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가장 작은 주
며칠 전 누가 로드아일랜드를 여행하려고 한다길래 이 잘 알려지지 않은 주(하지만 내 인생에서 2년을 보낸 곳)에 대해 언젠가 정리해놓으려 했던 것이 떠올랐다. 점점 흐릿해지는 기억들도 기록할 겸 일종의 여행 가이드 페이지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미국 51개주 중에서 가장 작은 주 로드아일랜드. 지도만 봐도 왜 이렇게 작은 땅이 하나의 독립된 주가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심지어 면적이 충청북도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인들에게는 보통 아이비리그로 유명한 브라운 대학이나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대학(리즈디)이 위치한 주로 알려져 있다.
로드아일랜드에는 브라운, 리즈디가 있는 주도(州都) Providence 외에도 Newport라고 하는ㅡ미국인들에게는 꽤 이름난ㅡ남쪽 휴양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해 많은 유명인들이 이쪽 해안가에 별장이 있다. 최근에는 이런 아저씨가 집을 샀다는 기사가 떴음...
음식점은 요즘 Yelp이나 Google Map 등에 리뷰가 너무 잘 나와있으니 굳이 추천하지 않겠지만 로드아일랜드는 Seafood가 유명하다는 것만 알아두자. 로드아일랜드식 칼라마리, 클램차우더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비던스에서 뉴포트로 내려가는 길에 Anthony's Seafood를 들러 랍스터/랍스터 롤 + 클램차우더 먹는 것을 좋아한다.
또 뉴포트는 재즈 페스티벌을 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90 Fort Adams Dr에서 진행되고 여름에 노라 존스같은 유명 가수들이 온다. 바닷바람 맞으면서 재즈 듣고싶은 사람은 꼭 가보길
아직 더 남았지만 뉴포트 소개는 일단 여기서 멈춰야할 것 같다. 이래서.. 누군가 로드아일랜드를 하루 여행하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 좋을지 물으면, 학교들이 있는 주도 프로비던스를 추천해야할지, 숨겨진 휴양지 뉴포트를 추천해야할지 너무 고민이 된다. 이제 프로비던스를 살펴보자.
기차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을테니 일단 기차역에서부터 출발.
기차역(프로비던스 스테이션)에서 나와 구글맵을 켜보면 프로비던스 중앙으로 이동해보고 싶어질 수 있다. 그렇게 Kennedy Plaza(아래 지도에서 빨간 지점)에 가게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딱히 추천하지는 않는다. 뉴욕으로 치면 Port Authority같이 버스정류장이 많은 곳인데 이런 곳은 언제나 노숙자도 많고 분위기가 이상할 수 있음.
프로비던스는 작은 강이 가로지르는 도시다. 기차에서 내려 조금만 남동쪽으로 내려오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강가가 보일 것이다. 구글맵에는 WaterFire라고 되어있는 지점. 여기가 바로 리즈디(학부) 건물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럼 구글맵에 보이는 워터파이어는 뭘까?
강가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 기차역에서 나와 리즈디쪽 구경을 마친 뒤, 강을 따라 남쪽으로 30분 정도 쭉 걸어보는 코스도 괜찮다.
강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오리떼나 갈매기떼를 볼 수 있다. 종종 백조도 나온다. 대충 이런 그림이 계속 반복된다.
미래의 디자이너, 페인터, 조각가들이 열심히 작업중인 리즈디 건물들에 들어가볼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학생증이 없다면 리즈디 뮤지엄(학교 건물들과 함께 있음)에 가는 것으로 만족하자. 리즈디 뮤지엄은 미술계에서도, 관광사이트에서도 평이 상당히 좋다. 그렇게 크진 않아서 빠르게 보면 1시간이면 거의 다 볼 수 있다.
리즈디 뮤지엄 건너편에는 리즈디 스토어가 있다.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하나는 미대생들에게 필요한 재료를 파는 곳, 다른 하나는 리즈디 티셔츠, 우산, 에코백 등을 파는 기념품점이다. 이 기념품점 2층에는 스낵바가 있다.
리즈디 뮤지엄과 스토어 근처(걸어서 5분거리 이내)에 있는 역사적 명소로는 The Providence Athenæum과 First Baptist Church in America가 있다.
이 침례교회에 대해 쓰려다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프로비던스 역사 페이지에 따로 쓰기로 했다. 미국에 First Baptist Church라고 불리는 교회들이 많은데 사실 여기가 진짜다. 청교도에서 분파한 초창기 미국 침례교인 로저 윌리엄스가 로드아일랜드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명소들이 많다.
이 교회 옆에 내가 정말 자주가던 맛있는 샌드위치 / 디저트 집이 있다. 이름은 Cafe Choklad. 나는 치킨 혹은 연어 샌드위치 + 아이스 차이 라떼를 시키곤 했다. 간단히 먹는 샌드위치 중에서 최ㅅㅌㅊ.
리즈디쪽 관광을 마치고 브라운대학으로 이동해보자. 사실 Woods Gerry Gallery나 Prospect Terrace같은 곳들도 있지만 프로비던스에 짧게 머무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정도까지는 아닐 것 같아서 뺐다. 우즈게리 갤러리는 코비드 때문에 아직 닫은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운치있는 곳인데!↓
그러면 현재까지 이동 경로는 대충 이렇다↓
보다시피 마지막이 Dave's Coffee다. 여기서 배가 고프다면, 더 내려가서 Al Forno라는 이태리 레스토랑에 가보는 것도 괜찮다. (가기 전 전화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아직 시간이 일러 관광을 더 하고싶다면, 이번엔 리즈디 바로 옆에 붙어있는 브라운대학을 보러 가자. 남쪽으로 좀 내려오기도 했고, 우버 타는 것을 추천한다. 리즈디(강가)쪽에서 브라운으로 가는 것이 지도상으로는 가까워보이지만 급경사 언덕이라 힘들 수 있다. 우버를 타고 아래 사진의 빨간 핀 부분(Atheletic Complex)로 이동해 브라운으로 가는 코스가 괜찮다.
