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
Concise Dictionary (콘사이스 사전)은 '간결한 사전, 축약판 사전'이라는 뜻으로, 보통 방대한 대형 사전에서 핵심적인 단어와 뜻만 간추려 수록한 사전을 말합니다. "콘사이스 사전 한 권은 다 먹어야 된다" 학창 시절 교장선생님이 영어공부에 대한 특강을 하시면서 한 말입니다. 실제로 그 선생님은 콘사이스 사전을 한 장씩 뜯어먹으며 단어를 외웠다고 합니다. 그 말씀이 진실이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요.
2008년 초, 열린 영어교육 공청회에서 어떤 분이 영어 발음을 강조하며 '오렌지를 오린지로', '프랑스가 아니라 흐랑스'라고 해야 한다면서 실제적인 교육정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합니다. 한 동안 그 발언이 사회적으로 많이 회자되었고, 유사한 패러디물이 개그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빳데리가 아니라 베러리, 라디오가 아니라 레뒤오죠.
고등학교 때 한 영어선생님은 영어회화에 심취하셔서 늘 헤드폰을 끼고 다니셨습니다. 그래도 그분은 "야! 영어는 비슷하게만 발음하면 돼!" 하면서 너무 쿨하게 수업을 진행해 주셔서 스뚜뢰스 해소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공부도 안 하면서 '시운불제(時運不濟)'라 영어권에 태어나지 않았다고 투정만 부렸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국 노력하다가 안되면, 영포자(英抛者)도 생기기 일쑤입니다. 중학교3학년 여름방학 때, 창피함을 무릅쓰고 헌책방에 가서 1, 2학년 영어교과서를 구입했습니다. 기초부터 다시 해보겠다는 각오를 했으니 성실함에는 일단 상을 줘야 할 듯합니다.
"When your work becomes your kingdom, leave." 직역한다면 "당신의 일이 당신의 왕국이 될 때, 떠나라"는 뜻입니다. '일이 더 이상 사명이 아니라 지배와 소유의 대상이 될 때, 미련 없이 물러나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어느 영역에서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이미 이루어낸 성과가 나를 편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딱딱한 의자가 이제는 내 몸에 적응되어 적당한 균형감을 갖추게 하고 무엇보다도 편안해집니다. 내 말의 무게는 충분히 무겁고, 영향력도 있으니 내 자리는 어느 왕후장상(王侯將相)만 못할까요? 사실 그때가 물러서야 할 때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되는 말입니다.
신앙의 세월은 쌓였으나, 그 깊이는 여전히 얕은 샘가에 머문 듯합니다. 그러나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세월이 곧 자격이 될 때가 많습니다. 교회가 세상과 다른 것은 내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이 내 자리에, 내 직위에 속지 않으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교회는 낮아지려는 자를 높이는 곳입니다. 심령이 가난해질 때, 천국을 소유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헌책방을 찾아 저학년 교과서를 들춰보듯이, 신앙의 기본을 회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한 동안 멀리했던 중국어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초급교재를 들춰보면서 오늘의 삶도 다시 되짚어보게 됩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니하오!"
대문사진 출처: 프리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