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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사와동화 Sep 24. 2023

소리 질러, 운동장

진형민 지음 | 이한솔 그림 | 156쪽 | 창비 | 2015년 5월


1.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


야구부에서 쫓겨난 김동해와 여자라는 이유로 야구부에 들어가지 못한 공희주. 두 사람은 아이들을 불러 모아 ‘막’야구부를 만든다. 번듯한 글러브와 야무진 방망이도 없고 멋진 유니폼도 없지만, 막야구부 아이들은 야구 모자와 맨주먹만으로 자기들만의 야구를 즐겁게 한다. 막야구를 하는 동안 여러 어려움이 닥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며 즐거움을 누린다.


* 아이들과 운동장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에 대해 생각해 보기

① 그래도 해결하기 쉬운 벽_야구부 감독님

② 더 어려운 벽_학원, 숙제, 시험



2. 독창적인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재미


* 과장된 부분이 조금은 있지만 유머러스함으로 적절하게 느끼게 한다.


(1) 김동해_야구는 잘 못하지만 예의바르고 성실하며 거짓말을 못한다. 자기 팀보다 정직이 더 중요하다.

*“진짜 아웃이었는데, 어떻게 거짓말을 해요?”

김동해가 형들을 올려다봤다.

“왜 못 해! 그냥 하면 되지, 왜 못 해!”

강 선수가 슬그머니 내려놨던 주먹을 다시 치켜들었다.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잖아요.”(13쪽)

* “공희주, 세이프!”라고 어서 외쳐야 한다.

공희주가 목을 잔뜩 꺾고 김동해를 올려다보았다. 공희주는 아직도 운동장 바닥에 엎드린 채 손으로 홈을 눌러 짚고 있었다.

“공희주, 아웃!”(139쪽)


(2) 공희주_공희주 엄마는 예쁘고 상냥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접고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공부에는 관심도 소질도 없다. 야구를 잘하고 좋아한다. 어른 앞에서도 할 말을 한다. 어지간해선 기죽는 법이 없는 아이다. 자기 욕구에 충실하다.

*“왜냐하면 말이다. 우리는 학교 대표 야구부고, 너희는 막 야구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요?”

“그러니까 우리는 학교의 명예를 위해 싸우는 야구부고, 너희는 그냥 막 놀고먹는 야구부라는 얘기지.”

“그게 뭐 어때서요?”

공희주는 애들이 슬금슬금 다 가 버리는 줄도 모르고 맨 앞에 혼자 서 있었다. (65쪽)

* “난 우리 학교가 유명해지지 않아도 돼. 그것보단 지금 여기서 막야구 하는 게 더 좋아. 그러니까 양보 반대, 삐이이!”(78쪽)


(3) 야구부 감독님, 공희주 아빠_보통 어른, 체면이 중요하다. 마음대로 하고 싶지만 적당히 눈치 보고 나쁜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자기 자리에서 나름 최선을 다한다.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는 않는다.

* 감독님은 부러 뒷짐을 지고 아주 어른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원래 애들한테 무슨 말을 할 때는 ‘어른들은 너희들이 모르는 걸 전부 알고 있다! 그러니 무조건 어른들 말을 들어야 한다!’ 요런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애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네에.’ 대답을 한다.(61쪽)

* 사실 감독님은 “왜요?” 하고 묻는 걸 아주 싫어했다. 어쩐지 자기한테 대드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61쪽)

* 감독님은 살살 달아나는 아이들을 붙잡아 더 혼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잘못을 깨닫고 물러가는 아이들을 구태여 쫓아가 또 꾸짖는 건 너그러운 어른의 도리가 아니었다.(64쪽)

* 어른들이 화를 내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이다. 처음엔 뭔가 이유를 대면서 화를 내지만, 일단 화를 냈다 하면 하나같이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가 되고 만다. 그래서 나중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이면서 계속 화를 내고, 더 화를 내고, 점점 더 화를 내다가 아아아악 자기 혼자 폭발을 한 다음에야 겨우 끝이 난다. 그러니 그 전에 빨리 도망치는 것만이 살길이다.(66쪽)


(4) 6학년 형님_아이와 어른 사이에 있는 캐릭터

* 명예라는 말 속에는 왠지 사람을 엄숙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어깃장을 놓던 6학년 형님도 더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74쪽)

