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바라기 Feb 21. 2022

해남 땅끝 도솔암에서 들리는 바다

 



"으~~~ 너무 무서워, 여기서 떨어지면 죽을 거 같아"


달리고 또 달렸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다시 산을 오르게 시작한다.


두 눈을 찡끗 감았다.

산으로 오르는 좁은 길은 구비구비 계속되었고

창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세상은 점점 나의 시야에서 작아져갔다.


자칫 핸들을 잘못 돌리면 떨어져 버릴 것 같은

경사는 어느덧 깊은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었다.

구비구비 계속되는 길에선

기도가 절로 나온다. 

'제발 내려오는 차와 만나지 않게 해 주세요'


차도는 오직 하나뿐

내려오는 차를 만날 시 우리 차는 낭떠러지 쪽 작은 공간으로 후진해야 한다.

스릴을 좋아하는 딸에게 말했다.

엄마랑 자리 바꿀래?

"엄마, 저기 좀 보세요 세상이 점점 작아지고 있어요"


보고 싶지 않았다. 정말 어지러웠다.

멀미 비슷한 메스꺼움을 느끼려던 찰나.

"도착"

아들의 외마디 외침이 이리 반가울 순 없었다.

믿기지 않게 차 4~5대 주차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이 있었다. 

이런 곳에도 주차장이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세차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마주해야 했다.

몸을 웅크리고 지퍼를 올리는 순간. 강한 바람에 쓰고 있던 모자가 날아갔다.

뒤에서  오던 아들이 잽싸게 낚아채서 건네준다.

'나이스  캐치'

그렇게 캐치볼을 헤대더니..ㅋ. 모자를 조이고 강하게 눌러썼다. 

작은 이정표가 보였다.

[도솔암]

도솔암?

향일암. 보리암에 이어 이번 산책 장소는 도솔암.

해남의 달마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절이다. 


다행히 차로 한참을 올라왔기 때문일까? 도솔암으로 가는 길은 험하지 않았다.

푸르른 하늘에 짙은 구름은 험하고 험한 바위를 둘러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강한 음률을 전해 주었다. 산에서 바닷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강한 파도가 작은 돌멩이에 부딪쳐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바닷소리. 바람은 저 땅끝에서 불어오는 파도 소리를 이곳 도솔암까지 전해 주었다.

강한 바람소리 속에서 바다를 느끼며 좁은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어머나. 저기야?"

정좌 같은 작은 지붕이 보였다. 


연합뉴스 사진 중 


너무나 작고 작았다

허무하리 만큼.

향일암이나 보리암에 비하면 작디작은 암자다. 

두 평 남짓 한 마당에서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세상을 마주 할 수 있었다. 




우와~~~

도솔암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왜 이곳이 천혜의 요지라 불리는지 알게 되었다. 



각기 자기의 개성을 자랑하는 근엄한 바위들은 견고한 성곽과도 같이 암좌를 둘러싸고 있었고,

하늘의 구름들은 그 위에서 춤을 추며 노는 듯했다. 

누가 만든 길인지 알 수 없는, 나 홀로 걸어야만 빠져나올 수 있는 작은 오솔길을 걸으며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웅장한 바위와 시원한 들녘과 바다가 조망되는  호연지기 길이라는 애칭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해남 여행의 마지막 코스 도솔암에서 세상을  보며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을 느끼며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아 간다. 


P.S : 산에 오르는 것을 너무 싫어하지만(주차장에서 20분 정도만 평지 걷듯이 걸으면 됩니다)

 환상적인 뷰를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세상을 한장의 사진에 담고 싶은 이에게, 환상적인 뷰를 배경으로 인스타 사진 찍기를 즐기는 이에게,  한번 쯤 가볼만한 곳이라고 이야기 해드리고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자존감으로 꽉 채운 완벽한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