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실력자들
"아빠도 분만실로 들어오세요~"
"네?"
" 자, 여기를 자르면 됩니다 " 탯줄을 잘랐습니다.
눈 내리는 12월의 아침이었습니다. 병원 창문 밖으로 눈 덮인 도시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줍니다. 그렇게 12월의 마지막주에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며칠 지나면 우리나라 나이로 2살이 됩니다. 주변에서는 출생신고를 다음 해로 넘기라고 합니다. 또래보다 나이만 같지 너무 어려서 친구들에게 치인다는 겁니다. 사실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면 친구들과 머리 하나 차이로 키도 작고 왜소해 보입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하나님이 아이에게 주신 날인데
우리가 바꾸지 말자'
결국 태어난 그 날짜로 출생신고를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라면서도 체구가 작으니 불안 불안합니다. 게다가 유아천식까지 있어서 안쓰럽기는 덤입니다. 지나가는 어른이 나이를 묻습니다.
"얘야 너 몇 살이야?"
"5살인데 좀 작아요"
ㅎㅎ '좀 작아요' 어른들이 계속 작다 작다하니까 나이를 물으면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도 많이 컸습니다. 큰 아이는 결혼까지 준비할 나이가 되었고, 둘째 아이도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감사한 것은 어릴 때 친구들이 아직도 여전히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 하나 모나지 않고 서로 힘이 되어주는 친구로 또래그룹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아내와 가끔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믿음으로 날짜를 바꾸지 않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어. 만약 바꿨으면 얘네들을 못 만날 뻔했잖아!' 실용음악과 재학 중인 드러머 아들과 간호사가 된 친구가 손잡고 걸어가는 어릴 때 사진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출애굽기 31장에서 하나님은 '브살렐'과 '오홀리압'을 세워 회막 안의 '모든 기구와 정교한 일'을 하도록 시키십니다. 하나님의 영을 충만하게 하고 지혜와 총명과 지식을 부어주십니다. 특히 오홀리압에게는 지혜로운 마음을 줘서 하나님이 명령한 것을 다 만들게 하시죠. 추측하건대 브살렐과 오홀리압은 하나님이 명령하신 것을 수행하는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미 그에게 지혜와 총명과 지식을 부어주었기 때문에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실력을 주신 거죠.
우리 아이들도......
'브살렐'과 '오홀리압'과 같이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총명과 지식'으로 한 시대를 함께 하는 '실력자'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스트레스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