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첫 주의 묵상
'가지 마오, 가지 마오, 나를 두고 가지를 마오~' 양장점 옆에 전파사가 있었습니다. 도로변에 내놓은 가게 앞 스피커에서 나훈아의 '가지 마오'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눈 오는 아침, 양장점 집 부부가 싸움을 했는지 아내가 가방을 싸들고 집을 나오는데 하필 그때 '가지 마오, 가지 마오, 나를 두고 가지를 마오~'란 노래가 구슬프게 울려 퍼집니다. 그 모양이 너무 우스웠다(?)는 전설 속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자주 들었습니다. 내 나이 고작 5-6살 정도였을 때 옆 집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상황이 참 절묘(絶妙)합니다.
군대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격장에서 과녁에 그렇게 맞추고 싶어도 못 맞추는데 '오발이 명중'이라고 빗나간 총알이 인사사고로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경사진 골목길 위에서 발에 돌이 잘 못 채여 주먹만 한 돌이 아래로 굴러 떨어집니다. '아래쪽에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 으으으으' 하면서 불안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나 세상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가지를 않습니다. 갑자기 옆 골목에서 아저씨가 걸어 나오면서 굴러 내려오는 돌에 부딪힐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욕 한 번 징하게 얻어먹고 그 정도로 마무리된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던 적도 있으니, '오발이 명중'이란 말은 '진리'입니다.
살아가면서 아찔한 순간이 너무 많습니다. 여름철 장마로 하수구에 물이 불어 있을 때, 도로 우수뚜껑이 열린 채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5살 된 아들이 그 위로 지나가다 빠지기 직전, 길 가던 행인이 손을 낚아채서 살려준 기억이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고속도로 맞은편 화물에서 적재물이 쏟아지면서 제가 가는 차선으로 쏟아졌습니다. 다행히 화물이 전부 골판지였기에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철판이나 중량물이었다면 차량 자체가 전복되었을 거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12월 1일, 첫날 첫 주에 교회에서 대표기도를 했습니다. "고난이 많을수록 오히려 감사가 넘쳐나고, 절망의 순간에 오히려 가까이 계신 주님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없어질 때 하나님이 일하고, 나를 내려놓을 때 하나님이 나를 들어 쓰심을 믿습니다. 너무 힘든 한 해였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너무 많은 감사가 있었던 한 해였음을 고백케 하시고, 육신의 눈보다 마음의 눈이 어두워지지 않도록 붙들어 주시옵소서." 2024년도 한 해를 돌아보면, 가장 힘든 시기에 가장 많은 감사가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절묘함'이란 단어의 뜻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비할 데가 없을 만큼 아주 묘하다'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을 보면 '신묘막측(神妙莫測)'하기 이를 때 없습니다. 신묘막측한 세상에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행하시는 절묘함'을 가장 많이 경험한 한 해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