리즈디, 브라운은 캠퍼스를 공유하고있다. (각자의 학생증으로 출입이 되고 심지어 두 학교의 학생들은 서로의 대학에서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어느 학점 이상 수업을 들으면 브라운+리즈디 Dual degree도 준다) 아래는 브라운 대학의 캠퍼스 맵.
Al Forno같이 Fancy한 음식점보다는 치폴레같이 학생들이 간단히 먹을만한 곳이 많이 보일 것이다. 그나마 인도 음식점이 괜찮아서 자주 갔다. Insomnia Cookies도 유명하다↓
그리고 위엔 나와있지 않은데 Blue State Coffee라는 곳도 이 골목에 있다. 예일대가 있는 뉴헤이븐과 프로비던스 등 미국내 몇 개 없는 체인이어서 간다고 하는데 나는 커피맛을 잘 모르기도 하고 사실 블루 바틀보다 듣보잡이니 스킵.
캠퍼스 투어의 아쉬운 점은 건물 내부에 들어가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앞에서 누군가 학생증을 찍고 문을 열면 사실 가능하다. 미국인들은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기 때문에 캠퍼스에서 보기 너무 낯선 행색이 아니라면 사실상 외부인도 출입이 된다는 것.. -_-;
아무튼 여기까지 리즈디 + 브라운 지역 관광이 끝났다. 밥먹는 시간까지 포함 6-7시간 정도 코스라고 할 수 있겠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다운타운에 있는 Oberlin이나 Eddy, Providence G 같은 곳에서 한 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까 저녁 식사로 Al Forno에 가지 못했다면 Hemenway's Restaurant에서 오이스터나 랍스터를 먹는 것도 괜찮다.
일찍 숙소에 들어가 잠을 청하고 다음날 이른 아침에 나온다면 다음 소개될 3개 지역 중에 2개는 더 가볼 수도 있겠다. 프로비던스의 학생들이 답답한 학교를 벗어나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을 때, 힐링하고 싶을 때 가는 동네 3개.
1. 북쪽 Hope Street
2. Federal Hill
3. Wickenden Street
1. Hope Street
먼저 북쪽에 있는 Hope Street은 리즈디에서 우버를 타고 가면 10-15분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 Three Sisters라는 아이스크림 집과 Seven Stars Bakery가 유명하니 둘 다 들러보자. 중간에 Swan Point Cemetry도 들어가서 강가까지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묘지지만 무서운 곳이 아니라 거의 공원 느낌이다. 강가에는 아름다운 백조 떼가 자주 나타난다. 좀 걷고나서 배가 고파졌다면 다시 우버를 타고 다운타운 쪽으로 오는 길에 North Main Street에 있는 Providence Bagel에 들러 연어 베이글을 먹자. (주소는 695 N Main St, Providence, RI 02904)
2. Federal Hill
페더럴 힐은 서쪽에 있다. 다운타운에서 걸어가면 20-30분정도 걸리니 역시 우버를 추천한다. 이탈리아 음식점들이 유명하고, 제대로 식사를 하려면 Yelp을 켜서 리뷰가 많은 곳을 가면 된다. (Providence Oyster Bar도 괜찮다) 브런치 집은 일찍 가야 들어갈 수 있는 "KITCHEN"이 유명하다↓
리즈디 학생들 사이에 가장 인기좋은 디저트 집이 페더럴 힐에 있다. 바로 Pastiche Fine Desserts!↓
3. Wickenden Street
마지막으로 위켄든 스트릿. 위의 두 지역에 비해선 작고 어쩌면 첫날 리즈디+브라운 투어에 끼워넣을 수도 있겠다. 아까 걷는 코스의 Dave's Coffee에서도 가깝다. Amy's Place라는 브런치집이 괜찮고 뒤뜰같은 곳이 있어 날씨 좋은날 밖에서 먹기 좋다. 바로 건너편에 The Coffee Exchange도 아주 유명하다. 아래 지도 참고
이 스트릿에서 브런치가 아니라 제대로 밥을 먹고 싶은데 좀 특별한 것을 원한다면 Jahunger를 추천한다. 신장 위구르지역 중국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 중국 음식점이라기엔 아래 사진을 보다시피 중동 느낌으로 디자인이 되어있고 그들 특유의 음식을 만든다. 중동인 피가 조금 섞인 실제 위구르지역 아시아인들이 요리, 운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학원에 이쪽 지역에서 온 친구가 있어서 댕댕누들 등을 시켜주었는데 당연히 돼지고기 요리는 없고 대신 맛있는 치킨 요리가 있다. 신장식 요거트도 시켜보자.
여기까지 쓰고 다시 쭉~ 점검해보다 깨달았는데 RISD Museum이 코로나 때문에 휴업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아마 당신이 여행할 때쯤에는 열었을 수도 있지만 부담 없이 작은 뮤지엄에 들르고 싶다면 브라운대학에 있는 David Winton Bell Gallery를 가보는 것도 좋은 대안. 5월 말~6월 초에는 졸업식 시즌이라 Rhode Island Convention Center 같은 곳에서 졸업전시가 한창일 수도 있다. https://www.risd.edu/student-life/annual-events
기-승-전-브런치의 인스타화로 마무리. 스크롤이 너무 길어졌으므로 로드아일랜드의 탄생과 역사에 대해서는 따로 올리도록 하겠다. 언젠가 미동부를 여행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