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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사와동화 Jul 05. 2024

무덤가의 비밀

문성희 | 바람의아이들 | 196쪽 | 2019년 11월


일제 강점기 송산리 고분과 공산리 고분을 도굴해 간 이야기

아주 성실히 공부해서 모범생처럼 쓴 동화 같다.


민이는 백제 역사를 자랑스럽게 가르치는 가오베 선생님을 존경한다. 점심을 못 먹을 때, 자기의 도시락을 나눠 먹고, 어려움을 견디고 공부를 하라고 격려해주는 선생님을 생각하며 홍식이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선생님이 되겠다고 한다. 홍식은 경성에서 전학 온 양복점 아들로 민의 단짝이 되고 꿈이 탐정이다. 둘이 힘을 합해 밤마다 나가는 아버지를 좇아 가오베 선생이 무덤을 도굴하는 것을 알아낸다. 끝까지 백제 유물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려고 애를 썼으나 가오베 선생은 결국 배에 싣고 일본으로 간다. 우리나라에서 유물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가져간다는 궤변을 늘어놓고서.


“분명한 건 우리나라에서 유물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가져간다는 건 궤변이라는 거야. 백제 유물을 훔친 것에 대한 변명이고 핑계야. 그 궤변을 넘어설 때 우리는 우리 것을 지킬 수 있어.” _194쪽


형편이 어려운 아이 민이, 탐정을 꿈꾸는 홍식. 두 아이만으로도 차분하게 글을 잘 이끌어갔다. 

아쉬운 건, 굳이 황금보자기에 싼 것을 옮기게 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이 둘이 애 쓴 게 아무 의미가 없게 되는데 너무 끝까지 뺑이를 치게 하는 게 과하다. 민이의 감성이 너무 어른스럽다. 게속 긴장감 있게 끌고 가다 한번은 빵 터져주면 좋을 텐데 표구사 앞에서 가오베와 만나 한 행동으론, 좀 약하다. 민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글 중간중간에 홍식이가 사라진다. 홍식도 좀 더 감정을 표현해주면 좋겠다.   

  

작가는 1920~30년 동안 공주에서 교사로 일하던 가루베 지온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고 그를 이야기로 만들었다. 그에 대해서는 온화한 교육자와 학자 또는 백제 유물 발굴이라는 명목 하에 행한 도굴범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한다. 무령왕릉을 도굴해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슬픈 상황. 


어쨌든 가루베 지온이라는 인물에 대해 책을 읽고 난 후 단박에 동화를 써내려간 작가의 성실함에 박수를 보낸다.


202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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