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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Jun 24. 2023

평범한 아이 엄마여서 다행이라고?

‘다운증후군’ 딸은 외관상으로 다름이 보인다.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들어 내놓지도 않는다. 자연스럽게 알려지면 흘러가게 둔다. 지나가는 시간의 물결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인연이 있다. 그들 중 소중한 인연이 닿으면 그때에는 딸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모인 우리가 먼저 열어두면 상대방은 부담이 없어진다. 다음번 만남에서는 조금 더 편안한 사이가 된다.

소중한 인연이 있는가 하면 스쳐 지나갈 인연도 있다. 난 그들에게는 굳이 딸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한글학교를 다니면서 예외적인 만남을 겪게 됐지만 이 또한 가볍게 지나가길 바랐다. 한글학교에 두 아들을 들여보내고 산책이라도 해야지 생각했었는데.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아이엄마가 내게 인사를 건넸다. 의자를 빼며 옆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 엄만 이미 다른 엄마와 이야기 중이었다. 그들 사이에 앉으려니 어색했다. 쭈뼛쭈뼛 엉덩이를 들이밀며 의자에 앉았다.


왼쪽에 있는 엄마가 내게 물었다.

“전에 보니 딸도 함께 왔었는데 오늘은 안

데려왔어요? “ ”집에 할머니와 함께 있어요. “라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른쪽 엄마가 이어서 질문했다.“딸은 몇 살이에요?” “다섯 살이요.” ”유치반에 들어갈 수 있네요. “ “사실 제 딸은 다운증후군이에요. 교장선생님이 보조 교사를 구해준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에요.”라는 내 이야기와 함께 정적이 흘렀다.


무거운 공기를 가로지르며 ”정말 대단하세요. “라는 말이 들려왔다.  ”저라면 못 받아들였을 거예요. 저는 둘째를 가졌을 때 노산이었어요. 유전자 변이로 아이가 이상 할 수도 있다고 해서 열 달 내내 마음고생

했어요. 다행히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힘들었는데. 다운증후군 엄마로 평생을 어떻게 살아요. 받을 그릇이기에 그 가정에 태어났나 봐요. “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위로라고 했겠지만 받아들이는

내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누가 위로를 해달라 했나? 평범한 아이의 엄마면 다행이고 다름의 아이엄마면 대단한 건가? 실타래처럼 엉겨 붙은 마음의 감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나도 그들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하다. 아이가 아프면 품에 안고 함께 아팠다. 아이가 첫 발을 내디뎠을 때 기뻤다. “엄마”라는 말을 듣고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 엄마들이 느끼는 감정을 나도 똑같이 느꼈다.


결코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다. 그들도 내 입장이었더라면 시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받아들였을 거다. 나 역시도 두 아들의 엄마였을 때에는 생각도 못했다.

 ‘다운증후군’ 엄마가 되며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빠져들었다. 이제는 없으면 안 될 존재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독일교회에 행사가 있었다. 독일교회 행사에 참여했다. 고사리 같은 딸의 손을 이끌고 유아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1살쯤 되어 보이는 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가 있었다. 활짝 웃으며 내게 인사를 했다. 나 또한 반갑게 웃어 보였다. 독일 사람들은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는 걸 좋아한다. 내 딸에게 이름을 물었다. 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내가 대신 말했다. “내 딸은 아직 말을 못 해요. 다운증후군이거든요. 이름은 다희에요.” “다희라는 이름이 예뻐요.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마음이 따뜻하고, 사랑이 넘친다는 걸 알아요. 존재자체가 사랑이에요.”라는 말이 어지럽게 뒤엉켰던 마음이 스르륵 풀렸다.


나는 독일에 사는 한국인이다. 한국인 입장도, 독일인 입장도 이해된다. 작년에 잠깐 한국 방문을 했을 때 딸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아직 한국에서는 따뜻한 시선이 독일만큼은 아니구나를 느꼈다. 훗날 대한민국도 편견이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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