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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Dec 24. 2024

2024년 책벗글벗 마지막 수업

책과 함께 쌓인 성장의 시간

  아이초등학교 입학을 하면 독서 모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유익을 직접 경험했기에 내 아이 역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글을 쓰는 친구들을 만나 자연스레 사유의 샛길을 넘나들길 바랐다. 그런 작은 소망을 담아 2023년, <책벗글벗> 시작되었다. 올해만 똑 떼어 내어  1월부터 함께 읽은 총 24권의 도서 목록을 모아 보니 책을 읽는 시간과 함께 추억도 쌓인 것 같다.


2024 책벗글벗 도서 목록



 한 달에 두 번, 전국 곳곳에서 15명의 아이들이 줌으로 만난다. 오프 모임이 아니라서 살짝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기우였다. 올망졸망 아이들이 화면에 담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오프 못지않은 애정과 열정이 실린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모임의 횟수가 더해질 때마다 낯섦이 밀려 친밀감이 차오른다. 지정 도서를 읽고 온라인에서 모이면, 이미 수업에 베테랑이신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재능 기부로 독후 시간을 꾸려 주신다. 2024년 마지막 <심청전>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벤트와 함께 아이들과 만났다.




 

 개인적으로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심청전>을 다시 읽었다. 소녀의 절절한 심정과 아비의 무력감이 마음에 섞이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다. 요즘 이런 효심을 가진 아이들이 있을까? 인신제물로 목숨을 반납하는 방법 외에 심청을 구할 다른 방도는 없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슨 생각들을 담아 이야깃거리들을 수업에 담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흠씬 느끼며 아이들은 빨강, 초록, 장식용품 등 드레스 코드맞춰 입장다. 산타 혹은 루돌프 머리띠, 빨강 목도리, 빨간 망토, 왕관 등 가지 각색의 빨강 초록 물결 각자귀여움을 돋워 준다. 수업 시작의 리추얼인 동시 읽기를 접고 크리스마스 캐럴로 전환해 본다. 전곡이 아닌, 일부를 떼어 영어로 노래를 불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듣고 불러왔던 <울면 안 돼>의 원곡은 가사와 제목이 한국어 버전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영어든 한국어든 꽁냥꽁냥 잘 따라 부르아이들의 모습그저 예쁘다.



 


 우선, 심청전에 나오는 내용들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재미를 더해 퀴즈 형식으로 문제를 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이야기 속에 켜켜이 숨어있는 시대적,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배경들을 훑어보샛길 여정도 덧붙인. [삼베길쌈]과 관련한 영상을 볼 때, 뚫어져라 화면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집중도는 최고였다. 길쌈을 '길에서 싸 먹는 쌈'이라고 말장난 치던 아이들이 사뭇 진지하다. 소모임으로 나누어져 아이들의 생각 주머니를 풀어놓는 시간도 가진다. 이렇듯 여러 활동을 곁들이다 보면 저녁 온라인 모임의 한계가 느껴진.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오프로 만났다면 샛길 활동의 깊이와 넓이가 더해지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머릿속을 떠니는 아이디어를 나눌 텐데, 못내 아쉽다.



 부랴부랴 수업소화하고 연말 시상식 이어진다. 한 해동안 열심히 달려온 아이들은 격려받아 마땅하다. 크게 치하하며 기분 좋은 연말연시의 해피 바이러스를 뿌려주기 위해 미리 설문을 받았다. 최고상, 배려상, 스피치상, 달란트상, 매력상, 장상 등 12개의 부에서 모든 아이들이 두 개씩의 영역에서 수상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상은 많이 받을수록 좋은 거니까. 나도 받고 싶다. 하하. 마구마구 보내주는 박수갈채 속에 수상과 축하의 기쁨이 넘쳐난다.





 마지막으로, 2025년 책벗글벗 새로운 선택형 프로그램 소개와 다음에 읽을 책을 공지한다. 거창한 것 같지만 별건 아니고, 혼자 하면 힘들지만 [같이] 하면 가벼워지는 그런 코너들이길 바란다. 선택형인 만큼 원하는 친구들과의 만남이 빈번해질 예정이다. 알파세대에 해당하는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 폰과 SNS가 더 편한 디지털 원주민들이다. 문해력이 급강하고 있는 태생적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말과 글로 소통하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친구, 책벗글벗이 소중한 이유다.



 2년간 저학년의 시절을 보내온 꼬꼬마들은 책 친구, 즉 책벗에  가까웠다. 어엿한 3학년으로 발돋움하는 시기를 앞두 이제 서로에게 글친구, 글벗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이 실린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중심으로 함께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인연이 마냥 부럽다. 만남의 축복은 귀한 것이기에, 무엇을 하든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 중요하기, 그 매개가 책이 더욱 귀하다. '함께'의 자리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책벗글벗 소중한 친구들, 그리고 소중한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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