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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미 Apr 20. 2022

4월의 봄에는, 봄꽃보다 봄나물

보약 같은 머위나물 / 엉겅퀴나물 레시피

싱그러운 4월,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봄꽃으로 가득합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내음이 물씬 풍기네요

겨우내 우리의 발목을 묶어 두었던 코로나도 봄바람한테는 어쩌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나 봅니다.


꽃구경 나온 사람들로 도로가 오랜만에 몸살을 앓았어요

우리 일행도 그 대열에 살짝 가담했죠.


지난 주말에

봄볕이 너무 따사로워, 봄꽃이 너무 화사해서, 바람결에 실려오는 봄내음 너무 달콤해서

봄나들이 행보를 했답니다.


양평 그 어디쯤, 시누이네 농막이 있는데요.

한적한 산자락에는 잎새가 이제 겨우 눈뜨기 시작했더라고요

그늘은 따스한 봄기운보다 아직 겨울의 끝을 빠져나오지 못한 느낌이었어요

건너편 도로와는 눈으로 재면 그리 멀지 않음에도 기온차가 뚜렷하더군요.


조그마한 두어 평 남짓한 텃밭에는 이름 모를 잡풀들이 그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네요

어디서 날아와 뿌리를 내렸는지 기특하긴 한데 무단점령을 했으니

어쩔 수 없이 강제 퇴출시킬 수밖에요.


잡초를 뽑고 흙을 고르고, 두둑을 만들어놓고 보니 인물이 훤해졌어요

거기다 상추 모종도 심고 쑥갓, 토마토, 가지…여러 종류의 채소를 심으려고요.


작년에 심어 둔 당귀가 연초록의 새순을 피웠어요.

얼지 말라고 비닐을 덮어주긴 했는데… 대견하게도 모진 겨울을 버텨냈나 봐요.


마당에 깔아 놓은 자갈 틈으로 초록의 싹이 고개를 내밀었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들깨 순이예요

깻잎의 역할을 다한 마른 깻대를 불쏘시개로 쓴다고 마당 한편에 뒀었는데 거기다 씨앗들을 퍼뜨렸나 봅니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비로소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어요

나중 처치 곤란할 정도로 많이 올라오긴 하겠지만 일단은 대견함에 감동해 지켜보기로 했답니다.


‘어?, 저건 머위다~!’

주인도 없을듯한 밭처럼 생긴 언덕 기슭에

붉은빛 잎자루에 솜털을 보송보송 단 초록 이파리가 사방에 앞다투어 올라오고 있네요.


아직 어린잎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웃자라 부드러운 맛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뿌리는 남겨두고 조심스레 새순만 땄어요.

너무 어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새 바구니 가득 찼네요 ㅎㅎ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겨우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저들의 운명이려니 해야 그나마  맘이 편해지겠죠.



어릴 적 시골에선 이맘때면 봄나물 캐는 건 아이들의 또 다른 재미였죠

그 나물이 식구들의 밥상에 올라오면

 정작 맛있는 반찬으로 재탄생시킨 엄마보다 더 으쓱한 기분이 들어

또다시 들로 쏘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머위 말고 다른 먹을 수 있는 봄나물을 찾아봤어요

쑥, 만들레, 엉겅퀴, 돌나물. 눈에 띄는 대로 수확을 했답니다.


이 중 다른 건 확실히 알겠는데, 잎에 가시가 돋는 엉겅퀴가 좀 걸렸어요

어렴풋한 기억으로 엄마는 엉겅퀴로 된장국을 끓여주셨던 것 같은데 … 약간 미심쩍어 백과사전에 찾아봤죠


가시가 돋기 전의 어린 새순은 국이나 나물로 먹기도 하고,

가을에 뿌리는 말려 한약재로 쓸 정도로 몸에 좋은 성분이 들어있다고 되어있군요.


어른들이 그러셨어요

봄에 나오는 웬만한 새순들은 다 보약이라고요.

정말이지 연초록의 새싹들은 다 먹어도 될 것처럼 부드럽고 탐스러워요.

그렇다고 아무거나 마구 먹다가는 큰 일 나겠죠.


캠핑 와서 뜻밖의 메뉴로 식탁을 차렸습니다

봄나물 대잔치 ~!!


머위나물. 엉겅퀴나물. 민들레 나물. 상추 풋고추 겉절이



우선, 머위랑 엉겅퀴는 살짝 데쳐 물에 잠시 우려내 쓴 맛을 빼주고요~

그리고는 쌉싸래한 나물무침으로 만들어요

돌나물은 겉절이로, 쑥은 쑥된장국을 끓였어요


봄을 통째로 먹는 기분이에요

눈으로 먹고, 입으로 먹고…


적당히 아니 솔직히, 좀 많이 배도 부르고… 평상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봅니다.

아직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하얀 구름이 걸렸네요

지나가는 봄바람이 그랬는지 이름 모를 산새가 그랬는지

나뭇가지를 살짝 흔들어 놓고 가버렸어요



맨발에 와닿는 봄햇살의 따뜻한 감촉이 난로 같아요

눈이 스르륵 감기면서 이 순간만큼은 황제도 부럽지 않네요.


자연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안다면 행복한 인생이라고 어느 책에선가 본 기억이 납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치유의 공간이 있다는 건 살면서 커다란 축복이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라서  더 행복합니다^^




끝으로,

몸에 보약 봄나물, 머위랑 엉겅퀴나물 무쳐 먹는 법 공유할게요.



<머위나물/엉겅퀴나물 된장무침 만드는 법>

1. 어린 새순은 끓는 물에 굵은소금 약간 넣고 1분 정도 데친 다음, 찬물에 깨끗이 헹궈요.

2. (쓴맛이 싫다면 물에 10분 정도 우려내요) 물기를 짜고 양념에 조물조물 무치면 완성입니다.

3.  양념은요! (1큰술=15ml 기준)

된장 1. 고추장 1. 국간장 1/3.  물엿 1큰술.  다진 마늘 1/3. 다진  약간.  참기름 1. 깨소금 1


*양념은 나물의 양에 따라 조절해서 각자 입맛에 알맞게 간을 맞추면 됩니다.

*엉겅퀴나물도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되는데요.

취향에 따라 양념은 다르게 해도 괜찮아요.





<머위나물 만드는 과정>





<엉겅퀴나물 만드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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