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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사와동화 Apr 08. 2024

말레이시아 여행_말레카와 비

       

말레이시아는 동생과 조카가 있을 때 갔었다. 


다른 곳도 좋았지만 특히 말레카가 좋았다.      

수 천 년 전부터 말레이 반도와 (지금은 인도네시아 땅인) 여러 섬에는 말레이인들의 조상들이 살고 있었다. 

중세에 이슬람교가 빠르게 전파되면서 옛 왕국 말레카는 지리적 잇점을 이용해 중국과 인도, 그리고 여러 섬들의 무역 중심지가 되었고 커다란 부를 축적했다. 

16세기에 유럽 제국이 눈독을 들였고 대포와 소총으로 무장한 포르투칼에 말레카 왕국은 멸망했다. 포르투칼의 힘이 약해지자 네덜란드로 넘어갔다가 다시 영국으로 바뀌었다.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레이인들이 오랫동안 싸워서 독립을 했다. 

쿠알라룸푸르 역사박물관에서 각 분야별 지도자들의 사진을 보았다.(이곳에 가서 우리나라가 훌륭하다는 걸 또 한번 깨달았다. 박물관에 유물이 너무 없다. 전쟁에 불타고 허물어지고 외국에서 훔쳐 갔는데도 우리나라는 유적과 유물이 많은 편이다. 역시 역사가 깊은 민족이다.) 


동생 집이 있던 쿠알라룸푸르에서 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네덜란드 광장에 도착했다. 그리스도교 교회를 거쳐 세인트폴 언덕을 올라 말레카 해협을 장악하기 위해 영국이 죄수들을 동원해 세웠다는 콘 월리스 요새로 갔다. 성벽은 빛이 바래 있고 바다를 향해 대포만이 남아 있었다. 영국의 작은 마을 같았다.(자신들을 괴롭혔던 나라였는데, 그들이 만든 유적이 관광 자원이 되는 경우를 보면 좀 묘한 기분이 든다.)   

                         

그리스도교 교회
세인트 조지 교회
말레카 거리-이슬람교 여인

올라가는 길에 한쪽 눈은 파랗고 한쪽 눈은 노란 고양이를 만났다. 같이 쳐다보더니 곧 잠들었다.  그때 여행은 어린 조카들과 같이 가서 덕분에 달팽이도 고양이도 더욱 관심을 많이 받았다.         

                           

자전거 인력거를 타고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자전거를 모는 청년은 아버지랑 같이 한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앞에 가고 아들은 그 뒤를 따르고. 힘들었을 텐데도 꽤 친절히 데려다줬다. 차이나타운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중국 사람들, 참 신기하다. 어디에 가나 자기 나라의 색깔을 아주 잘 유지하고 있다. 가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이 되니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고 우리도 집으로 향했다. 그 날 점심엔 말레카의 레스토랑에서 특별한 요리를 먹어서 돈을 아끼는 의미로 쌀을 사갖고 가서 밥을 해먹었다. 

말레이시아에선 음식값이 싸고 다양한 나라의 음식이 많아서 외식을 많이 한다. 해산물도 싼 편이라 게 요리도 먹고 인도 음식도 먹었다. 날씨 덕분에 과일은 참 풍성하다. 시장에 가면 잔뜩 쌓아놓고 파는데 화려한 빛깔 때문에 자꾸 눈이 그쪽으로 간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하루에 한 차례씩 비가 쏟아붓듯이 왔다. 혼자 집 근처를 산책하는데, 비가 갑자기 확 쏟아졌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맨몸으로 맞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옷을 입은 채, 마음 놓고 비를 맞았다. 굵은 빗줄기 아래서 통쾌함, 자유로움 그런 감정들이 올라왔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그 기억이 선명하다. 빗줄기를 맞고 있는 나를 내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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