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 독서 모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유익을 직접 경험했기에 내 아이 역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글을 쓰는 친구들을 만나자연스레 사유의 샛길을 넘나들길바랐다. 그런 작은 소망을 담아 2023년,<책벗글벗>이 시작되었다. 올해만 똑 떼어 내어 1월부터 함께 읽은 총 24권의 도서 목록을 모아 보니 책을 읽는 시간과 함께 추억도 쌓인 것 같다.
2024 책벗글벗 도서 목록
한 달에 두 번, 전국 곳곳에서 15명의 아이들이 줌으로 만난다. 오프 모임이 아니라서 살짝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기우였다. 올망졸망 아이들이 화면에 담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오프 못지않은 애정과 열정이실린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모임의 횟수가 더해질 때마다 낯섦이 밀려가고 친밀감이 차오른다.지정 도서를 읽고 온라인에서 모이면, 이미 수업에 베테랑이신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재능 기부로 독후 시간을 꾸려주신다. 2024년 마지막 책은 <심청전>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벤트와 함께 아이들과 만났다.
개인적으로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심청전>을 다시 읽었다. 소녀의 절절한 심정과 아비의 무력감이 마음에 섞이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요즘 이런 효심을 가진 아이들이 있을까? 인신제물로 목숨을 반납하는 방법 외에 심청을 구할 다른 방도는없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슨 생각들을 담아 이야깃거리들을 수업에 담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흠씬 느끼며 아이들은 빨강, 초록, 장식용품 등 드레스 코드에 맞춰 입장한다. 산타 혹은 루돌프 머리띠, 빨강 목도리, 빨간 망토, 왕관 등 가지 각색의 빨강 초록 물결이 각자의 귀여움을 돋워 준다.매수업 시작의 리추얼인동시 읽기를 접고 크리스마스 캐럴로전환해 본다. 전곡이 아닌, 일부를 떼어 영어로노래를 불러보는 시간을 가졌다.크리스마스 때마다 듣고 불러왔던<울면 안 돼>의 원곡은 가사와 제목이 한국어 버전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영어든 한국어든 꽁냥꽁냥 잘 따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저예쁘다.
우선, 심청전에 나오는 내용들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재미를 더해 퀴즈 형식으로 문제를푼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이야기 속에 켜켜이 숨어있는 시대적,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배경들을훑어보는 샛길 여정도 덧붙인다. [삼베길쌈]과 관련한 영상을 볼 때, 뚫어져라 화면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집중도는 최고였다. 길쌈을 '길에서 싸 먹는 쌈'이라고 말장난 치던 아이들이 사뭇 진지하다.소모임으로 나누어져 아이들의 생각 주머니를 풀어놓는 시간도 가진다. 이렇듯여러 활동들을 곁들이다 보면 저녁 온라인 모임의 한계가 느껴진다.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오프로 만났다면 샛길 활동의 깊이와 넓이가 더해지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머릿속을 떠다니는 아이디어를 나눌 텐데, 못내 아쉽다.
부랴부랴 수업을 소화하고 연말 시상식이 이어진다. 한 해동안 열심히 달려온 아이들은 격려받아 마땅하다. 크게 치하하며 기분 좋은 연말연시의 해피 바이러스를 뿌려주기 위해 미리 설문을 받았다. 최고상, 배려상, 스피치상, 달란트상, 매력상, 성장상 등 12개의 부문에서 모든 아이들이 두 개씩의 영역에서 수상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상은 많이 받을수록 좋은 거니까.나도 받고 싶다. 하하. 마구마구 보내주는 박수갈채속에 수상과 축하의 기쁨이 넘쳐난다.
마지막으로, 2025년책벗글벗 새로운 선택형 프로그램 소개와 다음에 읽을 책을 공지한다. 거창한 것 같지만 별건 아니고, 혼자 하면 힘들지만[같이] 하면 가벼워지는 그런코너들이길 바란다.선택형인만큼 원하는 친구들과의 만남이 빈번해질 예정이다.알파세대에 해당하는 요즘아이들은 스마트 폰과 SNS가 더 편한 디지털 원주민들이다.문해력이 급강하고 있는 태생적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말과 글로 소통하는 환경 조성이절실하다.책을 읽고 글을 쓰는 친구,책벗글벗이 소중한 이유다.
2년간 저학년의 시절을 보내온 꼬꼬마들은 책 친구, 즉책벗에더 가까웠다. 어엿한 3학년으로 발돋움하는 시기를 앞두고 이제서로에게 글친구, 글벗이 될 수 있기를바라는 소망이 실린다.어린 시절부터책 읽기를 중심으로 함께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인연이 마냥 부럽다.만남의 축복은 귀한 것이기에,무엇을 하든 누군가와 함께 하는시간이중요하기에, 그 매개가 책이라서 더욱 귀하다.'함께'의 자리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책벗글벗의 소중한 친구들, 그리고 소중한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