었는지 모른다. 

sns에 제일 반응이 좋았던 것도 '단호박 밥' 이 였다. 자연적으로 단호박을 쪄 내기도 하고 밥도 되기도 하니, 이게 바로 1석2조이다.

단호박과 밥을 섞어서 먹기도 했고, 단호박 따로 밥 따로 먹기도 했다. 내 입맛 내 취향 데로 먹으면 된다. 밥을 하면서 단호박까지 같이 찔 수 있는 바로 신박 템이다.

살림 11년 차가 되니,, 진짜 나도 주부가 다 되었나 보다. 

보름날 잡곡밥도 해보았다. 물론 내가 사랑하는 냄비에다 말이다. 

구정에 어머님이 수수랑 챙겨주어서 찹쌀, 밤이랑 같이 넣고 했는데, 잡곡밥도 압력솥 못지않게 매우 찰지게 완성되었다. 밥을 할 때 소금 간을 해주니,,,, 

우리 세 식구 보름날 저녁 한 냄비를 다 클리어했던 기억이,,,, 이러고 보면 우리 집은 진짜 밥만 먹고 사는 줄 안다. 뭐 사실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거 하게 차려지는 않지만, 내가 매일 저녁 한 냄비 한 냄비밥은 뭘 해도 정성이 들어간다. 

다정한 남의 편도 아니고 다정한 아내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집밥의 힘을 믿는다.  도란도란 이야기는 없지만, '음~' '호~' 이런 추임새에 모든 게 다 녹아 있다고 생각이 든다.

여름이 오는 이 시기에,,, 

나만의 재료로 다양하게 만들어 내는 냄비밥이 기대된다.

냄비로 밥을 짓고 나서 드디어 묵은 밥 냄새에서 탈출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냥 내가 국 끓이던 그 냄비에 밥을 하게 되니,,, 솥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김밥을 해야 하는 날에는 4 쿼터 냄비를 꺼내 그 솥 가득 밥을 하고, 두 식구가 밥을 먹으면 1 쿼터 냄비를 꺼내서 밥을 하고, 그냥 따로 무겁고 복잡한 압력솥이 아닌 두고 쓰는 냄비에 하다 보니, 편리하다. 

집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밥을 연출할 수도 있고,

밥하나 가 요리로 편한 순간이다.

촌에서 낳고 자라서 조금 많이 촌스러운 나는 시켜 먹을 줄 모른다. 

요즘에는 카드 한 장 들고나가면 사 먹을 것도 엄청 많은데, 그걸 못한다. 음식을 사 먹으면 죽는지 아는 조금 촌스러운 엄마다.

많이 바뀌고는 있지만, 버릇이란 게,,,,, 그 흔한 배달 어플도 없다. 반찬이 없어도 집밥 한 그릇에 김치 한 조각 뚝딱이다. 제로 웨이스트의 첫걸음이 바로 배달어플과 이별하기 아닐까 싶다.

배달시키지 않으니, 플라스틱 쓰레기가 없다. 

코로나로 분리배출하러 나갔는데 깜짝 놀랐다. 양손에 플라스틱 용기가 한가득,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다. 배달만 끊어도 정말 많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텐데,,,,, 집밥 냄비밥 엄마 밥 아내 밥 그거 정말 간단하고 쉬운데 말이다. 

나의 스텐 사랑은 앞으로 쭉 이어질 것이다. 밥에 진심인 나, 밥 이야기로 간단하게 마무리한다.

작가의 이전글 뽀글빠글 희재씨의 반려살림살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