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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Oct 28. 2024

조매꾸 하루 1%의 기적

성장을 위한 실천서

 교사들의 성장 보고서를 만났다. 변화와 성장의 기본 동력, '조금씩, 매일, 꾸준히'를 몸소 실천하고 계신 선생님들의 이야기다. 결실을 맺 위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세 단어들을 조합하여 입에 쫙 감기는 조. 매. 꾸 브랜딩을 만들어낸 김병수 선생님의 센스부터 감탄이다. 바쁜 8월, 서평단 위촉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어서 10월에 책을 읽고 서평을 쓰리라는 양해를 구했는데  벌써 10월의 마지막 주라니, 시간이  빠르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만큼이나 내용의 흡인력도 강하다. 이미 아는 분들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인지라 더 그런 것 같다. 이것저것 내 삶에 적용할 보석 같은 지혜들도 가득이다.


 우선, 김희영 선생님의 이야기가 미래의 내 모습과 오버랩되어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 그렇게 엄마 껌딱지였던 아들이 사춘기를 지나며 돌변하는 사태가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들었다. 아직도 엄마를 계속 찾는 아들이 뭐든 다 알아서 하길 바라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도 완전히 품에서 떠날 생각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너 나중에도 엄마 이렇게 찾아 줄 거야?"

"친구들하고만 안 놀고 엄마랑도 놀아줄 거야?"


 각종 질문 세례를 퍼부으면 지금은 당연한 듯이 큰 소리로 "네!"를 외치는 아들의 목소리영원히 붙잡으려는 의식을 반복한다.  


 김희영 선생님은 힘든 자녀와의 관계 지혜로운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다. 칭. 찬. 편. 지. 신박했다. 매일 정성스레 또박또박 공책을 채우는 엄마의 절박한 노력에 가슴 절절한 사랑이 느껴졌다. 빨간 머리 앤을 필사를 함께 할 때 자녀를 위해 편지 쓰기를 하신다는 걸 알았지만 이런 깊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몰랐다. 아이의 반응이 어떻든지 간에 일단 시작한 것을 밀고 나가는 우직함에 감동이다. 선생님께서는 큰 것이 아닌 조매 꾸라고 하지만 내 생각엔 매일같이 사랑으로 꾹꾹 담아 쓰는 편지 걸코 작은 것이 아닌 위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에 홀려 아이와 관계의 틈이 벌어질 사춘기 시작 전에 뭔가 비법을 전수받듯 당장 공책을 샀다. 선생님처럼 칭찬편지를 아들에게 써주기 시작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잔소리를 먹고 자라는 것이 아니 칭찬을 먹고 자라는 아이 조금씩, 아니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1년 후, 아들의 변화와 성장도 기대가 된다.


 어성진 선생님의 이야기 역시 울림이 있었다. 다복한 가정에서 자녀 양육으로도 번거우실 텐데 일주일에 독서 모임을 4개나 하고 계신다니! 책벗글벗 모임을 함께 시작할 때도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시는 노련함을 가장 먼저 선보여주셨던 분이다. 알고 보니 조금씩 내공을 쌓아온 시간들이 결국 빛을 발함을 몸소 보여주셨던 것이다. 특히 기회는 준비된 자들에게로!라는 말처럼 골목식당의 성공은 백종원과 같은 걸출한 인물의 코칭이 아닌, 기본에 충실한 삶의 원칙이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황혜진 선생님의 신춘문예 도전기 역시 나에게도 큰 도전을 주는 스토리였다. 현재 여러 가지 결과물을 내고 계신 화려함은 발버둥 쳐온 땀범벅의 과거가 뒷받침하고 있음을 알았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한 우물을 파온 그림책으로 삶의 영역 확장을 위해 시간과 돈을 떼어내어 차곡차곡 준비를 해오셨다. 언젠가 맥스 루케이도나 피터 제이놀스와 같은 멋진 그림책, 동화책 작가가 되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 올해 초 비전보드를 작성했던 것이 떠올랐다.


 꿈만 꾸고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나를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어'라는 말로 툭 건드리는 것 같았다. 신춘문예라는 큰 세계까지 도전하려면 작가 교실부터, 아니면 그림 교실부터 등록해야 하겠다는 동기가 뿜뿜 솟는다.

 조매꾸의 거장 김병수 선생님의 삶을 보며 입이 벌어졌다. 어떻게 그런 많은 일들을 하실까? 다른 레벨의 열정을 품은 분으로 따라갈 생각은 아예 꿈에서도 접었던 것이 사실이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일로 차이를 만드는 것, 그리고 삶의 밀도를 위해 산란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남들이 다 가는 길 대신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정신과 치렁치렁한 관계를 붙들지 않는 과감함이 나에게 필요했다. 소신은 중요하지만 지켜내는 과정에서 흔들림을 부정할 수 없기에. 중요한 일 보다 해야 할 일들에 에너지가 뺏기는 삶을 붙잡아야 하기에.


 대단한 선생님들이 참 많다. 실물이든 책으로든 배우고 본받을 분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은 인생의 복이다. 모두가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조금씩, 매일, 꾸준히 정신의 위대함을 알기에 흐름을 끊지 않고 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루어 내는 사람들의 앞면이 아닌, 불굴의 노력이라는 뒷면에 더 감격하고 싶으신 분들은 꼭 읽어볼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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