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
'5일간 공사중지'명령이 떨어졌다. 소음진동관리법 제21조 제2항 생활소음규제기준 70dB(데시벨) 초과로 관련법 위반에 따른 조치다. 사실 공사장 바로 옆의 소음은 인내심의 한계를 무너뜨린다. 특히 중장비가 동원된 브레이커(뿌레카) 작업은 소음뿐 아니라 뼈를 울리는 진동까지 수반된다. 현장에서 소음을 경감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하지만 역부족이다.
"죄송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작업하지 않도록 시간을 조정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가급적 오전 시간은 소음발생이 심한 기계작업은 안 하고, 오후 시간대로 옮겨 진행하려고 하니 양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영업시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손님이 많은 시간을 피해서 작업을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장비의 타격 간격을 조정해서 충격소음을 최소화하겠습니다."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해서 주변 민원인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여러 가지 소음 경감조치를 시행한다. 또 예상되는 공사일정에 따른 피해 정도를 사전에 고지해서 그 '막연함'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주면서 살금살금 여기까지 왔으나, 결론적으로 '공사중지'라는 철퇴(鐵槌)를 맞은 것이다.
예로부터 소음은 사람들의 삶을 뒤흔들어왔다.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도 로마 시내의 철공소(鍛冶屋), 마차 바퀴 소리, 돌길을 달리는 수레의 진동을 '밤새 잠을 깨우는 대로(大路)의 수레 소리'라 했고, 로마에서도 조차 '심야 마차통행 금지령'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예나 지금이나 '민원'은 끝없이 제기되는 것 같다. 현장은 '민원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골치 아픈 숙제인 것이다. 비단 민원이 건설현장만의 골칫덩어리는 아니다. 공무원은 감사보다 민원이 더 무섭고, 학교에서는 학부모 민원이 제일 꺼려지기 마련이다. 민원은 서로에게 '불편함'을 야기시킨다.
퇴근하는 길에 민원이 접수되어 통보를 받게 되면, 나는 또다시 마음속으로 일을 시작한다. '내일 어떻게 말해야 하지? 언제 만나는 게 좋을까? 어떤 대책을 들고 가야 하는데.... 음료수라도 사 가는 게 아무래도 낫겠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민원인의 마음도 알아줘야 하고, 공사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나는 잠자리에 들기까지 민원인으로부터 무차별적 심리공격을 받게 된다. (사실 잠은 잘 잔다. 내겐 축복이요 하나님의 선물이다) 민원은 결국 서로 다른 삶들이 마찰을 일으키며 부딪혀 나는 소리겠지만 양쪽 모두에게 '불편함'을 주는 '공동의 적'인 것이다.
5일간 공사 중지는 현장에서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 다음 주는 조용할 것이다. 공사가 중지되었으니까! 민원인이 잠시 이겼다. 다음 주엔 그도 행복할 것이다. 공사가 중지되었으니까! 그리고 그와 나 사이의 불편함도 잠시 멈출 것이다. 그러나 한 주가 지나면, 도시는 다시 움직이고 우리는 또 만날 것이다. 불편함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도 나도 어쩔 수 없는 숙명인 것을....
대문사진 출처 : 프리픽