* 겉으로는 불만투성이 얼굴을 했지만 속으로는 이런저런 걱정이 많은 모양이었다.(76쪽)

* 6학년 형님 생각에는 학교가 유명해지는 것도 좀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운동장 양보 찬성’에도 선뜻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학교가 유명해지지 않으면, 양보만 하다가 졸업해 버린 게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였다. 요즘에는 별것 아닌 일에도 자꾸 생각이 복잡해지고 마음이 이랬다저랬다 했다. 6학년 형님이 시큰둥한 얼굴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80쪽)


(5) 남나리_한 번도 양보를 안 해 봤을 것 같은 아이인데 양보가 싫다고 하다. 눈치껏 자기 주장을 하는 아이.

* “그래도 난 양보 싫어.”

아이들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공희주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아서였다.

“집에서도 맨날 동생한테 양보하는데, 내가 왜 학교 와서까지 양보를 해야 돼?”(75쪽)

* “저번에 네가 김동해 눈빛 귀엽다 그랬잖아.”

“내가 언제?”

“너 처음 막야구 하던 날 그랬거든.”

“기억 안 나. 그리고 난 원래 딴 여자애 보고 웃는 남자 별로 안 좋아해.”

남나리가 입을 비죽이며 돌아섰다. 공희주가 남나리 뒤통수에다 대고 주먹질하는 시늉을 했다. 남나리는 다 좋은데 별 것도 아닌 일로 왜쭉왜쭉 토라지는 게 문제였다. (150쪽)


(6) 교장 선생님_성실하고 규칙을 중요시 여긴다.

* “학교에서 아이들을 때리는 건 규칙에 어긋납니다.”(84쪽)

* 교장 선생님은 계단 뒤편에 있는 텃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일주일에 세 번, 퇴근하기 전에 규칙적으로 하는 일이었다.(84쪽)


(7) 잠자리채, 실내화, 빗자루_이름을 안 지어줌



3. 모든 문제는 아이들이 해결한다


막야구부 아이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어 상의하고,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고, 때로는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문제 해결 방법을 찾고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행동한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뛰어놀며 자연스럽게 정의, 진리, 평등과 같은 가치들을 배운다.


(1) 똑같지 않은 야구부 이름 짓기

막야구부 모집 : 막 야구하고 싶은 사람 수업 끝나고 운동장으로 오세요. 매일 편 갈라 막야구합니다. 그냥 막 노는 겁니다. 추신 : 여자 남자 누구나 막 대환영 (34쪽)

(2) 막야구부 아이들을 운동장에서 쫓아내려 하려는 감독님과의 문제 해결

인원수에 따라 넓어지는 운동장을 위해 공희주와 김동해는 학원 운영자인 공희주의 아버지에게 족집게 문제를 받아와 친구들에게 주는 조건으로 운동장을 넓힌다. 아이들은 답이 없는 족집게 수학 문제를 위해 같이 공부까지 하고 성적까지 오르게 된다.(이 부분은 조금 아쉽다. 현실적인 걸까?)

(3) 야구부와 타협

그렇게 해서 막야구부는 원래 쓰던 만큼의 운동장만 가지기로 했다. 땅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원래 노는 데에는 큰 땅이 필요 없었다. 뭔가를 정식으로 하려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요것조것 따지는 것도 많아지지만, 노는 일은 그런 게 아니었다.

“대신 공 넘어가는 건 서로 봐주기!”

공희주가 마지막으로 오금을 박았다. (143쪽)



4. 이 책의 또 다른 장점 찾기


(1) 기승전결이 잘 살아 있다.

(2) 상황에 대한 비판 대신, 대안을 보여준다

(3)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잘 전달된다.

아이들아, 잠깐이라도 짬을 내어 운동장에서 뛰어놀아!

막야구부는 야구를 하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어!


작가의 말_내가 오래도록 곱씹는 것은 아이들이 모두 운동장에서 만났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 어떤 마음으로 찾아왔든 서로 개의치 않고 여기 운동장에서 머리를 모아 문제를 풀고, 어울려 뛰어놀고, 정정당당하게 시합을 한 기억을 나누어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언젠가 그 기억들이 우리로 하여금 더 나은 선택을 꿈꾸게 하지 않을까요? 부디 그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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