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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Nov 20. 2024

나는 귀도 움직일 수 있다

부러우면 지는거다!

  '따/하안/미인/구워' 대한민국의 중국어 발음입니다. 여기에 높낮이가 있는 성조(聲調)를 넣어 발음을 합니다. 소리 변동이 단어 의미 변별에 핵심적인 요소로 기능하는 경우 '성조 언어'(tonal language / tone language)라고 합니다.(출처:나무위키) 우리나라는 성조가 없기에 낯설게 여길 수 있지만 전 세계 언어의 70%가 성조가 있다고 합니다. 중국어, 베트남어가 그렇고 서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성조가 있는 나라에서는 말에 '왜 성조가 없지?'라고 여긴다니 이상하게 여기는 것은 피차일반, 피장파장, 쌤쌤입니다. 중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한자를 읽을 때 나도 모르게 성조를 넣어야 뜻이 명확해질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평탄한 음으로 '대한민국(大韓民國)'이라고 읽기보다는 'dàhánmínguó'라고 발음해야 단어의 맛(?)이 느껴집니다. 초급 중국어 실력으로도 말이죠. ㅎㅎ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의 원대한 꿈은 얼마 못 가서 버리게 되었을지라도 명사의 성(性)과 격(格)에 따른 어미변화에 대한 암기는 독일어 입문자에게 공통적으로 전리품(戰利品)으로 남아있을 성싶습니다. 단어에 남성과 여성 그리고 중성이 있다? 역시 우리나라 말에는 없는 독특한 습관입니다. 구분하는 법칙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원어민이라면 그냥 으레 아는 거라고 하니 우리로서는 그냥 '암기'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처럼 정말 '골 때리는 단어들'입니다.

  어느 날 오후 라디오 '교육 FM'을 듣는데 '기초 일본어 강좌'가 나옵니다. "네루마에니 쿠스리오 노마세테쿠다사이" 다시 따라 해 보세요 "寝る前に薬を飲ませてください" '자기 전에 약을 먹여주세요'란 말입니다. '어? 이거 너무 재미있는뎅?' 서점에 달려가서 '기초 일본어'책을 사서 이루지 못할 꿈(?)을 위해 또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ㅋㅋ 우리나라 말과 어순도 같아 공부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그러나 일이 쉽게 풀리면 인생이 재미가 없죠? OTL  일본어에도 높은 산(?)이 있는데 하나는 '경어(敬語)', 다른 하나는 음독(音讀)과 훈독(訓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말도 존칭이 복잡한데, 일본어는 우스갯소리로 일본어를 다 배웠다고 생각하면 그 공부한 시간만큼 '경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하니 시작도 하기 전에 질려버립니다. 한자를 읽는 방법이 또 우리랑 차이가 있습니다. '天'은 하늘이라는 뜻이고 '천'이라고 읽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어떤 때는 '천으로 읽고(음독)', 어떤 때는 '하늘(훈독)'이라고 읽습니다. 규칙은 '없습니다' 그냥 외워야 됩니다. 또 한 번의 좌절이 생기죠.


  언어를 공부하다 보면 '규칙'보다는 '규칙이 없는 것'이 공통된 규칙입니다. 규칙이 없음에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안에서 '자유함'이 있습니다. 이중언어사용자(바이링구얼.Bilingual)태어난 곳에서 자연스럽게 익힌 모국어와 제2의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평생을 언어 하나 익히려고 영혼을 갈아 넣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부러운 대상이기도 합니다. 정작 당사자들은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예전에 '왜 사람들이 바벨탑은 쌓아가지고 하나님을 화나게 했냐고요!'라고 따져 물을 수도 없고,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저로서는 답답할 따름입니다. ㅎㅎ


  초등학교 저학년 체육시간,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리면 한 명이 다리를 잡아주고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했습니다. '에게..' 아이들이 머리조차 들지 못합니다. 나는 뒤로 6-70도는 젖힐 수 있는 것 같은데 이상도 합니다. 선생님이 저를 지목해서 앞으로 나아오게 합니다. 앞에서 시범을 보이라네요. 능숙하게 허리를 뒤로 젖혔더니 "와! ~ 아이들의 함성이 들립니다." 내겐 너무 쉬운 동작이었는데 다들 놀라네요. ㅎㅎ 저는 귀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마치 당나귀처럼 말이죠. 당연히 모든 사람이 움직이는 게 아니더라고요. 


  '고부열전'이란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캄보디아나 베트남, 러시아,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겪는 갈등을 소개합니다. 한국어를 빨리 배우라고 며느리를 닦달하기도 합니다. 저라면 며느리가 하는 말을 배워서 먼저 소통하려 했을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저는 언어에 유난히 집착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잘 안됩니다. 매번 좌절을 경험합니다. 이중언어사용자의 언어적 유창함이 부럽습니다. 그래도 '부러우면 지는 거잖아요' 마음을 다잡습니다.


  한강(韓江)의 채식주의자를 다 읽고, 이번엔 중국어판을 구매했습니다. 素食者! 후~ 또 한숨만 나옵니다. '이걸 또 언제 읽을 수 있을까?'


 지면 안돼! 지면 안돼!
난 '귀'도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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