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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Jun 04. 2022

나에게 6월은 오디의 계절이다


“어머니, 그만 사요. 무거워요!”


시어머니가 시장 골목골목을 지나실 때마다 내 손목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늘어갔다. 손바닥에 비닐봉지 자국이 선명해질 때 즈음 그만 사자는 이야기는 절로 나왔다. “저기만 가면 된다.” 어머니는 나의 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얀색 스티로폼 박스가 가득 한 가게로 들어가서 외쳤다. “2박스 가져가기 편하게 포장해 주세요.”

‘헉, 무겁다고 무겁다고 그만 사자고 했는데…. 저것은 무엇이기에 2박스나 사신단 말인가?’     

지금까지 내가 들고 다니던 봉지 봉지들은 시어머니 손으로 넘겨졌다. 손목에 해방감이 느껴질 겨를도 없이 내 손에는 커다란 박스 2개가 들려 있었다. 


내가 사는 집 앞에는 커다란 재래시장이 있다. 장보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은 시장이다. 헌데, 어머니는 아침 일찍 나를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20여 분 이상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경동 야채 도매시장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길 건너 청량리 농수산물 시장에서 도매로 생선을 이것저것 샀다. 길 건너 경동 청과물 도매시장에서는 사과를 구입했다. 채소 도매상에서 나물을 몇 종류 사고, 약령시장 쪽에서 구수한 향이 풀풀 풍기는 참기름을 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산 박스 2개는 내 품에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나는 넋이 반쯤 나갔다. 복잡 복잡 시끌시끌한 시장을 1시간 이상 걸어 다닌 후유증이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 보내고 바로 버스 정류장으로 나오느라 아침도 먹지 못한 공복에 1시간 이상 시장 속을 어머니의 뒷모습만 보며 헤집고 다녔다. 상인들의 호객 행위는 메아리처럼 울렸고, 봄의 따끔한 햇살 속에서 배고픔과 목마름이 나를 강타했다. 


“집에 가자마자 설탕을 부어서 보관해라.” 어머니의 음성은 자장가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피곤이 몰려왔다. “지금 아니면 먹지도 못한다. 건강에 좋으니까 아이들 우유에 타서 갈아줘라.” 시어머니 말에는 늘 주어가 빠져 있다. 무엇에 설탕에 부으라는 건지 친절한 설명도 없다. 지친 몸에 ‘네’라는 대답만 짧게 했다. 집에 돌아와 박스를 열었다. 한참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뭔지 모르겠다. 시골이 고향인 앞집 엄마를 불렀다. 

“너, 혹시 이게 뭔지 알겠니?” 

“언니, 오디잖아요.”

“오디?” 

그녀왈 뽕나무 열매인데 지금이 제철이라 했다. 씻지 말고 설탕을 부어 보관하라는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1/3을 앞집에 덜어주고, 설탕을 샀다. 오디를 설탕에 부을 만한 통은 김치통밖에 없었다. 김치통에 오디를 넣고 설탕을 붓고 오디를 넣고 설탕을 부었다. 오디는 그렇게 설탕 속에 조용히 잠겼다. 시어머니 덕분에 그해 여름 오디 빙수, 오디 슬러시, 오디 요구르트, 오디주스 등등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집 근처 청과물 시장에 갔다. 입구 쌓여 있는 스티로폼 박스 안에 오디가 익숙한 모습으로 줄지어 있었다. ‘어머, 벌써 제철이 돌아왔구나’ 오디를 보며 수년 전 시원한 여름 메뉴로 우리 가족을 즐겁게 해 주었던 그날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이제는 시어머니도 나이가 들어 예전처럼 시장에 자주 가지 못한다.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진 지금은 함께 시장 갈 일도 없다. 돌이켜 생각하니, 시어머니는 나에게 광활했던 시장의 다양한 먹거리를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이 아닌가 싶다. 철마다 각기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제철 과일, 해산물, 그 외 다양한 먹거리들은 동네 시장보다 도매시장에서 더 쉽게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과거 어머니가 맛있게 드셨던 오디도 사주고 싶으셔서 그랬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지나온 시간 속에서 시어머니의 며느리로 시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음식들을 하나씩 접하게 되었다.  이번 6월달도 오디의 달콤함으로 채워 갈 수 있을 것 같다.  



* 오디의 효능


제철의 오디는 사과, 배, 거봉, 포도, 감귤보다 칼슘, 칼륨, 비타민 B1, 비타민 C의 함량이 훨씬 높다. 철분, 아연 함량도 풍부해 혈액 생성에 도움을 주고, 면역기능 유지와 상처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오디에 함유된 천연색소 ‘안토시아닌’은 노화 억제, 당뇨병성 망막장애의 치료 및 시력 개선 효과, 항산화 작용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토시아닌 색소의 한 종류인 C3G는 항산화 작용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3G는 흑미(100), 검정콩(43), 포도(16)보다 오디(383)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출처 : 백세시대(http://www.100ssd.co.kr)


*오디청 만들기

1. 오디 1kg과 동량의 설탕을 준비한다. 

2. 씻지 않은 상태로 500g을 통에 담고 동량의 설탕을 붓는다. 

3. (2)를 잘 버무려 준다. 

4. 나머지 분량의 오디를 넣고 남은 설탕을 붓는다. 


* 오디 스무디 

1. 믹서기에 오디청 2~3 스푼을 넣고 각 얼음을 몇 조각 넣는다.

2. 우유 또는 플레인 요구르트를 넣는다. 

3. 약간의 레몬즙을 넣는다. (없으면 생략 가능) 

4. 집에 있는 견과류로 토핑을 완성해도 좋다. 

출처 : 상주시 홈페이지


*오디 샐러드 

출처 : 건강다이제스트 

재료 | 양상추 100g, 초록 상추 몇 잎, 적양파 약간, 양파 약간, 오디 10알, 바질 잎

소스 재료 | 오디 25g, 무가당 수제 요구르트 100g, 캐슈너트 50g, 양파 20g, 매실효소 50g, 파인애플 50g, 꿀 1.5작은술, 사과식초 1.5작은술, 소금 1/2작은술


*오디 빙수

출처 : 내일신문 


1. 얼음이나 우유를 얼려서 빙수기에 곱게 갈아 내린다. 

2. 소복이 쌓인 우유 얼음 위에 만들어 놓은 오디 청을 듬뿍 올린다. 

3. 달콤한 맛을 원한다면 연유를 살짝 뿌려 주어도 좋다. 



* 제철인 오디. 놓치지 마시고 구매해 보세요. 오디청은 다른 청들과 다르게 씻지 않고 설탕을 부어도 괜찮아요. 만들기 쉽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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