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아침 산책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인 나태주 님의 <풀꽃>-
평소 나태주 선생님의 시를 무척 좋아하는데,
특히 <풀꽃>이란 시는 간결하면서도 이름 모를 풀꽃의 존재를 일깨워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끌린다.
시인은 어떻게 저토록 짧은 문장으로 시를 읽는 사람의 마음을 확 잡아당길 수 있는지.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볼 수 있는 것은 마음으로 보는 눈이 생겼을 때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젊은 날에는 볼 것도, 봐야 할 것도, 궁금한 것들도 많아 마음은 늘 밖으로 나돌았다.
계절이 바뀌어도 그저 숫자로만 셈하며, 자연이 주는 고마움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나이를 먹으니 좋은 점도 많다.
바라는 기대치가 점점 낮아지면서 매사에 느긋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노랫말처럼 나이가 든다는 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게 맞지 싶다.
이른 아침이면 남편이 깨우는 소리에 억지로 눈을 비비고 산에 오른다.
아침운동으로 딱 알맞은 높이의 산이 가까이 있어 참 좋다.
평일엔 일과 시작 전에 갔다 와야 한다는 조급함에 목표지점까지 후다닥 찍고 오기 바쁘다.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닌데 습관처럼 정상을 찍느라 서둘게 된다.
주말이라 모처럼 산이 아닌 산책길로 들어섰다.
오늘따라 새벽안개가 자욱하다
습도가 높아 그런지 *상고대가 눈꽃처럼 피어있는 풍경이 황홀하게 아름답다.
(* 상고대는 영하의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방울이 나무 등의 물체와 만나 형성된다.
사전적 의미는 ‘나무나 풀에 내려 눈처럼 된 서리’를 뜻한다. - 다음 백과-)
느리게 걷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물체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아야겠다.
오래 들여다봐야겠다. 시인의 마음으로.
영산홍잎을 감싸고 있는 서리의 입자들이 자세히 들여다보니,
갓난쟁이 아가 볼에 난 솜털처럼 보송보송하다.
얼핏 설악산에나 있을 법한 에델바이스를 닮았다.
바싹 말라 붙은 쑥부쟁이 꽃 위에도 살포시 내려앉아 새로운 꽃을 피웠다.
추위에 떨고 서 있던 강아지풀에게도 옷을 입혀줬구나!
사시사철 푸르름을 자랑하던 솔잎에도 친구가 찾아왔나 보다.
벌써부터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는 소나무에게 서리는 선물 같은 존재일까.
하얀 옷을 걸친 측백나무 이파리의 무늬가 더 선명하다.
자연은 분명 위대한 예술가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나무막대에 불과한 물체의 새로운 탄생이다.
자세히 보니 입자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일상이 늘 설렘으로 다가온다.
‘파손된 부분이 있어 위험하니 앉지 말라’는 주의문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얀 서리가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
참새들의 무게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 싶었던지
새들의 모이를 갖다 놓은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더 예뻐 보인다.
아뿔싸!~ 본의 아니게 우리가 훼방꾼이 되었나 보다.
모이를 먹다 말고 나뭇가지 위에 조랑조랑 매달려 눈치만 살핀다.
얼른 자리를 비켜 줘야겠다.
나뭇가지 사이로 동트는 아침에 감사한다
‘감사하다’라는 말을 애써 입으로 말하고 보면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생긴다
둘러보면 우리 주변에 감사할 일이 참 많다.
붉은 아침해가 모습을 보이고~
선물 같은 오늘이 시작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도 소중하게 잘 쓰겠습니다!
'오늘도 멋진 하루가 될 거야!'
혼자만의 주문을 외쳐본다.
"사람은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에이브러햄 링컨-
그 마음 하나 먹기가 참 어렵다.
그래도 노력하면 꼭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간부터 행복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